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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뉴욕 맨해튼의 형사법원에 출석해 배심원단의 평결을 듣기 위해 앉아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사건으로 배심원단으로부터 유죄 평결을 받았다. 미국 역사상 형사재판에서 전현직 대통령의 유죄가 인정된 것은 처음이다.

초유의 사태인 만큼 이번 평결을 둘러싸고 각종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약 5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 미칠 영향에도 이목이 쏠린다.

배심원단 “유죄” 평결 내리던 순간, 트럼프는 뭐라고 했을까

이날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 출석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시종일관 굳은 표정으로 차분함을 유지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배심원 대표가 그의 앞에서 “유죄입니다”라고 말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재판정 내부를 기록하는 스케치 화가는 “그는 눈을 감은 채로 ‘아니오’라고 말하듯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유죄 평결을 받은 이후 법원 밖에 모인 취재진과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그러나 법정을 빠져나오면서는 다소 격앙된 모습으로 바뀌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이는 수치스러운 일이며 부패한 판사에 의한 조작된 재판”이라며 “진짜 판결은 11월 대선에서 국민들이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 근처에 모여 있던 지지자들을 향해서는 주먹을 들어보였다.

‘대선 적수’ 바이든과 미 정치권 반응은 어땠나

오는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맞붙게 될 조 바이든 대통령은 평결이 나온 직후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를 백악관에서 몰아낼 방법은 투표뿐이다”라고 밝혔다. 바이든 선거캠프도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고 논평했다.

미국 양당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가디언은 “트럼프 유죄 평결은 미국에 정치적 폭풍을 가져왔다”며 “공화당은 이를 오판이라고 맹비난했고, 민주당은 공정한 판결을 내린 배심원단에게 찬사를 보냈다”고 분석했다.

마이크 존슨 미국 하원의장.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알려진 공화당 소속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오늘은 미국 역사상 가장 부끄러운 날”이라며 “이는 사법적 행위가 아닌 다분히 정치적인 행위였다. 바이든 정부는 사법제도를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소속인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은 “배심원들의 노고를 치하한다”며 “소속 정당과 관계없이 모든 미국인이 이번 판결을 존중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직 대통령에 최초 ‘유죄’ 평결, 시민들은 어떻게 볼까

유죄 평결을 둘러싼 시민들의 반응은 다양하게 나타났다고 NYT는 보도했다.

맨해튼에 거주하는 존 발라지(60)는 “트럼프는 사업가이고, 돈 문제는 언제든지 생길 수 있다”며 “사무실에서 일하는 많은 이들에게 있는 일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텍사스주에 사는 러스티 모리스(35)는 “유죄 평결에 실망했다”며 “이 나라에서 벌어지는 다른 모든 일처럼, 정치적인 결과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애틀랜타의 래프톤 프라이스(49)는 “트럼프가 감옥에 가도 사람들은 그를 지지할 거다. 이게 흥미로운 점”이라며 “그가 감옥에 들어간다고 해도 선거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로스앤젤레스 시민 애슐리 다니엘스(38)는 “일단 기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34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는데도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는 건 놀랍다. 전과자가 취업은 못 해도 대통령은 될 수 있다는 게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죄 평결이 나온 후 그의 지지자들이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 앞에 모여 있다. AFP연합뉴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일부 강성 지지자들은 온라인상에서 민주당 인사나 판사 등을 상대로 ‘총살’ ‘반란’ ‘폭동’ 등을 언급하며 폭력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자금 모금 사이트 ‘윈레드 닷컴’은 유죄 평결이 나온 지 몇 분 만에 지지자들의 접속이 몰리면서 다운됐다.

‘유죄’ 트럼프, 실형 선고받고 수감될 가능성은?

이론상으로 법원은 중범죄 혐의가 인정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최대 징역 4년을 선고할 수 있다. 다만 전과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가 실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전망이 다수다.

대신 집행유예나 보호관찰이 내려질 수 있다고 미 언론들은 전망했다. 보호관찰을 받을 경우 뉴욕주 밖으로 이동할 때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유세 과정에서 불편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어떤 형이 선고되더라도 대통령 선거 출마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헌법은 대통령 자격 요건을 35세 이상이고 14년 이상 미국에 거주한 미국 시민권자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만에 하나 그가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된다 하더라도 출마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항소 의사를 밝힌 만큼 최종 유죄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수 있고, 실형이 선고된다고 해도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법원은 오는 7월11일 형량을 선고할 예정이다.

5달 남은 대선, 트럼프 ‘강세’도 흔들릴까

결국 관건은 이번 판결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한 표심이 얼마나 흔들리게 될지다.

최근 여론조사상으로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을 약간 앞서고 있다. 평균 지지율은 ‘초박빙’ 양상을 보이지만, 승부를 가를 경합주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이번 판결이 대선에 미칠 파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다수이긴 하지만, 사상 처음으로 벌어진 사태인 만큼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단 여론조사 결과로 보면 유죄 평결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큰 악재가 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 공영매체인 NPR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7%가 법원 판결로 자신이 누구를 지지할지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달 초 ABC뉴스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 중 ‘유죄 판결이 나오면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답한 사람은 4%에 불과했다.

그러나 평결의 영향을 무시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빙햄턴대학의 정치분석가이자 역사 교수 도널드 니먼은 AFP에 “경합주에서는 선거가 수천 표에 의해 결정된다”며 “유죄 평결은 분명히 트럼프를 할퀼 것”이라고 전했다. 니콜라스 크릴 조지아대 교수도 “이번 선거가 매우 팽팽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두 후보를 평가하는 모든 요소가 11월 선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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