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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로 넘어간 ‘음주 뺑소니·사법 방해’ 김호중 사건
‘음주운전 뺑소니’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김호중씨가 지난 2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호송차로 가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대중의 공분을 한데 모은 가수 김호중(33)씨 사건은 음주운전으로 접촉사고를 낸 뒤 보일 수 있는 ‘나쁜 대응의 집대성’이나 다름없다. 사고 자체는 경미한데 음주 사실을 감추기 위해 ‘뺑소니’를 치고, 처벌을 피하기 위해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하고, 나아가 조직적으로 메모리카드 등 증거를 인멸했다는 의심도 받는다.

31일 검찰로 송치된 김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위험운전치상과 도주치상, 도로교통법의 음주운전과 사고후 미조치, 범인도피교사 등이다. 이미 보도를 통해 널리 알려진 내용이고, 상당 부분은 김씨가 인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 혐의들을 재판에서 입증하고 유죄를 받아내는 것은 다른 얘기다.

당장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이었다는 걸 입증해야 하는 ‘음주운전 혐의’부터 장담하기 어렵다. 김씨가 17시간 뒤에야 경찰에 출석하면서 음주 측정 시점을 놓쳤기 때문이다. 사고 당시 음주량과 체중 등을 기초로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하는 ‘위드마크 방식’도 법정에서 증거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비슷한 사건 판결문을 살펴보면, 피고인이 “교통사고 발생 직후 홧김에 술을 마셨다”거나 “범행 후 죄책감에 시달려 체중이 급격히 감소했다”고 주장할 경우, 법원은 부정확한 음주량과 체중을 기초로 계산된 결과라며 무죄를 선고하고 있다.

그래서 경찰은 김씨에게 ‘위험운전치상’ 혐의라도 적용한다는 입장이다. 위험운전치상은 운전자가 ‘음주 또는 약물로 정상적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운전하다가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힌 경우를 말한다. 지난 27일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위험운전치상은 획일적인 음주량 최저 기준점과 상관없다”며 혐의 입증을 자신했지만 이것도 쉽지는 않다. 애초에 위험운전치상 혐의가 음주운전 입증이 어려울 때 쓰는 카드가 아니기 때문이다. 판례에서 위험운전치상의 ‘정상적 운전이 곤란한 상태’란 비틀거리고 말을 더듬거나 꾸벅꾸벅 조는 등의 만취 상태를 뜻한다. 김씨는 사고 5분 뒤 걸어 다니며 누군가와 통화하는 모습이 폐회로티브이(CCTV)에 잡히기도 했는데, 비틀거리지는 않았다. 설령 ‘만취 상태’가 인정돼도 피해자가 경미한 손해만 입었다는 이유로 위험운전치상과 도주치상까지 무죄가 나오기도 한다. 김씨의 피해자는 상대적으로 경미한 ‘전치 2주 진단’을 받았다.

이번 사건에서도 기존 법원의 판단 경향이 유지된다면, 김씨는 음주운전과 위험운전치상 모두 무죄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운전자 바꿔치기는 통화 녹취 등을 근거로 처벌하더라도, 정작 그 원인인 음주운전은 처벌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음주운전 뒤 경미한 접촉사고’를 냈을 때 도주는 우월 전략이 된다. 경찰에 검거되기 전에 추가로 술을 마시거나 몸무게를 급히 줄여 위드마크 추정치의 증거능력을 탄핵하기만 하면, 음주운전은 무죄가 나고 사고후 미조치만 유죄로 인정돼 벌금형에 그치는 것도 가능하다.

‘음주뺑소니’와 ‘사법방해’의 대명사가 된 김씨는 앞으로 동종 사건 처벌 수위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여론 법정’에서 타격을 입은 김씨는 실제 법정에선 최대한 무죄를 받아내려 할 것이다. 앞서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20일 김씨 사건을 겨냥해 사법방해 행태에 대한 엄정 대응을 지시했다. 이제 사건은 검찰로 넘어갔다. 최대한 김씨의 혐의를 꼼꼼하게 특정해 법정에 세우는 게 검찰의 몫이 될 것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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