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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익의 노래로 보는 세상
에스파-뉴진스 첫 동시 활동
에스파. 에스엠 제공


뉴진스와 에스파가 나란히 활동을 시작했다. ‘하필’이라는 표현이 딱 떠오른다. 많이들 알다시피 뉴진스의 소속사인 어도어와 모회사 하이브가 여전히 대립 중이기 때문이다. 역대급 폭로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에스엠(SM) 소속의 에스파를 언급하는 내용도 나왔는데 표현이 아주 적나라했다. 뉴진스의 데뷔를 앞둔 시점에 그가 민희진 어도어 대표에게 보낸 메시지다.

“에스파, 밟으실 수 있죠?”

에스파가 뉴진스의 라이벌이라고 선언하는 셈이었다. 데뷔 시기도 비슷하고 국내 1, 2위 기획사의 대표 걸그룹이라는 구도도 완벽했다. 게다가 에스엠 역시 이번 하이브―민희진 사태 못지않게 시끄러웠던 인수전을 치른 게 불과 작년 일이다. 이렇게 밑밥이 잔뜩 깔린 상황에서 두 팀이 맞붙은 것이다. 참고로 둘이 같은 시기에 활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진스. 어도어 제공

먼저 선배 에스파의 새 앨범 이야기부터 해보자. ‘블랙맘바’ ‘넥스트 레벨’ ‘드림스 컴 트루’ ‘드라마’ 등 몇번의 미니 앨범을 통해 내놓은 노래들이 워낙 많아서 어리둥절한 분들도 있을 텐데 이번이 첫번째 정규앨범이다. 10곡의 신곡은 음악적 역량을 과시하듯 장르가 모두 다르다. 애교 넘치는 기타 팝 ‘리커리시’나 전형적인 여름 노래 ‘바하마’처럼 힘을 쭉 뺀 노래들도 있고 장난기 넘치는 소녀들의 수다 같은 ‘롱챗’과 러브송 ‘목소리’도 있는데 가장 매운 맛 ‘슈퍼노바’와 ‘아마겟돈’을 타이틀로 연달아 내세웠다. 청량하고 듣기 편한 노래들이 대세인 걸그룹 흐름과 확실하게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을 엿볼 수 있다.

‘슈퍼노바’는 헤비메탈이라는 장르를 재해석했다. 나보고 밴드 음악으로 편곡하라면 하루 만에 할 수 있을 정도. 특히 리드 신시사이저는 디스토션 걸린 기타로 당장 교체해도 끝내줄 것 같다. 장담컨대 한달 안에 메탈 밴드 커버 버전이 나올 거다, 라고 쓰고 확인해보니 벌써 우르르 영상이 올라와 있다. 두번째 타이틀 ‘아마겟돈’은 에스파식 힙합이다. 같은 팀의 노래인가 싶을 정도로 다르다. 날카로움과 두터움이랄까. 두 곡을 꿰뚫는 세계관 설명은 지면 관계상 생략하기로 한다.

뉴진스. 어도어 제공

뉴진스는 앨범이 아닌 싱글을 잇달아 발표했다. 먼저 ‘버블 검’은 스무살 안팎의 멤버들을 타임머신에 태워 30년 전으로 데려다 놓은 노래다. 뮤직비디오를 보면 분명히 뉴진스 멤버들인데, 40대 후반인 내가 중학교 때 좋아하던 여자애처럼 입고 말하고 노래한다. 브라운관 텔레비전을 보고 꽃반지를 끼고 “넌 역시 짱이야”라고 감탄한다. 짱이라니…. 음악도 꼭 그 시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시티 팝처럼 달콤하고 편안하다. 뒤이어 나온 ‘하우 스위트’는 더 노골적으로 1990년대 감성을 되살려낸다. 민 대표가 허를 찌르는 데 일가견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완전히 한물간 줄 알았던 마이애미 베이스를 2024년에 듣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마이애미 베이스가 뭐냐면, 장르 이름은 거창한데 마이애미까지 갈 거 없이 1990년대 강남역 주변 나이트클럽에서 지겹도록 나왔던 노래들이다. 우리 가요 중에는 듀스의 ‘약한 남자’를 들어보면 딱 알 수 있다.

할리우드 영화나 판타지 게임처럼 화려한 에스파의 뮤직비디오와 정반대로 뉴진스는 그 옛날 캠코더 질감을 구현했다. 번쩍이는 의상을 입은 에스파가 액션과 특수효과와 칼군무로 압도하는 반면, 헐렁한 티셔츠를 걸친 뉴진스는 함께 여행하고 춤추고 노래하며 소녀들의 정서에 집중한다. 다만 ‘하우 스위트’ 뮤직비디오가 노래와 상관없는 논란에 휩싸인 점은 안타깝다. 연령 제한이 걸린 채로 유튜브에 올라가 조회에 어려움을 겪은 팬들이 속출한 것이다. 뉴진스를 찍어서 홀대한다는 비난에 대해 하이브는 연령 제한이 유튜브 본사의 조치라고 해명했으나 여전히 하이브를 의심하는 댓글이 가득하다. 몇번을 다시 봐도 외설·폭력적인 장면을 못 찾겠는데, 대체 왜 연령 제한이 걸렸는지 나도 궁금하다.

에스파. 에스엠 제공

최근 에스파는 새 앨범 쇼케이스에서 방시혁 의장의 “에스파 밟으실 수 있죠?” 카톡과 관련한 질문을 받은 적 있다. 카리나는 뉴진스와 대기실에서 만나면 하트도 주고받을 정도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대답했고, 닝닝은 각자의 개성이 있어서 서로 비교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뉴진스가 아니라 과거의 우리 자신과 경쟁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와, 이런 우문현답이 있나. 돈과 권력을 놓고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는 어른들보다 훨씬 낫다. 에스파도 뉴진스도 전보다 더 멋진 모습으로 돌아왔으니, 둘 다 승부에서 이긴 거다.

방시혁 의장님 잘 들으셨죠? 당신이 밟고 올라서야 할 대상은 상대가 아니라 과거의 자신이랍니다. 닝닝이 그랬어요.


에스비에스 라디오 피디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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