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난해 11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이 이동관 방통위원장 탄핵안 법사위 회부 동의 건에 찬성하고 있다. 투표 결과는 부결. 연합뉴스

#1. 지난해 9월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안동완 검사 탄핵소추안의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회부 동의의 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 건은 국민의힘이 탄핵안을 법사위로 보내 표결을 지연시키려는 의도로 제출됐다. 여당의 정략적 의도에 야당이 찬성한 모양새가 되자 양이 의원은 “실수였다”며 반대표로 정정했다.

#2. 지난해 11월 30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동관 방통위원장 탄핵소추안 법사위 회부의 건’에 반대했다. 국민의힘의 전략에 국민의힘 의원이 반기를 든 모양새였다. 이에 하 의원은 “착오가 있었다”며 사무처에 내용 변경을 요청했다.

이처럼 의원들이 본회의에서 “잘못 눌렀다”는 이유 등으로 표결 내용을 뒤늦게 변경한 경우는 지난 4년간 536건에 달했다. 3선 고지에 오른 민주당의 한 당선인은 21대 국회를 회고하며 “하루에 수십 건을 몰아치기로 표결하니 법안을 다 이해하지 못하고 표결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온라인) 쇼핑하고 잡담하는 어수선한 분위기 등도 한몫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21대 국회 본회의 표결 정정 신고 내역’에 따르면 536건의 정정 내역 중 의사 표시를 잘못한 경우는 ▶표결기 조작 착오 193건 ▶표결기 오작동 8건 ▶의석 착오 11건 등 212건(39.6%)이었다. 반면 정해진 시간 내에 표결 버튼을 누르지 않아 기권으로 기록된 ▶표결기 조작 지체는 324건(60.4%)에 달했다.



실수인척 꼼수로 악용?
서울 용산구 '용산 어린이 정원'의 전망언덕에서 바라본 대통령실 청사 모습.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표결 정정은 본회의가 끝나기 전 의원이 원하면 법안 처리 결과를 뒤집지 않는 선에서 허용해주고 있다. 다만 명확한 규정 없이 관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표결 결과를 몰래 뒤바꾸는 꼼수로 악용될 소지도 있다”(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 국민들은 국회 회의록을 일일이 찾아서 보지 않는 한 해당 의원의 정정 여부를 알 수 없다. 별도의 공지가 없고, 회의록 말미에만 정정 내용을 간략히 입력하는 게 전부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27일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개정안 표결에서 민주당 고민정·박찬대 최고위원은 본회의장에서 나란히 찬성을 눌렀다가 “착오가 있었다”며 사후에 반대로 정정했다. 당시는 용산 어린이정원에서 어린이들에게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모습이 담긴 색칠 놀이 도안을 제공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던 시기다. 본회의 3일 뒤 조정식 당시 민주당 사무총장은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색칠 놀이를 나눠준 시대착오적인 대통령실의 행태 등 민심에 이반하는 대통령실에 전면적인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태원 참사 직후인 2022년 11월 24일엔 본회의에 국정조사 계획서 채택의 건이 올라왔다. 당시 표결에서 국민의힘 박진·박대출·이인선 의원은 현장에서 계획서 채택을 찬성했다가 이후 반대로 바꿨다. 당사자들은 “조작 착오”라고 했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여론의 눈이 따가운 법안에 대해 정정 신청이 악용될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국민의힘 보좌관)라는 지적이 나왔다.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끝난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관계자가 본회의장 문을 닫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표결 정정을 원천 봉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일반 국민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가서 다른 사람에게 투표한 것으로 바꿔 달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헌법기관의 실수도 날 것 그대로 기록으로 남길 의무가 있고, 국민들은 그것을 알 권리가 있다”며 “신중하게 표결하도록 제도적으로 규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7033 [속보] 정부, '채 상병 특검법' 재의요구안 국무회의 의결... 尹, 재가할 듯 랭크뉴스 2024.07.09
27032 [단독] 아리셀 리튬전지, 軍서 수차례 ‘폭발 징후’ 있었다 랭크뉴스 2024.07.09
27031 작년 종부세 70%는 상위 1%가 부담…0.1%는 평균 36억 세금 납부 랭크뉴스 2024.07.09
27030 “우승상금 계속 줄어드네”… 비트코인·위믹스 하락에 코인 마케팅 ‘시들’ 랭크뉴스 2024.07.09
27029 '최저임금', 고물가로 '1만2500원?'·경영난에 '동결?'···오늘 결정 랭크뉴스 2024.07.09
27028 [단독] 화성화재 리튬전지, 軍서 수차례 ‘폭발 징후’ 있었다 랭크뉴스 2024.07.09
27027 [속보] 채상병특검법 재의요구안 국무회의 의결 랭크뉴스 2024.07.09
27026 [속보] 정부, 22대 국회 ‘해병대원 특검법’ 재의요구안 의결 랭크뉴스 2024.07.09
27025 싸구려 항공사 오명 벗은 LCC...어떻게 소비자 사로잡았나[LCC ‘주류’가 되다②] 랭크뉴스 2024.07.09
27024 정부 “15일까지 전공의 사직처리 안되면 내년 전공의 정원 감축” 랭크뉴스 2024.07.09
27023 턱뼈 함몰된 개 방치한 번식장 주인, 재판 없이 벌금형? 랭크뉴스 2024.07.09
27022 몸던져 아기 감싸고, 바늘꽂고 대피…키이우 아동병원에 미사일 랭크뉴스 2024.07.09
27021 가계대출 속도 조절…케이뱅크도 주담대 금리 0.1%p 인상 랭크뉴스 2024.07.09
27020 순식간에 덮친 2m 파도…무인도 고립된 중학생 극적 구조 랭크뉴스 2024.07.09
27019 평상 빌려도 “그 치킨은 안 된다?”…제주 또 시끌 [잇슈 키워드] 랭크뉴스 2024.07.09
27018 윤 대통령 부부, 하와이 도착‥2박 5일 방미 일정 시작 랭크뉴스 2024.07.09
27017 철거 예정 한남3구역 건물에 카페 연 김희선 소속사…“알박기 절대 아니다” 랭크뉴스 2024.07.09
27016 점심 먹다가 절도범 쓰러뜨린 변호사…알고보니 절대 고수? 랭크뉴스 2024.07.09
27015 [속보] 검찰 ‘SM 시세조종 혐의’ 카카오 김범수 소환 랭크뉴스 2024.07.09
27014 싸구려 항공사 오명 벗은 LCC...어떻게 소비자 사로잡았나 랭크뉴스 2024.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