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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들키자 반대편 가리키며 거짓말
잡고 보니 전과 21범 전문 소매치기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지하철 서울역 1호선 승강장에서 소매치기범 A(왼쪽)씨가 피해자에게 절도 행각을 들키자 목격자인 척 "저 사람이 가져갔다"며 손가락으로 반대편을 가리키고 있다. 서울경찰청 제공


지난달 21일 낮 12시 17분 서울역 4호선 승강장. 마스크를 낀 한 중년 남성이 무언가를 찾는 듯 주변을 두리번댔다. 그의 눈에 들어온 건 긴 코트 차림에 핸드백을 어깨에 걸친 여성. 지하철을 갈아타기 위해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던 여성을, 남자는 조용히 따라가기 시작했다.

여성이 환승통로를 거쳐 1호선 승강장에 도착해 열차 도착시간을 확인하는 찰나. 그 빈틈을 남성은 놓치지 않았다. 검정 비닐봉투를 든 왼손으로 여성의 가방을 가리고 오른손으로 가방 속 지갑을 몰래 빼낸 것이다. 불과 몇초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더 놀라운 건 갑자기 목격자인 척 정체를 숨긴 이 소매치기범의 카이저 소제 급 '메소드 연기'였다. 피해자가 누군가 자신의 가방에 손을 댄 것을 눈치채고 뒤를 돌아보자, 바로 반대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렇게 소리질렀다.

"저기로 도망가는데요!"


혼비백산한 여성은 범인의 말만 믿고 '가짜 범인'을 쫓기 위해 뛰기 시작했고, 진짜 소매치기범은 도와주는 척 함께 뛰다 조용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혼잡한 지하철역에서 소매치기를 한 뒤 목격자인 척 태연하게 도주했던 남성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붙잡고 보니 절도 전과만 19범인 전문 소매치기범이었다.

출소 2개월 만에 또 소매치기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역 승강장에서 A씨가 피해자의 지갑을 훔치고 있다. 서울경찰청 제공


서울경찰청 지하철경찰대는 16일 절도 혐의로 남성 A씨를 검거해 18일 구속했다. A씨는 지난달 21, 28일 서울 도심 지하철역에서 두 차례에 걸쳐 피해자들로부터 160만 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피해신고를 접수해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하던 중 화면 속 남성이 2년 전 구속했던 소매치기범 A씨임을 눈치챘다. 범행 수법과 인상착의가 동일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A씨의 신원을 특정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았고, 수차례에 걸친 미행과 탐문 수사로 인천 부평역에서 A씨를 검거할 수 있었다.

총 전과 21범 절도 전과만 19범인 A씨는 열두 번이나 구속된 전력이 있었다. 징역 2년을 살다가 지난 2월에 출소했는데, 불과 2개월 만에 다시 남의 물건에 손을 댄 것이었다.

A씨는 경찰에 붙잡힐까 두려워 훔친 지갑 속 명함을 보고 피해자에게 전화해 경찰 신고 여부를 확인하는 대범함까지 보였다. 그는 "범인을 쫓아갔지만 넘어지는 바람에 놓쳤고, 범인은 지갑만 버리고 열차를 타고 가버렸다"며 지갑을 역무실에 맡겨두기까지 했다.

지난달 25일 오전 을지로4가역 편의점에서 B씨가 담배 등을 훔치고 있다. 서울경찰청 제공


이밖에도 경찰은 사람이 없는 새벽 시간을 노려 지하철 편의점에서 담배 300갑을 넘게 훔친 남성 B씨를 추가로 검거했다. B씨는 지난달 25일 오전 5시 26분쯤 을지로4가역 편의점 자물쇠를 열고 침입해 현금 32만5,000원과 담배 313갑을 훔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주변 CCTV 200여 대와 지하철 이용 내역 등을 토대로 B씨의 동선을 추적해 청량리역 승강장에서 그를 검거했다. B씨 역시 전과 19범의 상습절도범으로, 출소 4일 만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지하철경찰대 관계자는 "잠금장치가 없는 가방은 앞으로 메고 지하철에 탑승해야 한다"며 "상가 또한 단순한 비밀번호를 사용하지 말고 출입문은 이중으로 시정장치를 해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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