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노태우 자금·방패막이’ 역할 등 판단
최 회장 측 “모호한 추측” 상고 방침
지난달 16일 서울고법에서 진행된 이혼소송 항소심 재판에 출석하는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연합뉴스

법원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재산분할액을 항소심에서 대폭 늘리면서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정경유착 의혹 정황을 사실상 인정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부친 노 전 대통령 자금이 최 회장 부친인 최종현 전 회장에게 상당부분 지급됐고, 노 전 대통령이 정치적 ‘방패막이’ 역할을 한 결과 현재의 SK그룹 모습이 갖춰졌다는 판단이다. 최 회장 측은 “모호한 추측만을 근거로 이뤄진 판단”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서울고법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는 30일 1심이 ‘특유재산’으로 보고 공동재산에서 제외했던 최 회장의 SK㈜ 주식을 부부 공동재산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유재산은 부부 한쪽이 혼인 전 소유한 고유재산, 혼인 중 배우자 기여 없이 본인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말한다. 원칙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항소심은 노 전 대통령의 기여를 통해 SK그룹 가치가 형성·성장했다는 노 관장 측 주장을 폭넓게 인정했다. 재판부는 우선 1991~1992년 노 전 대통령 자금 300억원이 최 전 회장에게 전달돼 태평양증권 주식 인수 등 SK그룹(당시 선경그룹) 경영에 활용됐다는 부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항소심에서 노 관장이 ‘최 전 회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교부한 선경건설 약속어음’을 제시해 이 사안이 30년 만에 처음 공개됐다”며 “이 약속어음은 노 전 대통령이 1992년 최 전 회장에게 금전적 지원을 하고 받은 증빙어음이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최 회장 주장대로면 (최 전 회장의) 태평양증권 주식 취득 자금 출처가 ‘계열사 자금’이라는 건데 관련 자료가 전혀 제출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SK그룹이 당시 ‘출처 불명’의 돈으로 태평양증권 주식을 취득하고 이동통신사업에 뛰어드는 모험을 할 수 있던 배경에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지원이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해당 자금이 노 전 대통령 돈이면 도덕적·정치적 문제가 되고, 계열사 자금이면 횡령”이라며 “그럼에도 이 법원에 이르기까지 공식적인 사실 확인 절차가 진행된 적 없다”고 했다. 이어 “최 전 회장이 노 전 대통령과의 사돈관계를 보호막·방패막이로 인식하고 모험적으로 위험한 경영을 감행했고 결과적으로 성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도 이런 경영을 용인했고, 과세당국이나 검찰 수사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최 전 회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300억원을 받았다고 해도 당시 기준으로는 형사상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측 김기정 변호사가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 앞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 관장 간 이혼소송 2심 판결이 나온 뒤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혼인의 순결과 일부일처제주의에 대한 헌법적 가치를 깊게 고민해주신 아주 훌륭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최 회장 측 대리인단은 “오히려 SK는 사돈이었던 6공(共)의 압력으로 각종 재원을 제공했고 노 관장 측에도 많은 지원을 해 왔다”고 강력 반발했다. 이어 “정반대의 억측과 오해로 기업과 구성원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상고 방침을 밝혔다.

노 관장 측 대리인은 판결을 환영하면서도 300억원 지원 자금과 관련해선 “판결에서도 ‘비자금’이라고 인정한 바는 없다”며 말을 아꼈다.

국민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5951 (7)“이러니 수박에 빠져들 수밖에”[이다의 도시관찰일기] 랭크뉴스 2024.07.06
25950 한동훈 “원희룡이 당원 가스라이팅” 당 선관위 신고 랭크뉴스 2024.07.06
25949 신영증권 "韓 올해 금리 인하는 1차례 그칠 것” 랭크뉴스 2024.07.06
25948 ‘온건 개혁파’ 페제시키안, 이란 대선 승리 랭크뉴스 2024.07.06
25947 서울역 인근서 80대 운전자가 몰던 차 인도 덮쳐…보행자 2명 부상 랭크뉴스 2024.07.06
25946 中 둥팅호 붕괴 제방 220m로 확대…시진핑, 순방 중 긴급지시(종합) 랭크뉴스 2024.07.06
25945 한동훈측, 원희룡 캠프 '비방 문자' 당 선관위에 신고 랭크뉴스 2024.07.06
25944 이란 대선 “서방 관계 복원” 주장 개혁파 페제시키안 당선…54.8% 득표 랭크뉴스 2024.07.06
25943 서울역 인근서 80대 운전 경차가 인도 행인 2명 잇따라 치어 랭크뉴스 2024.07.06
25942 이란 대통령에 개혁파 페제시키안 당선…55% 득표(종합2보) 랭크뉴스 2024.07.06
25941 서울역 앞 코레일 건물서 화재…인명피해 없이 불 꺼져 랭크뉴스 2024.07.06
25940 또 "급발진" 주장 사고… 80대 운전자, 서울역 인근서 '인도 돌진' 2명 부상 랭크뉴스 2024.07.06
25939 "어쩐지 Y2K 향수가" 에스파가 몰고온 '쇠맛' 패션 난리났다 [비크닉] 랭크뉴스 2024.07.06
25938 일본 역사서에도 “사도광산서 조선인 1,200명 연행돼 강제 노동” 랭크뉴스 2024.07.06
25937 공무원 노조 “최저임금 수준 급여에 투잡 뛸 판···기본급·수당 올려야” 랭크뉴스 2024.07.06
25936 이번엔 서울역 인근서… 80대 운전자 차량 인도 덮쳐 랭크뉴스 2024.07.06
25935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후보 올라서면 ‘러닝메이트’ 누구? 랭크뉴스 2024.07.06
25934 "서방관계 개선, 히잡 단속완화" 이란 대선 '개혁파' 후보 당선 랭크뉴스 2024.07.06
25933 서울역 옆 코레일 화재 3시간30분 만에 완전 진화…열차표 발권 장애 계속 랭크뉴스 2024.07.06
25932 “검사들은 허세 말고 김건희 수사나 하라”…‘게시판 집단반발’ 비판 랭크뉴스 2024.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