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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락하던 韓 중립금리, 팬데믹 후 상승”
이창용 “금융안정 고려한 중립금리 더 높아”
“美 중립금리도 올라… 최근 상승세 주춤”
시장선 “한은, 금리 인하 서두르지 않을 듯”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을 거치면서 한국과 미국의 중립금리가 나란히 상승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한국의 중립금리는 이전보다 소폭 오른 것으로 나타났고, 미국의 중립금리는 최근 다소 주춤하지만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3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BOK 국제콘퍼런스’에서는 경제학 석학들이 우리나라와 미국의 중립금리 수준에 대해 논의했다. 중립금리는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잠재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이론적인 금리 수준이다.

“韓 중립금리, -0.2~1.3% 추정… 코로나 후 상승”
첫 순서로 열린특별 세션 ‘한국의 중립금리 추정’에서는 도경탁 한은 과장이 연사로 나서 한국의 중립금리 수준을 제시했다. 도 과장은 4개의 모형(준구조 모형 2개, 시계열 모형 2개)을 활용해 한국의 장기 중립금리를 추정했으며, 이번 세션에서는 도출된 추정치의 범위만 공개했다.

31일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열린 'BOK국제컨퍼런스'에서 한국의 중립금리와 관련된 특별세션이 열렸다. /최온정 기자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실질 중립금리 추정치는 장기적으로 하락하다가 팬데믹(pandemic·대유행) 이후 상승했다. 2000년 1분기 1.4~3.1% 수준에서 2020년 1분기 -1.1~0.5%까지 하락한 뒤 올해 1분기 현재 -0.2~1.3% 수준으로 올랐다.

실질 중립금리에 한은의 물가 목표인 2%를 더한 명목 중립금리는 2020년 1분기 0.9~2.5%에서 올해 1분기 1.8~3.3%가 됐다. 현재 기준금리 3.5%와의 격차는 0.2~1.7%포인트(p)다.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 1.7%p까지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의미다.

당초 시장에서는 한국의 실질 중립금리를 0.5%, 명목 중립금리를 2.5%로 추정했다. 그러나 한은이 제시한 추정치가 이보다 살짝 높은 것으로 나타나 향후 한은이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과정에 인하 폭이 다소 제한될 가능성이 생겼다. 중립금리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인하 폭은 더욱 축소된다.

다만 도 과장은 추정치의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에서 상승 전환 여부는 향후 데이터가 충분히 쌓인 후 재평가해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선행연구에 따르면 이는(중립금리 추정치는) 생산성 및 잠재성장 변화, 인구구조 변화, 안전자산 수요 및 공급, 글로벌 중립금리의 파급(spillover) 등 다양한 요인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美 중립금리 2.23% 예상… 최근 상승세 주춤”
이어진 세션 ‘선진국과 신흥경제 간 중립금리(R*)의 수렴 또는 발산’에서는 크리스티안 마티스(Christian Matthes) 인디애나대 교수가 확률 변동성이 있는 시변모수 VAR 모형으로 추정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중립금리를 공개했다.

추정에는 1963년 1분기부터 작년 4분기까지 취합한 90일 물 단기국채(T-bill) 수익률을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로 나눈 값을 사용했다. GDP 디플레이터는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값으로, 명목지수를 실질지수로 바꾸는 데 사용한다.

분석 결과 미국의 중립금리는 1963년 이후 2% 안팎에서 움직이다가 2000년대 후반부터 2% 밑으로 내려갔다. 2010년대 후반에는 0% 가까이 내려갔는데, 팬데믹 이후 다시 2%를 소폭 웃돌았다. 이후로도 상승세를 보였지만 최근 다소 하락했다. 작년 4분기 추정치는 2.23%다. 명목 중립금리 기준으로는 4.23%다.

LW 방식으로 추정한 중립금리와 크리스티안 마티스 인디애나대 교수가 추정한 중립금리의 차이. 마티스 교수 논문 중 일부 발췌. /한국은행 제공

이는 연준의 점도표에 공개된 중립금리(longer-run)와 격차가 크다. 점도표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집계한 도표다. 미국 연준이 지난 3월 FOMC 정례회의 후 공개한 경제전망요약(SEP)을 보면 명목 중립금리 추정치는 2.563%다. 마티스 교수가 제시한 중립금리보다 1.7%p 가까이 작다.

2008년 이후의 흐름을 보면 차이는 더욱 분명해진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사용하는 중립금리 추정 모형인 ‘라우바흐-윌리엄스(LW) 방법론’으로 추정한 중립금리와 마티스 교수가 추정한 중립금리를 비교하면, 마티스 교수의 중립금리 추정치는 2008년 이후 플러스(+)를 유지했지만 LW로 추정한 중립금리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마티스 교수는 “금융위기 이후 연준의 통화정책이 과도하게 완화적이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했다.

시장선 “한·미 통화정책 보수적으로 변할 수도”
콘퍼런스를 지켜본 전문가들은 한국과 미국의 통화정책이 향후 더 보수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한미 양국의 중립금리가 과거보다 오른것으로 나타나면서 통화당국의 금리 인하 폭이 제한될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도 이런 전망에 힘을 보탰다. 이 총재는 전날 중립금리 추정 과정을 설명하면서 “금융안정을 고려한 중립금리는 물가안정을 고려한 중립금리보다 살짝 높은 수준에 있다”고 했다. 물가가 안정됐다고 금리를 급격히 하향 조정하면 가계부채 누증 등 금융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4년 BOK 국제컨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가 금융안정을 고려한 중립금리가 더 높다는 말을 했으므로, 이번 통화정책 전환 국면에서는 금리인하가 예상보다 보수적으로 진행될 것 같다”면서 “시장에서는 최종 금리 수준을 2%에서 2.25%로 보고 있다”고 했다.

미국 중립금리 추정치를 놓고는 연준의 금리 인하 폭이 시장의 기대보다 작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다. 조 연구원은 “현재 연준의 점도표에서는 명목 중립금리가 2.6%로 제시돼있다”면서 “마티스 교수가 제시한 추정치 4.23%이 맞다면 연준의 최종 금리 수준도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중립금리가 달라지는 것이 한은의 통화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한은이 중립금리 수준을 종전보다 높였고, 금융안정을 고려한 중립금리가 더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은이 서둘러서 금리인하에 나서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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