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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스마트폰을 조립해 납품하는, 삼성전자 1차 협력업체에서 백혈병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회사는 무급 병가 상태로 항암치료를 받고 있던 직원을 4개월 만에 부당해고했는데요.

첫 직장에서 2년 차를 맞았던 20살 청년에게 돌아온 건 "아픈 건 근원적으로 부모 책임"이라는 말이었습니다.

차주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머리카락은 다 빠졌고, 체중도 줄었습니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진단받은 작년 9월, 이승환 씨는 스무 살이었습니다.

[이승환]
"입원하고 나서 한 달 동안 안 믿었어요. 왜냐하면 나는 감기도 잘 안 걸리는 사람이었고, 입원도 한 번 한 적이 없는데. 이제 막 스무 살이고…"

특성화고를 졸업한 2022년, 승환 씨는 삼성전자 1차 협력업체에 입사했습니다.

많게는 하루 2천대 넘게 휴대전화를 조립했고, 그때마다 에어건으로 분진을 제거했습니다.

[이승환]
"먼지가 혹시나 끼면 안 되니까. 에어건을 불면 거기서 이상한 냄새가 났어요. 쾨쾨한 냄새."

관리자는 작업장 곳곳에 이름 모를 액체를 매일 뿌렸다고 합니다.

[이승환]
"작업하는 사람들한테 이렇게 뿌리니까 좀 코가 찌릿하다, 또 약간 불쾌하다는 느낌이 점점 커졌어요. 기름 냄새가 점점 심해지는 느낌."

입사 만 2년째, 승환 씨는 회사 기숙사에서 응급실로 실려갔습니다.

[이승환]
"제가 일어나지 못했어요. 걷지를 못해서 기어다녔는데, 어지러움증도 그렇고 몸살도 그렇고…"

백혈병 진단 이후 4개월간 일곱 번의 항암치료.

그렇게 무급 병가 기간이 끝나자, 승환 씨는 해고됐습니다.

그조차, 직장 건강보험이 해지되고서야 알게 됐습니다.

[이승환]
"<건강보험 통지를 받기 전에는 전혀 몰랐어요?> 네, 기숙사에 짐도 다 놔두고 온 상태였고, 전혀 몰랐죠. 이게 제 첫 직장이니, 원래 다른 회사들도 이렇게 하는 건가 싶었죠."

그런데도, 부당해고는 아니다.

[협력업체 대표이사 (4월 22일, 1차 면담 녹취)]
"정부기관에서 '너 부당해고'라고 하면, 그거 받아서 액션을 취하면 됩니다."

치료비도 지원할 수 없다.

[협력업체 대표이사 (4월 22일, 1차 면담 녹취)]
"그건 우리한테 얘기하는 것이 아니고, 법으로 바꾸시든지. 근원적인 건 엄마, 아버지가 책임져야죠, 1차적인. 그렇잖아요. 아픈데…"

잘못도 책임도 없다는 업체에, 그리고 삼성전자 본사에 부모님은 이렇게 묻습니다.

[이동일/이승환 씨 아버지]
"대한민국 최고의 회사라는 삼성의 1차 협력업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기막힌 현실을 삼성은 제대로 인식하고 조치를 취했습니까?"

삼성전자 휴대전화 사업장에선 처음 발생한 백혈병 사례.

인과 관계가 밝혀지려면 앞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협력업체 공장장 (4월 22일, 1차 면담 녹취)]
"<백혈병, 죽을 수 있는 병이에요.> 모든 병은 다 죽을 수 있죠. 그런데 왜 백혈병이라고 자꾸 우리 회사가 죽인 것 같이 얘기를 합니까?"

2007년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황유미 씨는 7년 소송 끝에 산업재해를 인정받았습니다.

삼성전자가 공식 사과하고, 보상하는 데는 11년이 걸렸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삼성전자 협력업체 측은 부당해고 사실을 인정하고, 복직과 위로금 지급 등을 약속했습니다.

MBC뉴스 차주혁입니다.

영상취재: 김준형 / 영상편집: 조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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