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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동-동아-대원, 끈끈한 신뢰관계
판매·제조 협력에서 신약 개발까지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에서 경쟁자이자 동반자로 파트너십을 확장하고 있다./일러스트=조선DB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에서 과거 경쟁자들과 손을 잡는 파트너십을 확장하고 있다. 제약 업계에서 기존에 나온 제품을 공동 판매하거나 생산을 맡기는 것은 흔한 일이다. 요즘에는 신약 개발까지 협업하는 사례가 늘었다.

일동제약은 지난달 신약개발 자회사인 아이디언스의 전략적 투자자(SI)로 동아에스티를 유치한 데 이어, 29일에는 대원제약과 손잡고 차세대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를 공동 개발하기로 협약했다.

동아쏘시오그룹의 전문의약품 업체인 동아에스티는 올해 연말까지 아이디언스에 25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가 된다. 아이디언스가 일동제약과 동아쏘시오그룹의 조인트벤처(JV)가 되는 셈이다.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을 위해 JV 모델을 추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회사는 일동제약이 발굴한 표적항암제 후보물질인 ‘베나다파립’를 공동 개발한다.

대원제약은 일동제약 자회사인 유노비아에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P-CAB)’ 방식의 신약 후보물질 공동 개발권을 갖는 대신, 계약금과 함께 임상시험 비용을 책임지기로 했다. 대원제약이 유노비아에 지급할 구체적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는 유노비아가 큰 부담을 덜었다고 평가한다. 이번 공동개발 협약은 유노비아가 일동제약에서 분사한 이후 처음으로 수익을 거둔 사례이다.

동아쏘시오그룹과의 협업은 윤웅섭 일동제약 부회장이 직접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부회장과 강정석 동아쏘시오그룹 회장은 각각 1964년생, 1967년생으로 연령대도 비슷하다. 윤 부회장은 올해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국내 제약사간 교류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원료의약품 자회사인 에스티팜은 차백신연구소와 전령리보핵산(mRNA) 의약품 공동 개발에 나섰다. 두 회사는 오는 2025년까지 mRNA 방식의 신약 후보를 발굴해 오는 2026년 임상시험에 들어간다는 목표를 세웠다. 에스티팜은 자체 기술로 mRNA 신약 후보를 찾고, 차백신연구소는 임상시험을 포함해 개발 과정을 담당한다. 면역증강 플랫폼을 보유한 차백신연구소가 국내 기업과 신약 공동 개발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국내 제약사들이 생산과 유통에서 협업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신약 개발에서 손을 잡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 유한양행처럼 국내 중소 바이오벤처의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투자하거나, 신약 후보물질의 권리를 이전받는 것도 최근 몇년 새 벌어진 일이다.

국내 제약사들이 서로에게 손을 내민 것은 독자 신약 개발의 부담을 덜고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을 위한 자금을 자체 조달하기가 어려워졌다. 일동제약은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손잡고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섰지만, 국내 허가가 불발되면서 자금난을 겪었다.

다국적 제약사에 기술수출을 해서 수익을 내는 것도 쉽지 않다. 한미약품처럼 거액의 계약금을 약속받고 신약 후보물질을 기술수출했다가 나중에 반환받는 바람에 큰 손해를 보는 경우도 속출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자본 시장에서 자금 조달은 어렵고, 다국적 제약사와 협력까지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며 성공 가능성도 낮다”며 “국내제약사는 오랜 판매·제조 협력으로 신뢰 관계가 구축돼 있기 때문에 권리 계약만 잘 정리하면 오히려 훨씬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에 노하우가 쌓이면서 협력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는 분석도 있다. 신약 개발은 유효한 후보물질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빠른 시간 안에 임상시험을 마쳐서 허가를 받고 시장에 내놓는 것이 관건이다.

제약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신약 개발을 할 때 처음부터 끝까지 회사가 모두 끌고 가는 경우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제약산업의 여건을 감안했을 때 신약개발에 비용을 쏟으면서 흑자를 달성하는 것은 몹시 어렵다”며 “자금 조달과 투자 유치, 기술 도입, 기술 수출까지 동시다발적으로 나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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