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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댄스 체험에서 퍼스널 컬러 테스트, 사주와 신점까지…
외국인의 한국 관광 패턴, ‘일상 체험형’으로 달라져
팬데믹 이후 해외여행은 ‘경험 소비’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한국을 오는 외국인 관광객도 ‘관람’보다는 ‘체험’ 여행을 선호한다.


찜질방에서 ‘양머리’를 하고 삶은 달걀을 먹거나, 경복궁에서 한복 체험을 하는 외국인이라면 ‘프로 여행러’로 여겼다. 그러나 요즘 여행객들에겐 이미 지나간 유행이었다. 그들은 현지인보다 더 다채로운 한국을 즐기고 있었다. K팝 댄스 체험에서 퍼스널 컬러 테스트, 사주와 신점까지….

팬데믹 이후 더욱 ‘다이내믹’해진 한국 관광을 외국인의 발걸음으로 따라가봤다.

서울 성동구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K팝 댄스 체험 교실 ‘바이브’를 운영 중이다. 문재원 기자


‘새로운 체험’ 팬데믹 갈증을 풀다

매주 금요일 오후 3시,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로 가벼운 차림의 다국적 외국인들이 모여든다. 원밀리언은 지난해 말부터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K댄스 체험 프로그램 ‘바이브(ViBE)’를 운영하고 있다. 원밀리언은 체험 프로그램뿐 아니라 기존 수업 수강생의 70%가 외국인일 정도로 ‘K팝 댄스 일번지’로 통한다. 외국인 대상 수업을 진행한 조수연 안무가는 “언어를 배제하고 정서나 교감을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춤”이라며 “2시간 내내 함께 춤을 추면 모두 친구가 되어 그대로 저녁을 먹으러 나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날 수업은 K팝 그룹 라이즈의 곡 ‘Get A Guitar’였다. K팝 댄스의 기본기인 리듬 타기와 스텝을 먼저 익힌다. 수업은 K팝 아이돌처럼 팀을 이뤄 챌린지 영상을 찍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챌린지 영상은 ‘각도’에 능숙한 전문가가 촬영해 추억 남기기에 제격이다.

일본 오사카에서 온 스기우라 미사·유이 자매가 원밀리언에서 K팝 댄스를 체험했다. 두 사람은 그룹 세븐틴의 팬으로 부모님과 ‘K팝 투어’를 위해 3박 4일 한국여 행을 왔다. 문재원 기자


일본 오사카에서 온 스기우라 부부는 K팝 그룹 세븐틴을 좋아하는 딸 미사와 유이가 춤을 추는 모습을 유리문 너머로 흐뭇하게 보고 있었다. 이들은 두 딸을 위한 3박4일 ‘K팝 투어’를 준비했다. 이미 오전에는 세븐틴의 소속사 하이브를 방문해 한바탕 굿즈 쇼핑을 했다. 엄마에게 한국은 ‘에스테틱의 나라’였지만, 아이에게는 ‘무조건 K팝’이라고 했다. K팝 댄스 체험 참여를 앞둔 미사는 “K팝 아이돌을 꿈꾸는 것은 아니지만 신나는 K팝 곡에 맞춰 현지의 댄스를 즐겨볼 기회”라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싱가포르에서 온 가족은 블랙핑크 팬인 딸을 따라 엄마, 아빠 모두 K팝 댄스 체험을 했다. 특히 태어나서 춤을 처음 춰본다는 아빠 셰인의 다소 ‘뚝딱이지만’ 열정적이고 진지한 춤사위가 인상적이었다. 엄마 셰하라와 딸 산드린은 “코로나19 유행 시기 모든 거리가 봉쇄되면서 집에서 유튜브 댄스 동영상을 보며 운동하다 원밀리언 채널을 발견했다”면서 “언젠가 꼭 한국을 찾아 K팝 댄스 수업을 듣고 싶었는데 꿈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6박 7일 휴가로 한국행을 택한 싱가포르 가족 아버지 셰인, 엄마 셰하라 그리고 딸 산드린 가족이 함께 K팝 댄스를 체험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이들 가족은 지난 6박7일 동안 한국에서 다양한 체험을 했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미용실에서 머리한 뒤 경복궁에서 한복 체험을 했으며 한강 요트를 탄 다음 남산서울타워 야경을 즐겼다. 여기에 잠실 야구 경기 관람, 남이섬 레일바이크, 비무장지대(DMZ) 관광, 딸기 따기 체험까지 야무지게 찾아다녔다. 이들에게 한국은 신나는 액티비티의 나라다.



팬데믹 이후 해외여행은 ‘경험 소비’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새로운 장소에 대한 갈망, 평소 하기 힘든 역동적인 경험을 기꺼이 시도하는 액티비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액티비티 플랫폼 ‘엑스크루’가 자사 플랫폼을 이용한 국내 거주 및 방한 외국 관광객 94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79%가 단순 관람형 상품보다는 현지인과 함께하는 새로운 체험 액티비티를 원한다고 답했다.

외국 관광객이 젊어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3명 중 1명 이상이 30세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21~30세가 279만명으로 25.3%를 차지했고 20세 이하는 114만명으로 10.3%였다. 31~40세 227만명(20.6%), 41~50세 162만명(14.7%), 51~60세 135만명(12.2%), 61세 이상 111만명(10.1%) 순이다. 예전보다 젊은 여행객들이 한국을 더 찾는 데는 ‘K콘텐츠’의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 여행도 이에 발맞춰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K팝 공연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관광객이 K팝 레코딩 체험을 할 수 있는 전문 스튜디오가 등장했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헤마스튜디오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문을 활짝 열었다. 아이돌 등 유명 가수의 앨범 제작 경험이 있는 디렉터가 직접 레코딩을 진행한다. 정창식 매니저는 “자신이 좋아하는 K팝이나 드라마 OST 수록곡을 커버하며 추억을 만들기 위해 오는 관광객이 늘고 있다”면서 “담당 디렉터가 녹음을 하며 간단한 보컬 트레이닝을 해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왼쪽 시계방향) 외국인 관광객이 즐기는 한국 체험형 투어…사주 카페, 퍼스널 컬러 진단, K팝 레코딩, 미용실 체험. 각 사 제공


‘올리브영’에서 화장품을 사는 것 역시 K뷰티 관광의 한 코스지만 여기서 나아가 K메이크업 노하우를 배운다든가 미용실에 들러 한국 연예인의 헤어스타일을 연출해보는 것도 외국인 관광객의 위시리스트 중 하나가 됐다. 인천공항철도가 직통으로 연결된 홍대입구역은 관광객에게 K뷰티의 메카로 통한다. 홍대 상권에 있는 순시키헤어는 외국인 전담 미용실이다. 하루 외국인 방문객만 30~50명에 이른다. 외국인이 선호하는 헤어스타일에 대해 백순식 대표는 “K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여성은 우아한 느낌의 세팅파마를 가장 선호하고 남성들은 일명 ‘차은우 머리’라고 불리는 ‘댄디컷’을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다운파마로 이마를 앞머리로 가리는 요즘 아이돌의 헤어스타일이다. 백 대표는 다과로 약과를 준비하고 한국식 미용실 ‘스몰토크’를 위해 쾌활한 성격의 원어민 통역사를 배치하는 등 헤어스타일뿐 아니라 다양한 한국 체험을 곁들인 것이 흥행 포인트라고 말했다.

퍼스널 컬러 진단글로벌 유행에 대해 ‘컬러오브유’ 조문주 대표는 “우리나라가 기존의 것을 ‘트렌드화’하는 데 탁월한 것”이라 설명했다. 컬러오브유 제공


한때 ‘퍼컬’ 열풍을 몰고 온 ‘퍼스널 컬러 진단’도 대표적인 K뷰티 관광 코스가 됐다. ‘여름 쿨톤’으로 나왔다는 미국인 셰릴은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공항철도를 타고 즉시 홍대입구로 달려가 내 퍼스널 컬러를 진단받았다”며 “의류 및 메이크업 제품 쇼핑 계획이 있는데 퍼스널 컬러에 맞춰 정확하게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컬러오브유’의 조문주 대표는 “북미, 유럽, 아시아 관광객이 주로 왔는데 요즘에는 중동, 인도, 카자흐스탄 같은 곳에서도 많이 찾아온다”며 “이제 전 세계인이 방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했다. 또한 “강사로서는 다양한 인종의 퍼스널 컬러를 진단할 수 있어 오히려 공부가 된다”며 “점점 노하우가 쌓인다”고 흐뭇해했다. 개인 신체 고유의 색과 조화를 이루는 색을 찾아 이미지메이킹에 활용한다는 개념의 퍼스널 컬러는 원래 서양에서 비롯된 이론으로 1964년에 일본 기업에서 상업화했다. 그런데 왜 이 진단을 받으러 한국으로 몰려올까? 조 대표는 “우리나라가 기존의 것을 ‘트렌드화’하는 데 탁월한 것 아니겠냐”고 풀이했다. 그는 ‘퍼스널 골격 진단’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골격에 따른 패션 스타일링을 제안하는 프로그램도 개설했다. 또한 컬러와 골격에서 오는 분위기에 맞춘 ‘퍼스널 향수’ 조향 체험도 외국인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관악산 전망대에서 여의도 불꽃축제를 감상하는 외국인 관광객과 내국인들. 엑스크루 제공


뜻밖의 K콘텐츠가 새로운 체험 관광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배우 송강호, 이정재, 이종석이 출연한 영화 <관상>(2013)이 흥행하면서 한국식 사주, 역학, 관상, 수상 그리고 신점까지 체험하는 관광객도 있다. 독일 관광객 바이언은 서울 신당동의 ○○선녀에게 신점을 봤다며 극찬에 가까운 소감을 전했다.

“신점 체험은 그야말로 혁신이다. 이 투어는 단순히 한국의 샤머니즘을 엿보는 것이 아니라 고대 문화의 심층적인 탐구에 가깝다. 선녀님의 통찰력은 섬뜩할 정도로 정확해서 경외심이 들 정도였다. 문화적 몰입과 개인의 발견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느낌이 들어 이번 여행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됐다.”

글로벌 K관광 플랫폼 크리에이트립의 임혜민 대표는 “최근 몇년 동안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며 외국인 관광객은 콘텐츠에서 본 한국의 로컬 주점, 방탈출 카페, 점집 등 한국의 일상적인 트렌드를 직접 경험해보고 싶어 한다”며 국내 체험형 관광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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