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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분할액 최태원 전체 주식가치의 70%
적대적 M&A 등 경영권 분쟁 가능성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이혼에 따른 재산 분할로 1조3,0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지급하라고 항소심 법원이 판결했다. 사진은 5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공판에 나란히 출석하는 최 회장과 노 관장. 연합뉴스


30일 재판부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국내 이혼사상 최대 규모의 재산분할액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최 회장의 이혼 자금 마련 방식에도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최 회장이 보유 지분을 내다 팔거나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야 해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이날 재판 결과에 SK그룹은 충격에 휩싸였다. SK계열사 한 임원은 "세기의 재판 결과에 너무 놀랐다'며 "앞으로 (그룹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봐야겠다"고 말했다. SK계열사의 엔지니어는 "회사 일과 개인사는 별개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많은 지인들이 회사 분위기 어떻냐고 물었다"고 전했다.

최 회장의 변호인단은 입장문을 내고 "이번 재판의 과정과 결론이 지나치게 편파적인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이라며 "원고는 상고를 통해 잘못된 부분을 반드시 바로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SK는 당시 사돈이었던 6공(共)의 압력으로 각종 재원을 제공하였고, 노 관장 측에도 오랫동안 많은 지원을 해왔지만, 정반대의 억측과 오해로 인해 기업과 구성원, 주주들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당하였다"고 강조했다.

SK㈜ 정점의 지배구조…주식담보대출 등 자금 마련 방법 주목

그래픽 송정근 기자


SK그룹 지배구조는 '최태원→SK㈜→SK이노베이션·SK스퀘어·SKC'로
이어진다.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SK㈜는 SK이노베이션, SK스퀘어, SKC, SK텔레콤, SK네트웍스, SK리츠 등 상장사 9개를 거느린 최대주주다.
최 회장이 들고 있는 SK(주) 지분은 17.73%로 이날 종가를 기준으로 하면 2조514억 원어치다
. 지주사 SK(주) 지분 말고도 비상장주식 SK실트론 지분을 갖고 있다. 2017년 SK가 LG로부터 실트론을 인수할 당시 29.4% 지분을 확보했다. 당시 지분 가치는 2,600억 원 정도였는데 현재 가치는 두세 배 이상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 20억 원 상당의 SK디스커버리, SK텔레콤 지분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재계는 2심 판결이 만약 대법원에서 확정되더라도 최 회장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SK실트론 주식을 판 뒤 SK(주)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모자란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다만 SK실트론이 비상장 주식인 데다 최 회장이 실트론 주식을 급하게 매각하면 제값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최 회장이 소버린 사태를 겪은 만큼 SK(주) 지분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대출받는 방법뿐"이라고 말했다. 소버린 사태는 2003년 8월 영국계 자산운용사 소버린이 SK그룹 경영권을 빼앗으려는 사건이다. 당시 소버린은 SK 지분을 15%까지 늘리며 최 회장 등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했다. 같은 해 11월 독자적으로 이사 후보를 추천했는데 이듬해 3월 SK주총에서 최 회장이 승리하면서 가까스로 경영권을 방어했다.

일부에서 SK(주) 지분 일부를 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일선 한국CXO경영연구소 소장은 "SK실트론 주식을 모두 처분한다고 해도 6,000억~8,000억 원 상당의 현금을 더 마련해야 한다"며 "최 회장이 주식을 담보로 꽤 많은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추가로 자금을 확보하기에는 이자 부담이 커 지분 일부를 팔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의 SK(주) 담보 대출금은 약 4,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정경유착 이미지 쇄신 과제도 떠안아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법률 대리인 김기정 변호사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 앞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관련 2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이날 종가 기준으로 만약 SK㈜ 주식을 처분해 6,000억 원을 마련하면 최 회장의 지분율은 12%대 중반으로 떨어진다. 여전히 2대 주주인 동생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 지분의 두 배지만 소버린 사태와 같은 상황이 다시 생기면 경영권 방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오 소장은 "경영권 방어에 필요한 대주주·특수관계인 지분이 35%선인데 SK㈜는 25%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2심 판결 직후 SK㈜ 주가가 10% 폭등한 건 경영권 분쟁이 있을 거라고 본 투자자들이 몰린 결과"라며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이 최 회장 주식 일부를 가지면 제3자 연합 등으로 지배 구조를 흔들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재판부가 노 관장의 아버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SK그룹 자산 형성에 기여했다고 판결한 만큼 SK그룹은 기업 이미지 쇄신에 나서야 하는 숙제도 떠안았다. 재계 관계자는 "SK는 그동안 최 회장 개인의 이혼 소송으로 의미를 축소하려 했지만 오늘 판결로 그룹의 역사와 정체성 자체까지 큰 영향을 받게 됐다"며 "국내 대기업 중 가장 적극적으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활동을 펼치며 쌓은 긍정적 이미지도 상처를 입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했다.

SK그룹사 임원은 "SK는 과거 방식으로 성장한 마지막 세대 기업"이라며 "이번 판결로 사법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보며, 경영에 전념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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