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애니멀피플]
수컷의 큰 코는 체격, 생식기능과 상관관계 있어
울음소리 내는 데도 효과적…“암컷 선호했을 것”
수컷 코주부원숭이의 큰 코는 시각적으로 암컷에서 뛰어난 생식능력을 과시할 뿐 아니라 청각적으로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연구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동남아시아 보르네오 섬에 사는 코주부원숭이는 영장류 가운데 ‘성적 이형’(같은 종의 암수가 생식기 이외에도 다른 겉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이는 가장 대표적인 동물이다. 수컷의 코는 최대 10㎝까지 크고 아래로 길게 늘어지지만, 암컷의 코는 훨씬 짧고 뾰족하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수컷의 큰 코가 무리 내 지위나 짝짓기에 영향을 미친다고 여겨왔으나 코가 왜 이토록 기이한 형태로 진화했는지는 수수께끼였다.

최근 수컷 코주부원숭이의 큰 코가 시각적으로 암컷에게 매력적일 뿐 아니라, 청각적으로도 큰 소리를 낼 수 있어 더 많은 짝짓기 기회를 가졌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코주부원숭이 암컷과 새끼. 수컷과 달리 뽀족하고 위쪽으로 솟은 코를 볼 수 있다. 위키피디아코먼스

캐서린 발로리아 박사 등 오스트레일리아국립대 연구진은 “코주부원숭이와 코주부원숭이가 포함된 긴꼬리원숭잇과 원숭이 3종(푸른원숭이, 게잡이마카크, 콜로부스원숭이)의 두개골을 비교한 결과, 수컷 코주부원숭이의 비강과 콧구멍은 암컷보다 26%, 29% 더 컸다”며 “이러한 성적 이형은 다른 원숭이들과 비교해도 큰 차이를 보이는데 이는 성 선택에 의한 것일 수 있다”고 밝혔다. 암컷 코주부원숭이가 코가 큰 수컷과의 짝짓기를 선호하면서 수컷의 코가 점점 더 크게 진화했을 것이는 주장이다. 푸른원숭이, 게잡이마카크, 콜로부스원숭이의 경우 암수의 비강 및 콧구멍의 크기 차이가 7~17%에 그쳤다.

발로리아 박사는 “수컷의 비강은 암컷에 비해 낮고 긴 비강 모양을 하고 있었다. 이러한 비강 구조는 공명(소리의 진동)을 형성해 더 효과적인 코 울음소리를 낼 수 있다”고 전문가매체 ‘컨버세이션’에 전했다.

또 코의 해부학적 구조는 수컷이 완전히 성체가 된 뒤에야 완전한 크기로 자라나는데, 코가 다 자라지 않은 어린 수컷 코주부원숭이는 독신 그룹에 머무른다고 한다. 이런 점을 종합해 연구진은 코주부원숭이 코가 수컷의 건강, 지배력, 생식 능력 등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봤다. 이번 연구는 지난 23일(현지시각)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렸다.

수컷 코주부원숭이(왼쪽)와 암컷 코주부원숭이(오른쪽)의 두개골 3D 모델 갈무리. 수컷의 콧구멍 크기가 암컷보다 29% 더 크고, 수컷과 암컷은 콧구멍 모양도 다르다. 캐서린 발로리아/컨버세이션 제공

이번 연구는 2018년 코주부원숭이의 코 크기와 짝짓기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일본 교토대 연구진 논문의 연장선에 있다. 당시 교토대 연구진들은 야생의 코주부원숭이 무리를 10년에 걸쳐 관찰했는데 그 결과, 수컷의 코가 클수록 체격과 고환이 컸고 암컷들에게 더 많은 선택을 받았다. 코주부원숭이는 성체 수컷 1마리가 여러 마리의 암컷, 새끼들과 군집을 이뤄 생활하는데 코가 큰 수컷의 경우 더 많은 암컷을 이끄는 것으로 밝혀졌다. 큰 코가 뛰어난 생식 능력으로 받아들여지며 무리 내에서도 높은 지위를 유지한 것이다.

수컷 코주부원숭이의 큰 코는 시각적으로 암컷에서 뛰어난 생식능력을 과시할 뿐 아니라 청각적으로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연구가 나왔다. 위키피디아 코먼스

그러나 여전히 큰 코의 정확한 목적이나 기능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교토대 연구진은 수컷이 코를 이용한 저음의 울음소리로 암컷을 유혹하고 다른 수컷의 접근을 경계하는데, 코가 크면 더 큰 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열대우림에 사는 코주부원숭이들은 우거진 수풀에서 서로의 모습을 잘 확인할 수 없다. 이렇게 암컷들이 시각적 정보를 이용할 수 없을 때 코 울음소리와 같은 청각 신호로 우수한 수컷을 선택했을 것이란 설명이었다. 이번 연구는 교토대 연구진의 이러한 추측에 신빙성을 더해준다.

발로리아 박사는 “암컷 공작새가 크고 화려한 수컷을 선호했기 때문에 수컷의 꼬리가 점점 더 커진 것처럼, 수컷 코주부원숭이의 코도 짝 선택의 기준이 되면서 점점 더 커졌을 것”이라고 과학저널 ‘뉴사이언티스트’에 말했다.

인용 자료

Scientific Reports, DOI: 10.1038/s41598-024-60665-8

The Conversation, Honk! These monkeys have truly legendary noses-now we better understand why they evolved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0005 바이든, 중국 견제 고삐... "中철강·알루미늄 관세 3배 올린 25% 검토" 랭크뉴스 2024.04.17
10004 ‘박정희 암살’ 김재규, 45년 만에 사법판단 다시 받나 랭크뉴스 2024.04.17
10003 국힘 원로들 “윤 대통령 불통 국민 심판 받아…당이 직언해야” 랭크뉴스 2024.04.17
10002 "머스크에 77조 보상패키지 다시"…테슬라 주주 투표 랭크뉴스 2024.04.17
10001 네타냐후 "우방 충고 고맙지만 이란 보복은 우리가 결정" 랭크뉴스 2024.04.17
10000 ‘안갯속’ 의대 정원 증원…대학도 수험생도 뒤숭숭 랭크뉴스 2024.04.17
9999 세 아이 두고 6·25 참전했던 아버지…유해 발굴 20년 만에 이름 찾았다 랭크뉴스 2024.04.17
9998 ‘갤럭시’ 조립하다 백혈병 걸린 21살 노동자…“원청 삼성전자 책임져야” 랭크뉴스 2024.04.17
9997 정쟁 없는 재난 조사 제도화‥22대 국회에는 빛 보나? 랭크뉴스 2024.04.17
9996 "얼마 내지?"…결혼 축의금 액수 가른 것은 바로 '이것' 랭크뉴스 2024.04.17
9995 위협운전도 모자라···아들 보는데 아빠 폭행한 60대 운전자 랭크뉴스 2024.04.17
9994 "살면서 처음 본다"…경북 영덕 사찰에 등장한 '이 동물' 정체는? 랭크뉴스 2024.04.17
9993 "제 정신이냐" 비판받던 "푸바오 데려오자" 제안 9일만에 서울시가 답했다 랭크뉴스 2024.04.17
9992 내일 전국 대체로 맑음…낮 최고 18∼27도 랭크뉴스 2024.04.17
9991 전의교협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가 의료계 단일안" 랭크뉴스 2024.04.17
9990 [집중취재M] 가와사키병 맞다는데 지급 거부‥피해자 두번 울리는 보험사 랭크뉴스 2024.04.17
9989 "참패 원인은 대통령의 불통·당의 무능"‥당 쇄신은 언제? 랭크뉴스 2024.04.17
9988 "전임의 형님들이 돌아온다"…전공의 '5월 복귀설'에 의료계 술렁 랭크뉴스 2024.04.17
9987 ‘병원 6곳에서 거절’ 60대 심혈관환자, 신고 6시간 만에 끝내 숨져 랭크뉴스 2024.04.17
9986 홍준표 “당 대표 선거는 당원 100%로 하는 게 맞아” 랭크뉴스 2024.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