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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KBS 신임 사장이 지난해 11월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아트홀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공영방송 신뢰도 추락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헌법재판소가 지난 30일 ‘TV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림에 따라 수신료 분리징수가 본격적으로 추진될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7월 개정된 방송법 시행령 43조2항은 ‘지정받은 자가 수신료를 징수할 때엔 지정받은 자의 고유업무와 관련된 고지행위와 결합해 행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행령대로라면 한국전력(한전)이 전기요금과 함께 수신료를 고지·징수하는 것이 금지되는 것이다. 헌재의 결정 이후 TV수신료 분리징수를 둘러싼 논란과 의문점을 문답 형식으로 풀었다.

Q. 수신료 지금까지 어떻게 내왔나?

A. 한전이 1994년 수신료 위탁징수 업무를 맡아온 이래로 전기요금에 월 2500원의 수신료가 포함됐다. 전기요금을 내면 자동으로 수신료도 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수신료 통합고지·징수는 지난해 7월 시행령 개정안이 공포되면서 불가능해졌다.

Q. 시행령 개정 후에는 수신료를 누가 걷어가고 있나?

A. 여전히 한전이 고지와 징수 업무를 모두 맡고 있다. 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해선 수신료 고지와 징수 업무를 누군가 맡아야 하는데, 시행령 개정 10개월이 지나도록 이에 대한 교통정리가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과 직접 전기사용 계약을 맺은 가구와 사업장에 대해 정부는 과도기 동안은 한전이 전기요금과 함께 고지하되 분리납부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지난해 과도기가 끝난 뒤에도 KBS는 분리고지·징수 업무를 이관받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박민 KBS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2월에 분리고지를 본격 시행할 것이라고 했지만 4월로 미뤘고 결국 5월까지 유예했다.

KBS의 반복된 분리징수 유예 상황에서 한전은 지난달 17일 KBS에 위·수탁 계약 종료 공문을 보냈다. 내년부로 계약이 연장되지 않는다면 KBS는 수신료 고지뿐만 아니라 징수 업무도 맡게 될 수 있다.

관리사무소가 전기요금 등 관리비를 고지, 수납하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경우 더욱 문제가 복잡하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상 관리사무소의 납부 대행 업무에는 수신료가 포함돼있지 않다. 그런데 방송법 시행령 개정으로 관리사무소가 법적 권한이 없는 일을 해야할 처지에 놓이자 공동주택 관리비 징수 업무를 담당하는 대한주택관리사협회(대주관) 측이 반발했다.

이후 국토교통부가 관리 주체가 입주자 대신 수신료 납부를 가능하게 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입안예고했다. 하지만 대주관은 국토부에 개정 반대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대주관은 31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수신료 안 내는 세대들이 많아 체납 관리하는 게 어렵다”며 “KBS나 한전이 직접 입주민에게서 수신료를 징수해가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이렇듯 수신료 분리징수가 현장에 자리 잡지 못해 앞으로도 한전과 KBS·아파트 관리사무소 등 여러 주체가 수신료 고지·징수·미납 관리 등의 역할 분담을 두고 갈등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 지난 2월27일 지면 1면에 실린 전국전력노동조합 광고


Q. 수신료 안 내고 싶으면 안 내도 되나?

A. 시행령 개정안은 수신료 통합고지·징수를 금지하는 것이지 수신료 납무 의무를 없애준 것이 아니다. 상위법인 방송법에 따라 TV수상기를 소지한 이는 수신료를 납부해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7월 보도자료를 통해 “수신료 분리징수로 법상 ‘수신료 납부 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수신료를) 납부하지 않더라도 한전 차원의 단전 등 강제 조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신료 체납 시 체납액의 3%를 가산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도 방통위는 “법률상 가산금은 붙을 수 있으나, 납부하지 않는 국민에 대해 강제 집행에 나설지는 전적으로 KBS가 자체 판단해 결정하고 집행할 문제”라고 말했다.

Q. 수신료 분리징수로 KBS와 EBS는 어떤 타격을 받나?

A. KBS와 EBS 모두 재정 위기를 우려하고 있다. KBS는 재원의 48%가량, EBS는 7%가량이 수신료로 채워져 특히 KBS에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KBS 측은 지난해 11월 ‘위기극복 워크숍’에서 “내년 수신료 수입 결손 비율을 30%로 가정했을 때 결손액은 2627억원”이라며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2년 내 자본잠식이 시작된다”고 했다. 박유준 언론노조 EBS지부장도 “다큐, 어린이 대상 콘텐츠 등 EBS 프로그램들은 공적 재원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제작이 어렵다”고도 했다.

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시스템 마련과 운영에 더 큰 비용이 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KBS는 시행령 공포 당시 입장문에서 “방송법 시행령 개정으로 프로그램과 공적 책무 수행에 쓰여야 할 수신료가 징수 비용으로 더 많이 쓰여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에 놓인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Q. KBS랑 EBS 안 보는데, 수신료 왜 내야 하나?

A. 수신료 제도는 TV를 시청하는 대가인 시청료가 아니라 공영방송 운영에 대한 분담금을 납부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공영방송에 대한 불만족이 있을 수 있으나 미디어 다양성 확보를 위해선 공영방송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미디어를 시장에만 맡겨두면 사회적 약자나 지역 관련 콘텐츠 등 시장성이 다소 떨어지는 콘텐츠들이 충분히 생산되지 못할 수 있다.

헌재는 이번 결정문에서도 “수신료 외의 방송광고수입이나 국가 보조금의 비율이 증가할수록 사인이나 국가에 의한 영향력이 증가해 공영방송의 독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향후 수신료에 의한 재원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공론화 및 여론 수렴을 통해 입법부가 수신료를 증액하거나 징수 범위 등을 개선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더 알아보려면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되기까지의 과정마다 절차적 정당성 문제가 제기됐다. 수신료 분리징수가 공영방송의 역할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관련해 이해를 도울 경향신문 기사를 첨부했다.

대통령실 KBS수신료 토론 댓글 분석해보니···넷 중 하나가 ‘중복’ 이용자대통령실이 KBS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의 주요 근거로 든 국민제안 홈페이지의 토론 댓글 넷 중 하나는 같은 사람이 두 번 이상 쓴 것으로 분석됐다. 댓글이 올라온 시각도 유...https://www.khan.co.kr/politics/president/article/202306150600001

KBS, 수신료 분리징수 헌법소원···하루 만에 1만5000명 “효력 정지” 탄원서하루만에 1만5000명이 개정된 방송법 시행령의 효력 정지 결정을 조속히 내려달라고 헌법재판소에 촉구하는 탄원서에 서명했다. 한국방송(KBS)은 개정된 시행령이 위헌이라며 헌...https://www.khan.co.kr/national/media/article/202307121921011

[미디어세상]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 정부와 언론의 실패KBS 수신료를 전기요금에 통합해 징수하던 것을 금지하는 방송법 시행령안이 곧 강행 통과할 것 같다. 이 일의 시발은 대통령실이 지난 3월 초부터 한 달간 홈페이지에서 관련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30703030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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