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넷플릭스 ‘언프로스티드’
<언프로스티드>에서 켈로그사의 신제품 개발자로 등장하는 멜리사 맥카시(왼쪽)와 제리 사인펠드. 사인펠드는 이 영화의 연출도 맡았다. 넷플릭스 제공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기업의 라이벌 의식은 해당 산업 발전의 원동력이 되곤 했습니다. 코카콜라와 펩시, 나이키와 아디다스, 맥도날드와 버거킹, 삼성과 애플, 마블 코믹스와 디씨 코믹스…. 미국인에게 사랑 받는 아침식사 시리얼을 만드는 켈로그와 포스트도 오랜 라이벌입니다.

넷플릭스 <언프로스티드>는 신제품 개발을 앞둔 켈로그와 포스트의 경쟁을 다룬 코미디 영화입니다. 두 회사가 치열하게 경쟁했다는 것 자체야 사실이겠지만, 영화의 세부 내용은 허구로 보입니다. 이런 황당한 이야기가 진실일 리는 없거든요.

1960년대 초반 미국 미시간주 배틀 크릭에서 켈로그와 포스트 건물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둔 채 진을 치고 있습니다. 선대로부터 사업을 물려받은 양사의 최고경영자는 매일 쌍안경으로 상대가 무엇을 하는지 염탐하기에 바쁩니다. 두 회사의 최고경영자는 한때 사귀었으나, 원수 가문의 연인인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맺어지지 못한 아픈 사연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켈로그는 포스트가 상온 보관할 수 있는 과일 페스트리를 넣은 아침 식사를 개발한다는 첩보를 입수합니다. 뒤질 수 없던 켈로그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일하던 전직 연구원을 불러들이는 한편, 아동용 자전거 제작자, 미트볼 통조림 개발자, IBM 슈퍼컴퓨터 등을 모아 신제품 개발 드림팀을 만듭니다.

영화 <언프로스티드>에서 마저리 포스트 역으로 등장하는 에이미 슈머(왼쪽). 포스트사를 물려받은 그는 켈로그를 이기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넷플릭스 제공


벌써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실 겁니다. 아침 식사를 개발하는데 자전거 개발자와 슈퍼컴퓨터가 왜 필요하죠? <언프로스티드>는 관객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는 ‘병맛 코미디’에 가깝습니다. 미국식의 얼토당토 않은 유머도 첨가됐습니다. 신제품 개발은 곧 난관에 부딪힙니다. 영화에는 우유 산업을 통제하는 거대 카르텔이 등장합니다. 시리얼 대체 식품 소비가 늘어나면 우유 소비도 줄어들 수 있기에, 우유 카르텔은 켈로그 개발자들을 협박합니다. 포스트의 개발 속도를 늦추기 위한 첩보전도 펼쳐집니다. 켈로그 직원들은 푸에르토리코의 설탕 거물을 찾아가 독점권을 획득해 포스트를 방해합니다. 포스트 회장은 소련 서기장 흐루시초프를 찾아가 쿠바 설탕을 들여오려 합니다. 두 회사의 사생결단 경쟁에 백악관까지 개입합니다.

켈로그의 마스코트인 호랑이를 연기하던 배우가 영화 막바지 최대 위기를 초래합니다. 셰익스피어 연극을 하는 자존심 높은 이 배우는 생계를 위해 호랑이 가면을 쓰고 광고에 출연하지만, 켈로그의 부당한 대우에 화가 나 있는 상태입니다. 새 제품이 개발되면 호랑이 역할이 필요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염려에 배우는 전국의 마스코트 연기자들을 모아 대규모 시위를 계획합니다. 앵무새, 호랑이, 닭, 초콜릿 같이 귀여운 복장을 입은 배우들이 켈로그 건물 앞에서 폭동을 일으키는 대목은 영화의 종반부 하이라이트입니다.

<언프로스티드>에서 켈로그사 마스코트인 호랑이를 연기하는 휴 그랜트(가장 왼쪽). 켈로그사의 부당한 대우에 분노한 그는 각 식품회사의 마스코트를 모아 시위를 계획한다. 넷플릭스 제공


1960년대풍의 화려하고 원색적인 레트로 세트와 의상이 등장합니다. 아침 식사 개발 과정에 냉전 시대의 미국과 소련 정부, 폭력을 불사하는 거대한 식품 카르텔이 엮여있다는 황당한 상상력이 펼쳐집니다. 물론 <언프로스티드>를 즐길 만하다면 이 터무니없는 코미디를 즐겁게 연기한 배우들에게 공을 돌려야 할 겁니다. 미국의 전설적인 시트콤 배우인 제리 사인펠드가 연출하고 주연을 맡았습니다. 멜리사 맥카시, 에이미 슈머, 피터 딩클리지, 크리스천 슬레이터. 제임스 마스던이 작정한 코미디 연기를 보여줍니다. 무엇보다 <패딩턴 2>, <웡카> 등에서 엄숙한 표정, 근엄한 대사로 엇박자 코미디를 보여준 휴 그랜트가 호랑이 연기를 하는 배우로 등장해 다시 한번 실력을 발휘합니다.

결국 켈로그가 만든 음식은 팝타르트입니다. 저는 먹어보지 못했지만, 맛본 사람에 따르면 “엄청나게 달고 맛있지만 몸에는 안 좋을 것 같다”고 하네요.

‘아침 거르지 맙시다’ 지수 ★★★ 부드러운 우유가 감싼 바삭한 시리얼의 맛

‘음모론’ 지수 ★★★ 간식 개발에 전지구적 정치 역학이 작동한다고?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9091 中 수출액, 예상치 넘는 반등...4월 위안화 기준 작년 대비 5.1% 증가 랭크뉴스 2024.05.09
29090 [단독] 이시원, 채상병 사건 회수 날 유재은에 ‘보고서’ 요구 랭크뉴스 2024.05.09
29089 이인규 전 중수부장 '논두렁 시계 보도' 정정 청구, 일부 파기환송 랭크뉴스 2024.05.09
29088 "중국발 가짜 온라인몰 7만개…미·유럽 80만명 개인정보 털려" 랭크뉴스 2024.05.09
29087 유승민 “윤석열, 특검은 모두 거부하고 중요한 질문엔 동문서답” 랭크뉴스 2024.05.09
29086 의협 회장 "의사 수입?"…소말리아 의대생 사진 올리며 "커밍쑨" 랭크뉴스 2024.05.09
29085 이인규 전 중수부장 ‘논두렁 시계 보도’ 손해배상 청구, 대법 일부 파기 랭크뉴스 2024.05.09
29084 '민희진의 난' 일주일 뒤...BTS 멤버들 주식 재산 204억 원 증발 랭크뉴스 2024.05.09
29083 "아기 살렸는데 12억 배상이라니…" 소송 공포에 분만 포기하는 의사들 랭크뉴스 2024.05.09
29082 방향 바꾸던 선박 블록 넘어져…조선소 노동자 2명 목숨 잃어 랭크뉴스 2024.05.09
29081 경남 고성 조선소서 구조물에 깔린 노동자 2명 숨져 랭크뉴스 2024.05.09
29080 38.5도 이상 고열 5일 넘게 안 떨어지는 ‘이 병’··· 5세 미만 특히 주의 랭크뉴스 2024.05.09
29079 대기 덮인 ‘슈퍼 지구’ 첫 발견…그런데 생명체 못 사는 이유는? 랭크뉴스 2024.05.09
29078 윤 “연금 개혁 22대 국회로”…21대 국회 20일 남았는데 랭크뉴스 2024.05.09
29077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의료 개혁·물가 등 대응 계획은? 랭크뉴스 2024.05.09
29076 전청조 1심 징역 12년 받자 "혐의 인정하지만 형량 과중" 주장 랭크뉴스 2024.05.09
29075 야권, 윤 대통령 기자회견 혹평…“반성 찾을 수 없어”·“벌거벗은 임금님” 랭크뉴스 2024.05.09
29074 지난달 전국 아파트 경매 3천건 넘어…3년5개월 만에 최다 랭크뉴스 2024.05.09
29073 尹 재차 강조한 ‘금투세 폐지·ISA 비과세 확대’ 가능할까… “ISA가 좀 더 낙관적” 랭크뉴스 2024.05.09
29072 파두 방지책 나오긴 했는데… 업계선 ‘금감원 탁상공론’ 쓴소리 랭크뉴스 2024.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