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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필 편지 근거로 2008년 11월 이전 외도 시작 판단
“김희영 ‘유사 배우자’ 역할…노소영 부양의무 이행 안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 사진)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뉴시스

역대 최대 규모의 재산 분할과 위자료 액수가 나온 최태원(63) SK그룹 회장과 노소영(63)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최 회장의 ‘유책 행위’를 조목조목 질타했다.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 김옥곤 이동현)는 20일 역대 최대인 1조3808억원의 재산을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현금으로 분할하는 동시에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기 위한 위자료로 20억원을 인정하며 이같이 밝혔다.

재판부는 최 회장과 동거인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의 관계가 시작된 시점은 김 이사장이 이혼한 2008년 11월 이전일 수 있다고 봤다. 최 회장이 2013년 노 관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내가 김희영에게 (당시 남편과) 이혼하라고 했고, 아이도 낳으라고 했다. 모든 것이 내가 계획하고 시킨 것’이라고 적힌 점이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이 기재 내용은 혼인관계의 유지·존속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고 결정적”이라며 “만약 최 회장이 노 관장과의 혼인 관계를 존중했다면 도저히 이럴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2014년 세 자녀에게 보낸 옥중편지에선 “종교적 신념에 의해 김희영이 낳은 혼외자와 같이 살기로 결정했다” “너희는 잘못도 없는데 나 때문에 피해를 봤다”고 적었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에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재판부는 당시 최 회장이 과거 횡령 사건의 공범인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을 통해 김 이사장을 취직시켜준 점을 공개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김희영이 전 남편과 2008년 6월 미국에서 이혼할 때 판결문에 김희영의 직업이 김원홍이 투자하던 중국 상하이 소재 기업 직원으로 적혀있다”면서 2008년 이전에 이미 부정행위가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2009년 5월 노 관장이 암 진단을 받은 것을 보면 최 회장의 행동 자체가 노 관장에게 정신적 충격을 줬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또 최 회장이 2015년 김 이사장과의 혼외 자녀의 존재를 외부에 알리는 과정에서도 유책행위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노 관장과 혼인 관계가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김 이사장과의 공개적 활동을 지속해 마치 유사 배우자 지위에 있는 태도를 보였다”며 “이와 같이 상당 기간 부정행위를 지속하며 공식화하는 등 헌법이 보호하는 일부일처제를 전혀 존중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 4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 항소심 2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또 “이 사건 소송 초반엔 경제적 지원을 하다가 2019년 2월부터는 신용카드를 일방적으로 정지시키고 1심 이후에는 현금 생활비 지원도 중단했다”며 최 회장이 노 관장의 부양의무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SK이노베이션은 노 관장이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 퇴거를 요구하는 소송을 내는 반면, 상당한 돈을 출연해 김 이사장과 티앤씨를 설립하는 대비되는 상황을 연출하면서 노 관장에게 정신적 고통을 줬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별거 후 김 이사장과 생활하면서 최소 219억원 이상의 지출을 했고, 한남동에 주택을 지어 김 이사장에게 무상거주하게 하는 등 다양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점을 봤을 때 1심 위자료 1억원은 너무 적다고 판단했다.

재판부 “최 회장은 최소 십수년간 이런 태도와 행위를 통해 노 관장의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현저히 침해했고 지속적으로 이어진 고의적 유책행위로 노 관장에게 발생한 손해배상은 이뤄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산분할 1.3조…‘세기의 이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측 법률대리인인 김기정 변호사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항소심 법원이 판결한 재산 분할 금액 1조3808억원은 1심이 인정한 위자료 1억원과 재산 분할 665억원에서 20배 넘게 늘어난 금액이다. 이 같은 재산 분할은 전례가 없는 규모로 그야말로 ‘세기의 이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항소심 과정에서 노 관장은 1990년대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약 343억원이 최종현 선대회장과 최태원 회장에게 전달돼 증권사 인수, SK 주식 매입 등에 쓰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 회장 측은 SK그룹에 비자금이 유입된 적이 없으며 이는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때도 확인된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노 관장이 SK그룹의 가치 증가나 경영활동의 기여가 있다고 봐야 한다. 최 회장의 재산은 모두 분할 대상”이라며 최 회장이 보유한 주식회사 SK 지분은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1심 판단을 뒤집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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