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전쟁 발발 후 최소 33명 익사…국경수비대 "사망자 훨씬 많을 것"
루마니아 접경 지역엔 '도강 해결사' 활개…수수료 최대 1천600만원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 접경 지대를 흐르는 티사 강을 바라보는 루마니아 국경경찰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남성들이 병역을 피하려 죽음을 무릅쓰고 강을 건너 국경을 넘고 있다고 영국 시사 주간 이코노미스트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징집 대상 연령인 18∼60세의 우크라이나 남성 수천명이 이 나라 남부 국경인 티사강을 헤엄쳐서 루마니아로 탈출하고 있다.

몇 주 전 새벽 5시에 동료 3명과 함께 티사강을 건너는 데 성공한 마트비(24) 씨는 "물 밖으로 나왔을 때 거의 숨을 쉴 수 없었다. 거의 익사할 뻔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두가 마트비 씨처럼 운이 좋은 것은 아니다. 전쟁이 발발한 2022년 2월 이후 이 강에서 최소 33명이 익사했다. 최연소 사망자는 20세에 불과했다.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는 물속 갈대숲에 걸려 수습이 어려운 시신이 있어 사망자 수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10번째 익사자가 발견된 뒤 추가 도강 시도를 막기 위해 사진과 영상을 게시하기 시작했는데도 징집에 대한 두려움과 유럽에서의 더 나은 삶을 향한 동경이 갈수록 커지면서 티사강으로 몰리는 남성들의 행렬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23년 9월 키이우 인근에서 훈련을 마친 우크라이나 신병들 [AP 연합뉴스]


루마니아 정부는 올해 1분기에만 우크라이나 쪽에서 이뤄진 불법 월경이 2천373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병역 기피자들의 주요 도강 지점은 산악 지대인 트란스카르파티아 지역의 남쪽 범람원이다.

이곳 사람들은 오랫동안 국경을 통해 휘발유나 담배 등을 밀수하면서 생계를 유지해왔지만, 이제는 병역 기피자들을 돈벌이에 이용하고 있다. 월경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1인당 3천 달러(약 413만원)에서 1만2천 달러(약 1천600만원)를 수수료로 받는다.

이코노미스트는 한 국경 마을에서 귓속말로 몇 가지 문의를 하면 키가 작고 대머리에 금니가 보이는 '해결사'를 만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수수료로 3천500달러(약 480만원)를 제시한 이 해결사는 근래엔 탈출 경로로 강을 건너는 것 대신 짧게는 10시간에서 길게는 며칠이 걸리는 산길을 선호한다고 한다.

그는 "도강은 시도조차 하지 말라. 강에서 시체가 계속 발견된다"고 말했다.

반면, 이름이 바실이라는 또 다른 밀수업자는 강을 건너는 게 성공 가능성이 가장 큰 루트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화 통화에서 "장소만 알면 된다. 하체가 잠기지 않고도 강을 건널 수 있는 장소를 알려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바실은 하루에 96명의 우크라이나인이 강을 건넌 적이 있었고, 루마니아에서 이들의 추가 이동을 도와줬다고도 털어놓았다. 다만, 하루 평균 강을 건너는 우크라이나인은 30∼40명 정도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의 레시아 페도로바 대변인은 센서와 드론 등 새로운 국경 보호장비를 활용해 평균 10명 중 7명 정도를 강에 도달하기 전 저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벌금이 부과된 채 안보당국에 인계되지만, 대다수는 계속 월경을 시도한다고 한다.

페도로바 대변인은 테레스바 마을 상류의 위험한 강 구간을 보여주면서 "잠수복을 입더라도 차가운 물 속에서 5분만 지나면 몸을 통제할 수 없게 된다"며 "물살에 두려움, 어둠까지 더해지면 희생자들은 사투를 중단하게 된다"고 말했다.

키이우 인근서 러시아군에 생포된 우크라 병사들
[키이우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러시아 국방부 공보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7845 최태원, 이혼 2심 재판부 판결문 경정 불복…재항고 랭크뉴스 2024.06.24
27844 "여보, 6억 엔비디아 선물할게"…1억 아낀 남편 묘수 랭크뉴스 2024.06.24
27843 리튬 배터리 폭발에 속수무책…화성 공장 화재 22명 사망 대참사 랭크뉴스 2024.06.24
27842 사망자에 미등록 이주노동자들도…‘위험의 외주화’ 넘어 “위험의 이주화”[화성 리튬전지 공장 화재] 랭크뉴스 2024.06.24
27841 서울시 “북한 오물풍선 서울 상공 진입” 랭크뉴스 2024.06.24
27840 "성별조차 모르는 시신도"…적막 감도는 화성 화재 사망자 빈소 랭크뉴스 2024.06.24
27839 "알바는 방학에만, 시급은 1만1040원 주세요" 사장님들 반응은? 랭크뉴스 2024.06.24
27838 “중국 남성과 결혼 원한다”던 미모의 인플루언서들…정체 알고보니 ‘깜놀’ 랭크뉴스 2024.06.24
27837 잇단 섬광·폭발음…“전쟁 영화에서 본 폭격 장면 같았다” 랭크뉴스 2024.06.24
27836 서울시 "북한 오물풍선 서울 상공 진입…적재물 낙하 주의" 랭크뉴스 2024.06.24
27835 권익위 김건희 여사 명품백 사건 종결 연기, 왜? 랭크뉴스 2024.06.24
27834 ‘백기 드나’ 의료계, 의제 구애 없는 대화 열어둬...일부 병원 휴진 진행될까 랭크뉴스 2024.06.24
27833 이혼소송 끝장 보는 최태원… ‘판결문 수정’에 불복, 재항고장 냈다 랭크뉴스 2024.06.24
27832 "내 남편 찾아달라" 오열하던 가족은 실신해 구급차 실려갔다 랭크뉴스 2024.06.25
27831 “대법원장 ‘채 상병 특검’ 추천은 모순”…민주 ‘한동훈 시간끌기 꼼수’ 일축 랭크뉴스 2024.06.25
27830 화성 리튬전지 공장 화재 22명 사망 ‘최악 참사’ 랭크뉴스 2024.06.25
27829 "본인 특검은?" "민주당 대표냐?"‥'특검 추진' 한동훈에 십자포화 랭크뉴스 2024.06.25
27828 北이 또 날린 오물풍선…“서울 상공 진입해 적재물 낙하 주의” 랭크뉴스 2024.06.25
27827 소설가 정지돈, 교제했던 여성 과거 ‘무단 인용’ 의혹 랭크뉴스 2024.06.25
27826 "15초만에 연기로 가득"…화성 공장 화재로 22명 사망(종합3보) 랭크뉴스 2024.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