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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 업고 튀어’ 종영 인터뷰
20대 선재와 솔. 프로그램 갈무리

“선재야 ‘우리 솔이’ 또 어디서 비맞고 있니?”라고 물어볼 뻔했다. 지난 29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변우석이 환하게 웃으며 우산을 들고 다가와서다. ‘선재 업고 튀어’ 1회 명장면에서 류선재(변우석)가 임솔(김혜윤)에게 씌워줬던 것과 같은 파란색 우산이다. 눈앞의 선재와 소품을 보며 이 자리에 없는 솔이 자동연상되다니. 현실과 드라마 세계관의 경계를 무너뜨렸다는 ‘선재 업고 튀어’(tvN) 두 주인공 변우석(33)과 김혜윤(28)을 각각 29일과 27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선재 안에 솔 있고, 솔 안에 선재 있는’ 채로 촬영과 방송까지 10개월을 살았다. 변우석은 “촬영하는 동안은 진짜 사랑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로맨스 장면에서 혜윤의 눈빛과 그 상황의 진솔함이 느껴지니까 그때마다 되게 설렜어요. 특히 마지막회 침대 장면을 앞두고 혜윤이 먼저 제게 ‘진짜 서로 사랑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얘기해줬는데, 촬영 내내 그런 말의 힘이 컸어요.” 김혜윤은 “키 차이가 많이 나는 상대 배우와의 시너지 때문에 관심을 더 받는 것 같다”며 “나와 상대 배우의 손 크기, 발 크기 차이에서도 설렘을 많이 느끼시더라”고 했다.

변우석. 바로엔터테인먼트 제공

솔이 좋아하는 아이돌 선재를 살리려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과정에서 10대의 풋풋한 연애부터 30대의 농익은 사랑까지 다양한 연애를 보여준 것도 ‘선재 업고 튀어’를 설렘 지수를 높였다. 이들의 연애에 몰입해 휴대전화에 저장된 남편 이름을 선재로 바꾸는가 하면, 남편 얼굴에 선재 사진을 붙이고 지내는 모습이 소셜미디어(SNS)에서 화제가 되는 등 시청률은 4~5%(닐슨코리아 집계)대로 높지 않지만 팬덤이 강력했다. 특히 솔을 구하는 선재의 헌신적인 사랑은 경쟁사회에 지쳐 보살핌을 받고픈 2030 세대의 마음도 보듬었다. “이 작품을 봐주신 분들은 분명 누군가를 위해 그토록 좋아한 마음을 공감하고 있을 거 같아요. ‘기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영혼에 스미는 것’이라는 우리 드라마 대사처럼 현실이 힘들어서 잊고 있었을 뿐, 그런 사랑을 했고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변우석)

배우들은 드라마에서 10대부터 30대까지를 연기했다. 사진은 10대 때의 선재와 솔. 프로그램 갈무리

30대 선재와 솔

시청자들을 설레게 하느라 배우들은 힘들었다. 20대인 김혜윤은 실제 나이보다 많은 30대 연기를 해야 했고 죽은 선재를 그리워하다가 10대가 되어서는 사랑스럽게 웃는 등 감정 변화도 컸다. 김혜윤은 “목숨 걸고 서로를 지키려고 하는 마음이 너무 깊어서 뒤로 갈수록 연기하기 힘들었다”고 했다. “지금까지 맡은 역할 중 나이가 제일 많아서 외적으로는 앞머리에 변화를 주거나 말투 등으로 바꾸며 나이 변화를 보여줬다”고 했다.

변우석도 코미디와 멜로, 어떤 부분에서는 스릴러가 등장하면서 연기 톤을 맞추는 데 신경썼다고 한다. “코미디를 좋아해서 코믹한 장면을 잘 살리고 싶다는 욕심이 나서, 감독님에게 다양한 의견도 제시했다”며 “마지막회에서 솔이 태성과 사귀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빵 터지면서 좋아하는 장면은 대본보다 좀 더 강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여름에 물에 들어가는 장면 등을 겨울에 촬영하느라 육체적으로도 힘들었다. 그래서 “전우애 같은 게 생겼다”(변우석)며 웃었다.

변우석. 바로엔터테인먼트 제공

김혜윤. 아티스트컴퍼니 제공

“첫 주연작이어서 체력 분배 등을 잘 하지 못했다”(변우석)며 자책하지만, 둘 다 ‘선재 업고 튀어’에서 연기력은 물이 올랐다. 긴 무명 생활 동안 내공을 닦은 덕이다. 변우석은 2014년 모델로 시작해 2016년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로 데뷔했고, 김혜윤은 2013년 ‘티브이소설 삼생이’가 시작이다. 변우석은 쉼 없이 작품에 출연했지만 한방이 없었고, 김혜윤은 2018년 ‘스카이 캐슬’로 관심 끌기까지 보조출연, 단역 등 여러 역할을 했다.

둘 다“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배우란 직업이 내게 맞는 걸까라는 질문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때는 제 인생이 달리기를 하다가 넘어진 느낌이었어요. 깜깜하고 어둡다고 생각한 시절이었어요.”(김혜윤) “넌 안된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고, 촬영을 앞두고 잘린 적도 있죠.”(변우석)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꾸준함과 긍정적인 생각이다. 김혜윤은 “‘하루 한 시간 운동하기’ ‘하루 한편 영화 보기’ 등 간단하지만 이룰 수 있는 걸로 하루의 계획을 조그맣게 세워 꾸준히 노력했다”며 “그때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버텨준 저 자신에게 고맙다”고 했다. 변우석은 “제가 생각한 대로 일이 풀리지 않아도 결과를 받아들이자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고 즐기면서 해왔다”며 “꾸준함이 선재까지 올 수 있게 해준 것 같다”고 했다.

김혜윤. 아티스트컴퍼니 제공

그런 노력을 거쳐 이제는 “대본이 10배, 20배 정도 들어올 정도”(변우석)로 위상이 달라졌다. 변우석의 인기에 그가 출연한 영화 ‘소울메이트’가 재개봉을 결정했고 그가 극 중에서 부른 노래 ‘소나기’는 음원 사이트 순위에서 유명 아이돌 가수 사이에 올랐다.

그러나 오랫동안 묵묵히 걸어와서인지 인기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마음을 다잡는 중이다. “계속 의심하고 이게 맞나 고민하는 성격이어서 지금 이 상황을 마음껏 즐기지는 못해요. 지금은 그냥 다음 작품은 더 잘해보고 싶은 생각만 하고 있어요.”(변우석) ‘선재 업고 튀어’라는 이름표가 변우석과 김혜윤의 연기 인생에 계속 따라다니겠지만, 배우 인생에 열풍을 일으킨 대표작을 만들었다는 건 자랑스러운 일이다. 김혜윤은 “계속 눈앞에 솔이가 있는 것 같은데, 점점 흐릿해져 갈 거라 생각하니 속상하고 아쉽다”고 했다. 변우석은 “‘선재 업고 튀어’는 끝나지만 보고 싶을 때마다 계속 돌려볼 생각이고 이 작품에 대한 기억을 쭉 간직하고 싶다”고 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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