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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3일 미국 증권 당국이 이더리움 현물 ETF를 승인했다./연합뉴스


5월 23일 미국 증권 당국의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은 뜻밖의 일이었습니다. 지나고 나서 이런저런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그 맥락은 정확히 해석되지 않습니다. 그 과정이 어떠했든 투자자들과 블록체인·암호화폐 산업에는 분명히 좋은 소식입니다. 7가지 질문과 답을 통해 그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①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이 주목받은 이유?지난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승인을 받아 출시된 비트코인 현물 ETF는 대히트였습니다. 지금까지 약 133억 달러가 유입됐고, 그사이 비트코인 가격은 60% 넘게 상승했습니다. 애초 기대한 대로 그동안 코인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기관투자가들이 다수 진입했습니다.

‘비트코인 ETF 현상’ 이후 시장은 당연히 그다음 암호화폐 현물 ETF는 어느 종목이 될지에 주목했습니다. 사실 그건 이더리움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가총액 약 2조6000억 달러 규모인 전 세계 코인시장에서 비트코인 비중이 50%가 약간 넘고 2위가 바로 약 17.5%인 이더리움이기 때문입니다. 1위 비트코인과 차이가 크지만 3위부터는 4% 이하로 떨어지기 때문에 독보적인 2위입니다.
② 정말 예상하지 못했나?
지난해 여름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부터 코인 업계가 주목해 온 월가 소식통 2명이 있습니다.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에서 ETF를 전담하고 있는 애널리스트 에릭 발추나스와 제임스 세이파트입니다. 두 사람은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 ETF의 다양한 동향을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해왔습니다.

3월 26일 이들은 이더리움 ETF 승인 확률 전망에 대해 25%라는 매우 비관적 수치를 제시했습니다. 이는 두 달 뒤인 5월 17일 금요일까지도 그대로였습니다. 그런데 주말이 지나 20일 월요일이 되자 느닷없이 전망을 180도 바꿔 75%로 조정했습니다. 이더리움 가격이 곧장 20% 상승하는 등 시장은 환호했습니다. 5월 23일 SEC는 실제로 이더리움 현물 ETF에 1단계 승인을 내렸습니다.

세이파트의 인터뷰를 보면 5월 20일 분위기가 바뀐 걸 확인한 뒤 같은 그룹사 매체인 블룸버그뉴스에 제보했다고 합니다. 기사를 썼다면 특종이 되었겠지만 블룸버그뉴스는 너무 예상 밖이어서 기사화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그 정도로 예상하기 힘든 변화였다고 할 수 있겠죠.
③ 왜 갑자기 바뀌었을까?어떤 말로도 설명이 되지 않으니 결국 ‘백악관 외압설’에 모두가 수긍하는 상황입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은 사실상 바이든 대 트럼프 구도로 확정됐습니다. 그런데 지난 3월부터 트럼프 측이 부쩍 암호화폐 쪽으로 손을 뻗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에 대해 “새로운 형태의 통화”라고 하더니 선거 후원금을 코인으로 받기 시작했고, 미국이 세계 코인 산업을 주도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국가부채 문제를 암호화폐로 해결할 방안을 연구하겠다고까지 합니다.

바이든 측이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최근 미국 의회에서 코인 업계가 바라던 법안들이 통과됐는데, 기존에 반대하던 민주당에서 일부가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백악관과 민주당이 코인 업계를 의식해 조율해낸 작품이라는 시선이 있습니다. 이더리움 ETF가 승인된 것도 마찬가지로 코인 투자자와 업계를 향한 바이든의 구애 작전이었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 배경입니다.
④ 트럼프와 바이든 중 누가 암호화폐에 친화적인가?코인 투자자와 업계만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과 트럼프의 현재 지지율은 37대 56입니다. 전체 유권자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이 엇비슷한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4년 전 두 사람이 맞붙었을 때 같은 조사에서 바이든과 트럼프 지지율은 43대 39였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현직 대통령 지지율이 낮고 야당 후보가 높습니다.

왜일까요? 국정에 책임을 지는 정부·여당은 코인 산업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특히 현재의 바이든 정부는 집권 기간 테라·루나 사태와 FTX 사태를 거치면서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던 면이 있습니다. 트럼프 역시 현직 때는 암호화폐에 부정적이었고 비트코인을 ‘스캠’(사기)이라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코인 업계에서는 ‘친(親)암호화폐’ 후보를 지지하자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지만 어느 쪽인지는 특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⑤ 이더리움 가격 오를까?장기적으로는 낙관적 전망이 많습니다. 이전 비트코인 ETF와 마찬가지로 이더리움에 대한 기관 투자가 늘면서 가격 상승을 견인할 거란 논리입니다.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2년 동안 1000억 달러가 암호화폐 ETF로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다만 ETF 출시가 확정되면 단기적으로는 하락장이 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그레이스케일이라는 자산운용사가 운용해 온 이더리움 투자신탁 상품이 대표적 이유로 꼽힙니다. 비트코인 ETF 때도 이 기업의 비트코인 신탁 상품이 ETF로 전환되면서 묶여 있던 자금이 대거 유출돼 하락장으로 이어진 바 있습니다. 이더리움 때도 같은 현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승인된 것은 규정 변경서입니다. 등록신고서까지 승인돼야 출시가 가능합니다. 짧게는 몇 주, 길게는 5개월까지 걸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⑥ 또 다른 암호화폐도 ETF가 나올까?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암호화폐 1등, 2등일 만큼 자금 규모와 역사를 갖췄으며 이미 선물 ETF가 출시돼 상품 시장에서 상당 기간 운영돼왔습니다. 하지만 다른 암호화폐는 그런 사례가 아직 없습니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똑같은 경로를 거쳐 다른 암호화폐 ETF가 단기간에 출시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입니다. 업계에서는 암호화폐를 다루는 법과 제도가 달라지면 새로운 경로가 삽시간에 가능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⑦ 이더리움 ETF에 대한 코인 업계의 화두는?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차이를 아주 거칠게 요약하면 비트코인은 금(金) 같은 가치저장 수단, 이더리움은 소프트웨어에 가깝습니다. 사고팔고 보관하는 기본 기능에 집중해온 비트코인의 역사와 달리 이더리움은 스테이블코인, NFT, 탈중앙금융(디파이) 등 다양한 서비스를 구현해왔습니다.

업계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ETF의 효과도 다를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다른 ETF와 큰 차이가 없어보이지만 이더리움 ETF에 발을 들이는 기관들은 저마다 수요와 특성에 맞춰 이더리움을 소프트웨어로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전통 금융 및 산업이 블록체인·암호화폐 산업을 한층 확장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은 과연 현실이 될 수 있을까요.

김외현 비인크립토 한국·일본 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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