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을지부대(12사단)에서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가 숨진 훈련병 앞 기수의 수료식이 29일 진행됐다. 해당 행사에서 숨진 훈련병에 대한 애도가 없었단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육군 을지부대(12사단)에서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 사망한 훈련병의 앞 기수 수료식에서 훈련병에 대한 애도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군 복무 중인 자녀를 둔 부모들의 군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3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군기훈련 중 사망한 훈련병 12사단 수료식 근황'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신병교육대에 훈련병 아들을 둔 아버지라고 밝힌 작성자 A씨는 "아들 수료식에 다녀왔는데 (사망한 훈련병에 대한) 애도의 분위기가 전혀 없었다"고 토로했다.

A씨에 따르면 29일 12사단에서는 사망한 훈련병의 앞 기수 수료식이 진행됐다. A씨는 "연병장 정면 을지문덕 동상 앞에 아무런 안내 문구도 없는 (추모 용도의) 테이블 하나만 있었"며 "아내와 함께 국화꽃 한 송이씩을 헌화하고 행사에 참석했다"고 전했다. 그는 "수료식이 끝날 때까지 국화꽃 세 송이가 전부였다"며 "야속했다"고 말했다.

수료식 행사 역시 사망한 훈련병에 대한 애도 없이 환호 속에서만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A씨는 "며칠 전 (훈련병이) 쓰러진 그 연병장으로 순진한 사병들이 씩씩하게 군가를 부르며 입장하는데 참석한 가족들이 환호하고 손뼉을 쳤다"며 "물론 저도 그랬지만 순간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 이어 "행사 내내 사단장, 대대장, 진행자 그 누구의 입에서도 훈련병을 애도한다는 뜻의 '애' 자도 안 나왔다"며 "어른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 창피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군 당국의 사병 관리에 대한 불안도 토로했다. A씨는 "수료식이 끝난 후 면회 외출 때 아들에게 '절대 나서지 말라' '아프고 힘들면 그냥 누워버려라' '부당한 지시를 고발하라'고 말하고 다짐을 받았다"며 "이것이 아빠가 아들에게 명령하는 군 복무 신조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앞 기수 수료식이 치러진 다음 날인 30일 전남 나주의 한 장례식장에서는 숨진 훈련병의 영결식이 육군 부대 장례로 치러졌다. 영결식에는 조우제 육군 제12보병사단장을 비롯한 군 관계자와 유족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숨진 훈련병은 입대 열흘 만인 23일 오후 5시 20분쯤 강원 인제의 신병교육대에서 군기 훈련을 받다 갑자기 쓰러졌다. 당시 훈련병들은 완전군장을 하고 연병장 구보와 팔굽혀펴기 등 얼차려를 받았다.

강원경찰청은 육군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군기훈련을 지시한 중대장과 부중대장 등 2명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 및 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한국일보

최은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