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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 접점…“정부가 첫 개혁안 내야” 목소리
지난 3월 12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담실에서 민원인이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주간경향] 21대 국회는 연금개혁안을 처리하지 못한 채 임기를 종료했다. 초고령화사회 진입을 앞두고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했지만, 개혁방안에 대한 여야 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탓이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개혁안 처리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보험료율 인상 ‘합의’ 소득대체율은 ‘이견’

연금개혁은 국민연금의 보험료율(내는 돈, 현행 9%)·소득대체율(받는 돈, 올해 42%·2028년 40%), 수급개시 연령 등 주요 수치를 조정하는 ‘모수개혁’과 연금제도 전체 틀을 바꾸는 ‘구조개혁’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구조개혁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관계 재설정, 직역연금·퇴직연금 개편 등을 의미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5월 16일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연금·노동·교육 분야 3대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연금개혁 논의는 그해 7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가 꾸려지면서 국회 중심으로 본격화했다. 연금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가 2022년 11월 출범한 후 1·2기로 나뉘어 1년간 모수·구조개혁 방안을 각각 모색했다.

민간자문위는 지난해 11월 16일 발표한 최종 보고서에서 2가지 모수개혁안(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 보험료율 15%-소득대체율 40%)을 제시했다. 단일한 개혁안이 나오지 못한 것은 ‘소득대체율’을 두고 입장차가 컸기 때문이다. 국회는 물론 전문가, 시민사회 모두 내부에서 소득대체율을 두고 양쪽으로 갈린다.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하자는 쪽은 소득대체율을 올리자고 하고, 재정안정 강화를 강조하는 쪽은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

지난해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정부가 제5차 국민연금종합계획을 수립(5년 주기, 지난해 10월 말 발표)하는 해였다. 보건복지부가 꾸린 전문가 기구인 재정계산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최종 보고서에 보험료율 인상을 전제로 한 24가지 개혁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재정계산위 논의에서도 소득대체율에 관한 전문가들의 입장차가 두드러졌다. 정부는 결국 개혁안을 내지 않은 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국회 뒤로 물러섰다.

국회 연금특위는 민간자문위 논의 결과와 정부 개혁안을 기다렸지만, 단일 개혁안을 받지는 못했다. 연금특위는 올해 1월 말 시민공론화위원회를 꾸려 ‘사회적 논의’를 진행했다. 500명의 시민대표단은 소득보장 강화안(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과 재정안정 강화안(보험료율 12%-소득대체율 40%)을 두고 한 달간 학습·토론했다. 최종 설문에서 시민대표단은 재정안정 강화안(42.6%)보다 소득보장 강화안(56%)을 더 지지했다.

최종 개혁안을 만드는 건 국회 연금특위 몫이었다. 하지만 주호영 연금특위 위원장은 지난 5월 7일 특위 여야 위원들이 보험료율은 13%로 인상하는 데 합의했지만, 소득대체율은 43%(국민의힘)와 45%(더불어민주당)의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며 특위 활동 종료를 선언했다. 여야가 소득대체율 입장차를 2%포인트까지 좁혀놓고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 5월 25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연금특위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제안한 ‘소득대체율 44%’를 수용하겠다고 발표해 연금개혁안 처리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22대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당론을 정하면서 21대 국회에서는 결국 무산됐다.

21대 국회 임기 종료를 하루 앞둔 5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측이 설치한 농성장 모습. 연금행동 측은 시민 공론화 결과(소득대체율 50%로 인상)대로 연금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태형 기자


■“모수개혁부터 처리해야 한다”

22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이 우선 과제임에 이견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도 “임기 내 국회와 소통하고 사회적 대합의를 끌어내 반드시 연금개혁을 해야 하겠다고 생각”(지난 5월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한다고 했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중기재정전망’을 보면 3년 뒤인 2027년 보험료 수입보다 급여액 지출이 더 많은 ‘보험료 수지’ 적자가 발생한다. 개혁 시급성과 국내 정치 상황을 고려하면 시간이 많지 않다. 역대 국회·정부 모두 연금개혁은 인기가 없는 정책이라 실현시키지 못했고, 선거 국면에선 더 뒤로 물러선다.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선이 예정돼 있다.

21대 국회의 성과로는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는 것에 사회·정치적 합의를 끌어낸 것이 꼽힌다. 언제부터 얼마씩 올릴 것인지에 관해선 더 논의가 필요하지만, 전체 인상폭을 두고는 크게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소득대체율은 변수다. 양대 노총과 참여연대 등 30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의 오종헌 사무국장은 “22대 국회에선 시민 공론화(소득대체율 50%) 결과를 반영한 연금개혁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미래세대에 부담을 덜기 위해서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하는 개혁안을 짜야 한다”(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5월 28일 연금연구회 세미나)는 의견도 나온다.

22대 국회에서 연금특위를 새롭게 구성하든지 여·야·정 협의체를 만들든지(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5월 29일 기자간담회), 구심점 역할을 할 논의기구를 꾸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22대 국회가 연금개혁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개혁이 가시화하는 시점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할 수 있는 것부터, 그러니까 모수개혁부터 하자는 입장이지만 정부와 국민의힘은 모수·구조개혁을 함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일단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접점을 이룬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 개혁안을 토대로 모수개혁안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정안정 강화안을 지지해온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개혁의 시급성을 따지자면 ‘13%-44%안’으로 빠르게 모수개혁부터 처리해야 한다”며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입장차가 존재하는 구조개혁은 특위를 구성해 기초연금, 퇴직연금 등 구조개혁 과제별로 동시다발적으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했다.

소득보장 강화안을 지지해온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시민 공론화 결과에 부합한 개혁이 되도록 목표를 설정하고 가되 일단은 야당 대표가 수용할 수 있다고 한 ‘소득대체율 44%’안을 두고 모수개혁안부터 만들어 처리한 후 추가 모수개혁(15%-50%)이나 구조개혁 방안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했다. 남 교수는 “그간 민간자문위나 시민 공론화 과정에서 기초연금 개선방안 등을 논의해왔다”며 “여당은 구조개혁 논의를 하지 않았다는 거짓말을 그만둬야 한다”고 했다.

연금개혁 논의에서 뒷짐만 지고 책임을 방기한 정부가 22대 국회에서 첫 개혁안을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보험료율은 합의가 됐으니 22대 국회에서 연금개혁 쟁점은 보장성 개혁 방안이 될 것”이라며 “올해 연말까지 모수·구조개혁을 같이 한다고 하면 기초연금 급여구조를 재구조화하면서 이와 연동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조정 시나리오들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실질적이고 속도감 있는 개혁을 추진하려면 정부가 보장성 개혁 방안을 만들어 사회적 논의를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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