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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탄소 선도하는 유럽 시멘트]
유럽 시멘트, ‘노폐물 제거’ 정맥 산업 인식
한국은 순환자원 활용 시 ‘쓰레기 시멘트’ 치부
단양서 ‘순환자원 1톤당 1만원’ 지방세 부과 검토

[편집자주] 시멘트 선진국인 유럽은 온실가스(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이산화탄소 배출 산업으로 꼽히는 시멘트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다양한 산업에서 발생하는 순환자원을 시멘트 생산 재료로 재활용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설비 관리를 통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도 한다. 온실가스 저감 이슈는 비단 유럽뿐 아니라 한국 시멘트산업의 당면 과제로 직면했다. 유럽의 시멘트 현장을 찾아 선진 기술을 살펴보고 국내 시멘트업계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해본다.

유럽은 시멘트산업을 ‘정맥산업’이라고 칭할 정도로 순환경제에 대한 잠재력이 크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뤘다. 반면 한국은 순환자원을 재활용한 시멘트를 ‘쓰레기 시멘트’로 치부하며 세금 부과를 검토하는 등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이 부족한 상태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오후 2시 그리스 테살로니키에 위치한 타이탄의 에프카르피아 시멘트 공장에 다양한 나무들이 식재돼있다. /박지윤 기자

후베어트 그레흐(Hubert Grech) 오스트리아 기후환경에너지부 자원재활용 파트장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오후 4시 오스트리아 빈 매너스도프공장에서 브리핑을 마친 뒤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하며 시멘트 산업을 유지하는 것이 시멘트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유용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럽, 순환자원 재활용 시멘트 ‘친환경’ 인식 수준 높아
130여년 동안 오스트리아 건설공사에 필요한 시멘트를 공급해 온 홀심의 매너스도프공장은 여전히 제조업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국가 백년대계에 필요한 중요 자원을 다른 나라에 의존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보다는 시멘트산업을 안정적으로 유지시키는 것이 훨씬 더 유용하다는 전략적 판단에서다.

유럽에서는 시멘트산업을 여전히 성장동력을 갖춘 산업군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순환경제를 구축한다는 측면에서 시멘트산업을 ‘정맥산업’(精脈産業)에 비유하고 있다. 시멘트산업이 노폐물을 제거해 몸 속 환경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 혈액을 심장으로 돌려보내는 정맥의 역할을 담당한다는 의미다. 폐기물을 재생, 재가공 등 재활용하는 중요한 역할을 시멘트산업이 담당한다는 사회적인 공감대를 가진 것이다.

유럽은 특히 순환경제에 있어 가장 큰 잠재력을 지닌 건축재료로 시멘트를 지목하고 있다. 저탄소시멘트 등 순환자원을 이용해 제조한 시멘트를 유럽에서는 ‘그린(Green)시멘트’, 일본에서는 ‘에코(Eco)시멘트’라고 부르는 등 친환경성을 인정하고 있다.

김진만 공주대 건축학부 교수는 “시멘트를 대체할 수 있는 경제적이고 대용량의 건축자재는 당분간 나타나기 어렵다”며 “여전히 시멘트산업은 성장가능성이 충분한 산업”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선 ‘쓰레기 시멘트’ 취급… ‘자원순환세’ 부과 검토도
반대로 국내 시멘트산업에 대한 인식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산업이 시작된지 60여년에 불과한 국내 시멘트산업은 이미 성숙기를 넘어 쇠퇴기에 접어 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지 시멘트를 생산한지 오래됐다는 이유에서다.

후베어트 파트장은 간담회에서 ‘오스트리아에서는 시멘트산업을 위장환경주의(Greenwashing, 그린워싱)로 보는 부정적인 시선이 없나’라는 질문에 “오스트리아 시멘트 산업은 사회적으로 그린워싱에 대한 문제는 없고, 유럽의 모든 시멘트업계도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그린워싱과 ‘쓰레기 시멘트’ 논란은 여전히 한국 시멘트업계의 자원순환사회 구축에 발목을 잡고 있다. 국내에서는 일부 환경운동가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폐기물을 원료 및 연료의 일부로 대체해 생산한 시멘트를 ‘쓰레기시멘트’로 치부하고 있다.

국내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충북 단양군 등 시멘트공장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자원순환세’의 국회 입법을 시도하려고 준비 중이다. 자원순환세는 시멘트공장으로 반입되는 순환자원 1㎏당 10원(1톤당 1만원)의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새로운 형태의 지방세다. 시멘트사 폐기물 재활용으로 인한 환경오염 및 주민 피해를 근거로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시멘트공장에서 폐기물 재활용과 대기오염물질 발생 증가 간에 상관관계가 없다는 게 학계와 업계의 중론이다. 시멘트 소성 단계에서 폐기물 재활용이 주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오후 1시 그리스 아테네로부터 동남쪽 2시간 거리인 테살로니키에 위치한 타이탄의 에프카르피아 시멘트 공장에 1만6000그루의 나무가 식재돼있다. /박지윤 기자

다만 유럽처럼 순환자원을 활용한 저탄소형 시멘트를 친환경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국내 시멘트회사들도 다양한 마케팅과 홍보활동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럽 시멘트회사들은 친환경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수십년 동안 순환자원으로 만든 시멘트에 대한 꾸준한 연구를 통해 기존 시멘트와 품질 차이가 거의 없고 안전하다는 것을 입증해왔다.

타이탄의 그리스 테살로니키 에프카르피아 공장에서는 시멘트 산업이 친환경적이라는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전체 부지의 30%에 숲(조림지) 형태의 청정 지역(Green area)을 조성했다. 홀심의 오스트리아 빈 매너스도프 공장에서도 질소산화물 등 다양한 유해물질 배출 가능성에 대한 환경 우려에 관해 SNS와 신고센터를 통해 적극적인 의사소통에 나서고 있다. 해마다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오픈 데이’(Open Day)를 통해 공장을 공개하는 행사도 열고 있다.

2050년 순환자원 연료 재활용률 60% 달성에 규제 발목
한국 시멘트업계는 향후 탄소중립을 위해 2050년까지 화석연료인 유연탄을 가연성폐기물로 60% 대체해야 한다. 지난 2021년 기준 순환자원 재활용률은 35%에 그치기 때문에 이를 약 2배로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시멘트회사로 공급되는 폐기물에 자원순환세를 부과할 경우 폐기물업체가 공급을 기피하게 되면서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순환자원 연료 대체율을 100%까지 올리며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는 유럽과 달리 국내 순환자원 재활용율은 규제에 가로막혀 좀처럼 개선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오후 4시 오스트리아 수도인 빈 인근에 위치한 홀심(HOLCIM)의 매너스도프(MANNERS DORF) 시멘트 공장에서 열린 기자단 간담회에서 피터 호디노트(Peter Hoddinott) 전 유럽시멘트협회장이 유럽 시멘트산업의 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박지윤 기자

피터 호디노트(Peter Hoddinott) 전 유럽시멘트협회장은 “유럽은 이미 지난 1980년대부터 발생되는 폐기물을 단순 소각대신 시멘트 킬른(Kiln, 소성로)을 통해 대체연료로 우선 재활용하고 있다”며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시 폐기물 연료 연소시 배출량은 제외하고 산정한다”고 설명했다.

시멘트업계에 대한 질소산화물(미세먼지 일종) 배출 규제 완화도 시급한 과제다. 국내 환경단체와 소각로업계는 시멘트업체에 대한 규제를 유럽수준으로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은 각국 별로 시멘트공장 설비특성을 반영해 기준치를 정하기 때문에 기준치가 상이하다. 후베어트 오스트리아 자원재활용 파트장에 따르면 오스트리아는 규제 수준을 정할 때 반드시 시멘트업계와 사전 협의해 충분히 의견을 반영해 적용하고 있다.

김진만 교수는 “150년된 벽돌로도 시멘트를 만드는 유럽 시멘트산업의 현재가 한국 시멘트산업이 가야할 길이라는 것을 유럽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며 “시멘트 제조 중간 단계인 ‘클링커’(Clinker) 함량이 낮은 저탄소시멘트에 대한 인식제고와 정부의 현실적인 규제 완화가 국내 시멘트산업의 온실가스 감축 성패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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