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가 2021년 10월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빈소로 향하고 있다. 뉴스1
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가 작성한 비자금 메모가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태원(64) SK그룹 회장과 노소영(63)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을 맡은 항소심 재판부는 김옥숙 여사의 메모를 토대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중 수백억 원이 SK그룹 측에 유입된 것으로 인정했다.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 김옥곤 이동현 부장판사)는 30일 김 여사가 보관해온 1991년 선경건설 명의 약속어음 300억원을 언급하며 “1991년 피고(노 관장) 부친 노태우 측으로부터 원고(최 회장) 부친 최종현 측에 상당한 규모의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보이고 이는 최종현의 경영 활동을 뒷받침하는 유형적 기여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 등에 따르면 김옥숙 여사는 1998년 4월과 1999년 2월에 노 전 대통령이 조성한 비자금을 기재한 메모를 작성했다. 메모에는 동생인 노재우 씨 등의 이름과 함께 2억~300억원의 숫자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두 메모에는 ‘선경 300억원’이 각각 기재돼있었고, 1998년 4월 작성 메모 아래에는 ‘맡긴 돈 667억+90억’이라고 쓰여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후 동생 노재우씨에게 120억원, 사돈인 신명수 신동방그룹 회장에게 230억원 등 자신의 친인척과 기업가들에게 맡긴 점이 과거 검찰수사와 재판에서 인정된 만큼 이 메모에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김옥숙 여사는 메모 외에도 ‘선경 300’이라는 문구가 기재된 봉투에 액면가 50억원짜리 어음 6장을 넣고, ‘쌍용 200’이란 문구가 적힌 다른 봉투와 함께 큰 봉투에 담아 보관했다고 한다.

노 관장 측은 항소심에서 메모와 어음을 증거로 제출해 1991년 노 전 대통령이 비자금 300억원을 최태원 부친인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건넸고, 최 선대 회장은 담보조로 선경건설(SK에코플랜트 전신) 명의로 액면가 50억원짜리 어음 6장을 노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반면에 최 회장 측은 이에 대해 ‘비자금을 받은 바 없고,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한 이후 활동비를 지원하기 위해 (담보조로) 건넨 어음’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최종현 선대회장이 청와대에서 30억원을 노 전 대통령에게 건넸다가 “사돈끼리 왜 이러시냐”며 거절당했다는 노 전 대통령 뇌물 사건 조서를 근거로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300억원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로 어음을 제공했다’는 최 회장 측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 SK가 1992년 태평양증권(현 SK증권)을 인수하던 당시 자금 출처가 불분명하단 점도 지적했다. 최 회장 측은 계열사 자금 등을 동원해 태평양증권 인수자금을 댔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SK 측은 항소심 재판부 판단에 대해 “비자금 유입 및 각종 유무형의 혜택은 전혀 입증된 바 없으며 오로지 모호한 추측만을 근거로 이루어진 판단이라 전혀 납득할 수가 없다”며 “오히려 SK는 당시 사돈이었던 6공의 압력으로 각종 재원을 제공하였고 노 관장 측에도 오랫동안 많은 지원을 해왔다”고 반박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7189 교제폭력 피해자에 웬 무고죄…그녀는 ‘편견’과 싸웠다 랭크뉴스 2024.06.29
27188 토요일 전국 장맛비…밤부터 수도권·충청권·강원권 강한 비 랭크뉴스 2024.06.29
27187 "화상 입은 개들 도와달라" 모금하더니…의문의 '무더기 폐사'[두 얼굴의 동물구조] 랭크뉴스 2024.06.29
27186 진수희 “尹, ‘이상민 경질 보고서’에 격노…여연원장 잘려” 랭크뉴스 2024.06.29
27185 의사 떠나고, 병원 문닫고…붕괴한 미국 지방의료 [이정민의 워싱턴정치K] 랭크뉴스 2024.06.29
27184 '도심 폭주' 작업자 치어 숨지게 한 혐의 20대 운전자 구속 랭크뉴스 2024.06.29
27183 [특파원 시선] 40년만 교체 日최고액권 인물은 '韓 경제침탈 주역' 랭크뉴스 2024.06.29
27182 윤 대통령, 제2연평해전 승전기념일에 "평화는 힘으로 지키는 것" 랭크뉴스 2024.06.29
27181 '도심 폭주' 작업자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20대 운전자 구속 랭크뉴스 2024.06.29
27180 "이란 대선서 개혁성향 유일 후보 페제시키안, 개표초반 선두" 랭크뉴스 2024.06.29
27179 [속보] 제2연평해전 승전기념일에 尹 “평화는 힘으로 지키는 것” 랭크뉴스 2024.06.29
27178 주유소 기름값 8주 만에 오름세…당분간 상승 전망 랭크뉴스 2024.06.29
27177 미 유권자 49% "민주당, 바이든 대신 다른 후보 내세워야" 랭크뉴스 2024.06.29
27176 “尹 입장 밝혀라” vs “왜곡 발언 취소”… 김진표 회고록 공방 랭크뉴스 2024.06.29
27175 박세리父 위조 알고있었다…위기의 새만금, 봐주기 의혹까지 [이슈추적] 랭크뉴스 2024.06.29
27174 주말 전국 장맛비…오늘 밤부터 내일 새벽 ‘폭우’ 주의 랭크뉴스 2024.06.29
27173 “요새 누가 나이키 신어요”… 하루 만에 시총 32조 증발 랭크뉴스 2024.06.29
27172 박찬대 “민심 부글부글…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 랭크뉴스 2024.06.29
27171 日 새 지폐에 '韓 경제침탈' 주역… 최고액 '1만원권'에 등장 [지금 일본에선] 랭크뉴스 2024.06.29
27170 근육량 줄어드니 자꾸 '깜빡깜빡'…이유 있었다 [헬시타임] 랭크뉴스 2024.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