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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의료현장을 떠난 지 100일 남짓 지났습니다. 전공의에 이어 전임의들도 일부 떠나고, 의대 교수들까지 진료를 줄이면서 병원은 이전과 다른 '비상진료체계'로 운영됐습니다.

정상화는 기약 없는 상황에서 환자들은 '의료공백'의 어려움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병원에 남은 환자들에게 지난 100일을 어떻게 보냈는지 물었습니다.

■“환자들은 인터뷰 못 해요, 의사들 피해 볼까 봐”

취재진은 의료공백 사태 100일을 앞두고, 의료현장에 남은 환자와 의료진 등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연관 기사] ‘무급휴가에 퇴사까지’…남은 사람들이 짊어진 의료 공백 부담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75528

하지만 환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과정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환자단체에 수차례 인터뷰를 요청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매번 "어렵다" 였습니다. 어렵게 대화를 시작해도 구체적인 내용을 꺼내놓기도 조심스럽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병원에 남아 묵묵히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의사들의 피로도가 상당한 것을 직접 보고 있는데, 남은 의료진들에게 부담되거나 피해가 갈까봐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언론에 알리고자 환자 몇 분을 설득해봤지만, 나서서 문제를 제기하면 그나마 현장에 남아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의사들이 피해를 볼까 봐 걱정하시더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환자들은 전공의 이탈로 피해 보면서, 오히려 현장에 남은 의사들을 위해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환자를 목적 위한 수단으로 생각지 말아달라"

환자단체는 의료공백으로 수술이나 항암 치료가 연기돼 병이 재발하는 피해를 겪은 사례도 부지기수라고 했습니다.

특히 희귀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입니다. 그동안 1·2차 병원에서는 진료를 받거나 희귀병 치료약을 구하기가 힘들어 상급종합병원에 의존해 왔는데, 이젠 이마저도 어려워졌다는 겁니다.

희귀암 환자들이 모여있는 한 SNS 갈무리.

희귀암 환자들이 모인 SNS에서는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이 끊이지 않습니다.

얼마 전 희귀암을 진단받았다는 누리꾼은 "마음 상태가 좋지 않지만, 수술 일정은 더 한숨이 나온다"며 "가장 빠른 수술 일정이 11월 20일인데, 이마저도 병실이 없으면 밀릴 수 있다고 해 걱정이 많다"고 토로했습니다.

한 희귀암 환자의 자녀는 "(어머니가) 서울에서 수술을 받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가려 했는데, 수술 3일 전 취소됐다. 그렇게 벌써 3개월이 지났다"면서 "대체 언제 수술이 이뤄질지 답답하고 불안하다. 췌장 신경내분비종양 수술이 가능한 병원이 있다면 공유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진미향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대표는 "신경내분비암과 같은 희귀암의 경우, 전이가 빨라서 진단을 받은 후 최대한 신속하게 수술을 해야 하는데 현재 병원 진입 자체가 어렵지 않으냐"며 "수술 시기를 놓치면 완치는 포기해야 하거나 더 불행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어 환자들은 그저 허무하고 무기력한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지난 30일, 대한의사협회 주최로 열린 촛불집회 현장의 모습.

■6월 집단휴진 시사한 의협…정부 "집단행동, 아무런 의미 없어"

어제(30일) 대한의사협회는 '한국의료 사망선고'라는 제목으로 서울을 비롯한 전국 6개 지역에서 촛불집회를 열었습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은 "6월부터 본격적으로 의료 농단에 대한 큰 싸움을 시작한다"며 휴진 등 의협 차원의 집단행동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이어 "(의대) 교수님들도 기꺼이 동의해줬다. 이제는 개원의, 봉직의도 본격적으로 이 큰 싸움에 나와줘야 한다”면서 강도 높은 집단행동에 참여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의협의 집단휴진 시사에 정부는 오늘 브리핑을 통해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은 확정된 상태이기 때문에 국민의 불편을 초래하는 이런 집단행동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 "환자를 치료할 대상으로만 봐줬으면"

"의사들은 환자라는 카드가 있고, 정부는 국민이라는 카드가 있잖아요. 그런데 환자들은 아무것도 없이 막연히 기다리고만 있는 거죠. 전쟁터에서 칼과 방패로 쓰이다가 버려지는 그런 도구로밖에 생각되지 않아요."

한 희귀암 환자 가족이 기자에게 건넨 말입니다.

정부는 '국민 다수 찬성'을 강조하며 의대 증원에 속도를 내고, 의사들은 "증원 재검토 없인 복귀도 없다"고 맞서는 사이, 환자들의 어려움은 정부와 의료계가 각자 입장을 내세울 도구로만 쓰이고 있다는 쓴소리로 들립니다.

마지막으로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희귀암 환자 보호자에게 물었습니다.

첫 대답은 "환자를 그냥 환자로만 봐줬으면 좋겠다."

다음은 "전공의 선생님들이 환자를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치료를 해야 할 대상으로만 봐주고, 환자들과 교류했던 감정들을 되살려서 돌아와 주셨으면 좋겠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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