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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의 인도네시아 현지 브랜드 '마마수카' 판매 현황.

10년 전 미국 할리우드 배우 휴 잭맨의 어린 딸이 길거리에서 도시락 김을 간식처럼 먹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당시 한국에서 김은 쌀밥에 싸 먹거나 곁들이는 반찬, 또는 식재료로 인식돼 과자처럼 김을 먹는 외국인들의 모습은 생소하다는 반응이었지만 그것도 이제 옛말이 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인스타그램, 틱톡 등 SNS를 통해 해외 스타들과 그들의 가족이 한국 기업이 만든 김을 스낵처럼 즐기는 모습이 퍼졌다. 지난 2021년에는 미국의 방송인이자 사업가인 카일리 제너가 자신의 SNS에 딸과 함께 김 스낵을 즐기는 모습을 공유했으며 유튜브에 ‘Seaweed(해초)’를 검색하면 조회수 1억 회를 넘긴 숏폼 영상도 찾을 수 있다.

동시에 한국 식품 기업과 김을 전문으로 제조하는 회사들의 해외 진출 전략도 주목을 받았다. 작년 김 수출량은 약 1억 속(100장)인데 국내 소비량인 약 7000만 속을 훌쩍 뛰어넘었다. 공급량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국내 마트의 김값까지 1만원대로 오르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한국 김 맛있다고 그만 홍보하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김은 한국 수산식품 수출 1위 품목이자 작년에는 수출액 1조원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연평균 8%씩 성장했고 2027년까지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올해 국내에서 김값이 급격히 오르기 시작한 이유도 전 세계가 김의 생산과 수출 모두 한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른김의 원료인 ‘물김’의 국내 생산량은 약 1억5000만 속으로 전년보다 약 6% 늘어났다. 문제는 이상기온으로 인한 일본과 중국의 흉작으로 이 원료의 한국산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며 발생했다.

농수산물유통공사(aT)에 따르면 마른김 중품(1속) 평균 가격은 지난 10년간 평균 5000~6000원대 초반 사이를 유지했다. 그러다 2023년 평균 6697원으로 오르다가 올해 1월 7537원이 됐고 4월부터 1만원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사실 김을 비롯한 해조류를 섭취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 생산도 일본과 한국을 합치면 전 세계의 80%를 차지한다. 해조류는 영어 이름부터 시위드(Seaweed), 즉 ‘바다잡초’라 불릴 만큼 서양에서 전통적으로 식재료와는 거리가 멀다는 인식이다.

허핑턴포스트는 2014년 ‘어떻게 해초가 미국의 인기 간식이 됐나’라는 제목으로 미국 내 김 스낵 인기의 시작과 이유를 조명했다. 구글 트렌드 그래프를 보면 2011년에 ‘해초 스낵(seaweed snack)’이라는 용어의 검색이 급증했고 이전에는 용어 자체도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몇 년 전까지 미국인들에게 해초는 해초 샐러드, 또는 일본에서 국물을 우릴 때 사용하는 ‘다시’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다 2010년대 초 미국에서 웰빙 문화와 함께 ‘슈퍼푸드’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식품회사와 마케터들이 요오드와 비타민을 함유한 해초를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국내 브랜드를 통해 ‘냉동김밥’을 출시한 미국 유통체인 트레이더 조스(Trader Joe’s)에서 당시 ‘구운 김 스낵’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을 상품화의 발단이라고 본다.

지난 2019년에는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가 대대적으로 ‘지구를 위해 해조류를 요리하는 한국’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의 김 시장을 다뤘다. “김이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조미김은 그 자체로 하나의 식품인 데다 어떤 음식과도 어울리는 최적의 조합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또 자연에서 유래된 원재료를 이용하고 화학비료를 쓰지 않았다는 점, 재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열대우림의 5배 이상 흡수한다는 점을 꼽았다.

◆기업의 전략은

아마존에 'Roasted seaweed(구운 김)'을 검색하면 상위에 등록된 제품들.


대상의 인도네시아 현지 브랜드 '마마수카' 판매 현황.


식품, 라이프스타일 분야의 일시적 유행에 그치지 않고 김은 해외에서 더 빠르게 성장 중이다. 좋은 품질과 뛰어난 가공 기술 그리고 기업이 각 수출국별로 맞춤형 전략을 펼친 덕이란 분석이다.

일찌감치 현지화 전략을 통해 김 수출을 이끌고 있던 기업들은 CJ제일제당의 브랜드 ‘애니 천스(Annie Chun’s)’와 미국 한인기업 김미 헬스 푸드(Gimme Health Foods)다. 2014년 허핑턴포스트도 “CJ제일제당의 브랜드 애니 천스와 현지 한인기업 김미 헬스 푸드를 트레이더 조스를 이어 매대를 채운 김 스낵 제조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미국 온라인쇼핑몰 아마존에 구운 김 제품을 검색하면 두 브랜드의 ‘소금맛’, ‘참기름맛’ 제품 김이 1만 개 이상의 후기와 높은 평점을 기록하고 있다. 그 외에도 ‘와사비맛’, ‘소금 식초맛’, ‘칠리라임맛’, ‘치즈맛’을 비롯해 아보카도나 올리브 오일을 사용한 제품도 인기다.

대상, 광천김 등도 맞춤형 상품 개발을 통해 해외시장 공략에 나섰다. 특히 대상의 청정원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대상이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선보인 식품 브랜드 ‘마마수카(mama suka)’의 김 제품들은 태국 유명 김 스낵 브랜드 ‘타오케노이’를 뛰어넘어 주요 유통채널에서 판매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조미김에 치즈 시즈닝을 입힌 ‘고소한 치즈맛김’과 K-푸드 트렌드를 반영해 불고기맛 시즈닝을 입힌 ‘BBQ SEAWEED’는 출시 이후 건강한 스낵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또 한국인들도 즐기는 전통 김부각을 오리지널, 치즈맛, 와사비맛으로 출시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 중이라고 전했다.

[박스] ‘노리’, ‘시위드’ 대신 ‘김(Gim)’으로

한국이 오랜 역사 동안 지켜온 방식을 통해 제조된 조미김은 ‘노리(Nori·のり)’ 혹은 ‘시위드(Seaweed)’라는 이름을 붙이고 세계로 수출된다. 해외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 판매되는 광천김, CJ제일제당, 대상 등에서 출시한 김 상품의 포장지에는 ‘Gim’이나 ‘Kim’이라는 글자는 찾아볼 수 없다.

노리는 일본식으로 가공한 김을 의미하는데 간장과 설탕을 섞은 소스를 쓰기 때문에 해외에서 인기 있는 우리 김과는 전혀 다르다. 그러나 일본은 일찌감치 노리를 동양의 모든 김을 가리키는 고유명사로 고착화했다. 시위드도 통상 모든 해조류를 포함하는 말이고 서양인에게는 ‘바다잡초’로 읽히니 식품과는 거리가 멀고 비위생적으로 느껴진다.

이 때문에 전 세계인이 한국산 김에 열광하는 이 시점이 ‘GIM(김)’ 마케팅을 펼쳐 고유명사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적기라는 분석이다. 또 원재료이자 양념되지 않은 김(GIM), 소금과 참기름으로 맛을 낸 맛김(Matgim), 웰빙 간식인 김 스낵(Gim snack)으로 이름을 세분화하고 통일하는 것이 한식 세계화의 첫걸음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미국에서 인기를 끌며 품절사태를 빚은 ‘올곧’의 냉동김밥의 포장지에 커다란 글씨로 ‘코리안 스시(Korean Sushi)’ 대신 ‘김밥(Kimbap)’이 적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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