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뉴스데스크]
◀ 앵커 ▶

백혈병에 걸린 뒤 부당해고 당한 청년 노동자의 사연, 어제 전해드렸는데요.

스무 살 청년에게 가혹했던 건 회사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일학습 병행제'로 공부하던 대학에서는, 본인 동의도 없이 자퇴 처리를 했습니다.

일을 하다 아프거나 다쳐도 휴학 처리가 안 된다는 건데, 과연 그럴까요.

차주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삼성전자 협력업체인 케이엠텍에서 일을 시작한 건 특성화고 3학년 때입니다.

[이승환]
"그냥 선생님이 '여기가 사람 부족하대. 여기 일찍 갈 수 있대' 해서..."

3개월 현장실습을 마치고는 정규직이 됐습니다.

평일엔 일하고, 주말엔 대학 공부를 할 수 있는 '일학습 병행제' 기업이라 계속 남기로 한 겁니다.

[이승환]
"어차피 대학교도 다녀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런데 이왕 회사 다니면서 다니면 더 나으니까..."

관련법 상, 승환 씨의 신분은 '학습근로자'.

근로자이면서 동시에 학생 신분이라, 근무 자체가 교육훈련 과정입니다.

그런데도 회사는 가혹했습니다.

[이승환]
"제가 손가락에 금이 간 적이 있었어요. 여기를 깁스하고 왔는데, 손가락 쓰는 일은 여기 3개 뿐이니까 출근해라. 이상없네."

일보다 힘들었던 건 처음 맡아본 악취.

휴대전화를 조립하는 내내, 공장 안에선 이상한 냄새가 났다고 합니다.

[이승환]
"마스크를 두 개씩 끼는 애들도 있었고, 어디서 나는지 모르겠는데 '냄새가 어디선가 계속 난다' 그런 애들도 있었고..."

대학 졸업까지는 버텨보려 했지만, 졸업 한 학기를 앞두고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항암치료 때문에 결석이 계속되자, 대학 측은 퇴학을 통보했습니다.

자퇴원을 낸 적도 없는데, 문자 한 통으로 자퇴 처리한 겁니다.

[영진전문대 관계자 (음성변조)]
"여기 카톡 보시면 '퇴학을 해도 좋느냐' 했더니 '네, 그렇게 해주세요'라고 답을 했잖아요. <'자퇴를 희망하느냐' 물어본 적은 없잖아요.> 그래, 뭐 그렇긴 하죠. 그런데..."

학습근로자가 일을 하다 다치거나 아프면 계약 해지 사유가 됩니다.

이런 법과 학칙에 따라, 휴학 대신 자퇴 시킬 수밖에 없었다는 게 학교 측 주장입니다.

[영진전문대 관계자 (음성변조)]
"이게 정규 과정이면 휴학하면 돼요. 그런데 이건 정부하고 기업하고 대학이 운영하는 일종의 한시 단기 과정이에요. 중간에 이렇게 탈락했을 때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요. 휴학이나 이런 걸..."

과연 그럴까.

교육부 고시에는 학습근로자에 대한 구제 대책이 마련돼 있습니다.

계약학과 운영이 종료되거나 폐지돼도, 관련 학과에서 나머지 교육을 받은 뒤 졸업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휴학도 되고, 복학도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장영경/이승환 씨 어머니]
"치료를 받으면서 제게 했던 말이 너무 가슴이 아파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왜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나에게 이런 병이 생겼을까. 희망이 없어졌어."

영진전문대 측은 관련 학칙을 신속히 개정하고, 승환 씨가 복학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혀왔습니다.

MBC뉴스 차주혁입니다.

영상취재: 김준형 / 영상편집: 문명배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email protected]
▷ 카카오톡 @mbc제보

MBC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4336 까다로운 한국서 통하면, 세계를 홀린다…삼성동 그 파도처럼 [비크닉] 랭크뉴스 2024.07.13
24335 야당, ‘채 상병 특검 거부권 규탄’ 범국민대회 참석…여당 “생떼” 비판 랭크뉴스 2024.07.13
24334 기득권 된 586이 불편해?…현실 정치 속살 가른 ‘해체 쇼’ 랭크뉴스 2024.07.13
24333 “이렇게 안 팔릴 줄이야”...폭망한 애플의 ‘야심작’ 랭크뉴스 2024.07.13
24332 北중학생 30명 공개 총살…“대북 풍선 속 韓드라마 담긴 USB 주워 본 죄” 랭크뉴스 2024.07.13
24331 출고 한달 안 된 신차 전복사고…급발진 주장에 국과수 답변 랭크뉴스 2024.07.13
24330 나경원 “한동훈은 지금 ‘이재명 따라하기’···당권과 대권 중 하나만 해야” 랭크뉴스 2024.07.13
24329 ‘스콧 보라스’ 꿈꿨던 변호사들…스포츠 에이전트의 현실은 ‘장롱 자격증’ 랭크뉴스 2024.07.13
24328 멜라니아 美대선 무대 등판…'트럼프 후보 지명' 전당대회 참석 랭크뉴스 2024.07.13
24327 [영상] 이재용 회장, 아시아 최고 갑부 막내아들 결혼식에서 포착 랭크뉴스 2024.07.13
24326 김종인 “한동훈, 대통령 배신 못해…尹 실패하면 차기 대선 희망 없다” 랭크뉴스 2024.07.13
24325 印재벌 막내 결혼식 전세계 거물 총출동…"이재용, 뭄바이 도착" 랭크뉴스 2024.07.13
24324 바이든 기자회견 2천300만명 시청…오스카 시상식보다 흥행 랭크뉴스 2024.07.13
24323 양주 태권도장서 5살 남아 심정지…30대 관장 ‘CCTV 삭제’ 랭크뉴스 2024.07.13
24322 '태권도장 5세 남아 심정지' 전말…거꾸로 매트 사이에 넣어 10분 넘게 '방치' 랭크뉴스 2024.07.13
24321 "사두기만 하면 돈 번다"...최고 ‘안전자산’은 수도권 아파트 랭크뉴스 2024.07.13
24320 나토 정상들 '바이든 말실수' 감싸도…유럽 언론 "그는 끝났다" 랭크뉴스 2024.07.13
24319 정부 엇박자에 고삐 풀린 주담대…가계빚 어떻게 잡을까 랭크뉴스 2024.07.13
24318 인천 교차로서 오토바이-화물차 충돌‥20대 오토바이 운전자 사망 랭크뉴스 2024.07.13
24317 넷플릭스에 '포용 전략팀'이 있는 이유[김한솔의 경영전략] 랭크뉴스 2024.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