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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린 1일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에서 사람들이 축제를 즐기고 있다. 정효진 기자


1일 오전 무지개색 팔찌를 두르고 얼굴에 무지개 페인팅을 한 사람들이 상기된 표정으로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역 2번 출구에서 쏟아져나왔다. 지하철역 앞에서 제25회 서울퀴어문화축제(퀴어축제)의 안내를 맡은 자원봉사자 시현씨(20)가 “반갑습니다! 같이 즐겨요!”라고 외치며 사람들을 맞이했다. 사거리 건너편에선 퀴어축제 반대 집회가 열렸다. “동성애를 고친 사례가 있습니다. 빛으로 돌아오십시오”라는 방송을 뒤로하고 시현씨가 노랫소리에 맞춰 두 팔을 벌리고 춤을 췄다.

이날 퀴어축제에는 60개의 부스가 설치됐다. 비온뒤무지개재단,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등 성소수자인권단체부터 국가인권위원회 등 여러 단위가 부스를 열었다. 건국대·서울대·숭실대 등 대학 성소수자 동아리의 부스도 찾아볼 수 있었다. 이날 퀴어축제엔 3시 기준 15만명(주최측 추산)이 참여했다.

여러 동성커플들도 손을 잡고 거리를 누볐다. 카메라 앞에서 입을 맞추며 웃는 커플도 만날 수 있었다. 무지개색 배지를 매달고 퀴어축제를 찾은 강예린씨(25)는 “1년 동안 이날만 기다렸다. 해방감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진짜 축제라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청소년 성소수자들도 친구들과 함께 퀴어축제에 방문했다. 본인을 어떤 성별 정체성에도 속하지 않는 ‘젠더 플루이드’로 정의한다는 한모씨(16)는 “교실에서 친구들이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을 하거나 내 정체성을 밝히기 어려울 때 답답함을 느낀다”며 “지금은 저를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아서 자유로운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나예씨(16)는 “(성소수자 청소년들은) 성중립화장실이 없는 학교 환경에서 늘 불편한데, 퀴어축제는 나와 같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 ‘집’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제25회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한 김효곤씨(43, 왼쪽)와 임서영씨(37) 부부가 포즈를 취하고있다. 배시은 기자


가족 단위로 퀴어축제를 찾은 가족들도 있었다. 김효곤씨(43)와 임서영씨(37) 부부는 3살 아들을 유아차에 태우고 퀴어축제를 방문했다. 임씨는 “첫째가 중증장애로 세상을 떠났는데, 아이를 키운 후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연대의 의미로 축제를 찾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에게 교육 차원에서 현장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며 “우리 아이가 어른이 될 때쯤이면 차별이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날 여러 종교 단체들의 부스도 열렸다. 참가자들의 팔목에 오색실을 묶어주는 조계종부스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이날 조계종 부스를 운영한 시경 스님은 “불교는 성정체성·인종 등 타고난 것으로 편견을 두지 않는다”며 “성소수자를 만나기 위해 불교가 부스를 차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가톨릭 성소수자 모임인 ‘안개마을’과 ‘알파오메가’ 등도 부스를 열어 참가자들을 맞았다. 무지개색 스톨을 두른 목사가 참가자들에게 축복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제25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린 1일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에서 사람들이 축제를 즐기고 있다. 정효진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퀴어축제는 서울광장 대신 을지로 일대에서 열렸다. 서울시가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의 서울광장 사용 신청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은 연이어 퀴어축제가 서울광장에서 열리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아쉬워했다. 2016년부터 꾸준히 퀴어축제에 참여했다는 하리보(27·활동명)씨는 “서울시가 작년에 이어 ‘공공의 목적’으로 서울 광장을 사용해야 한다며 퀴어축제 개최를 반대했는데 퀴어축제는 공공의 목적이 아니라는 뜻처럼 느껴져 모욕적이었다”고 말했다. 연인과 함께 퀴어축제를 찾은 김정현씨(26)는 “다른 나라에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의 지원을 받아 행사를 여는데 해사조차 못하게 하는 서울시의 행정은 명백한 차별”이라고 말했다.

퀴어축제의 후원처를 규탄하는 시민단체의 목소리도 있었다.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은 독일·미국 대사관 부스 앞에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을 집단학살하는 것을 지원하는 미국·영국·독일 등의 참여를 규탄한다”며 시위를 벌였다. 제약회사 길리어드의 부스 앞에서도 “HIV 치료제의 가격을 높게 유지해 시민들의 의약품접근권을 막는 길리어드의 후원을 받을 수 없다”며 시민단체의 시위가 이어졌다.

“서울시 네 번 거절해도 축제 연다”···퀴어퍼레이드 종각 일대 개최제25회 서울퀴어퍼레이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서울광장 대신 도심 도로 위에서 열린다. 퀴어퍼레이드를 포함한 올해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18일까지 23일...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5071420001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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