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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이혼’은 전례없는 재산분할 액수는 물론이고 전례없는 위자료를 선고받았다.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사건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는 30일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 1조 3808억 1700만원, 위자료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노 관장에 대한 정신적 손해 배상액을 1심 1억원에서 20배로 늘린 것이다.

1조가 넘는 재산분할을 한 이혼도 사법사에서 처음이지만, 위자료 20억원도 통상의 범위를 벗어난 숫자다. 한 가사전문 법관마저 “듣도보도 못한 액수”라며 놀랄 정도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달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 관련 항소심 변론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며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위자료는 유형의 손해를 제외하고, 정신적 손해 등에 대해 배상하는 성격의 금액이다. 이혼 사건에서의 위자료는 통상 최대치가 1억원으로 여겨져왔다. SK 이혼 사건 1심 위자료도 1억원이었고, 법조계에선 “위자료는 최대치로 받아낸 것”이란 평이 많았었다. 김시철 부장판사는 지난해 이례적으로 ‘위자료 2억원’을 선고한 전례가 있는데, 항소심에서 노 관장 측이 위자료 청구액을 30억원으로 늘리면서, 이 중 3분의 2를 인정하며 위자료 액수가 커진 것이다.



“과거 편지와 법정진술 충돌, 최태원 주장 신빙성 의문”
재판부는 ‘혼인관계’ ‘신뢰관계’를 언급하며 최 회장을 여러 차례 질타했다. 최 회장이 2013년 노 관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내가 김희영(티앤씨재단 이사장)에게 (당시 남편과) 이혼하라고 했고, 아이도 낳으라고 했다. 다 내가 시킨 것’이라고 적고, 아이들에게 보낸 옥중편지에선 “종교적 신념에 의해 김희영이 낳은 혼외자와 같이 살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지만 이후 다른 형사사건에서 법정 증언 등으로 “나는 김희영의 이혼소송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한 걸 짚었다. 김 부장판사는 “두 진술이 배치되고, 법원에서 거짓 주장을 했든 혹은 자녀들과 노 관장에게 ‘종교적 신념에 의한 선택’이라고 한 설명이 거짓이든 둘 다 심각한 문제”라며 “원고 주장의 신빙성에 전반적으로 의문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후 최 회장의 횡령 사건과 연루되는 김원홍이란 인물도 “김희영이 전 남편과 2008년 6월 미국에서 이혼할 때 판결문에 김희영의 직업이 김원홍이 투자하던 중국 상하이 소재 기업 직원으로 적혀있다”고도 했다. 2008년 이전에 이미 부정행위가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고, 김원홍을 통해 직업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고 보면서 ‘김희영은 최태원을 통해 김원홍을 알게 된 것’이라는 최 회장의 그간 설명이 거짓이라고 판단했다.



“김희영이 배우자인 양 부정행위 공식화… 배우자 권리 침해”
재판부는 2013년 노 관장에게 보낸 최 회장의 편지에 대해 “혼인관계 유지·존속을 좌우할 정도로 결정적 내용인데, 원고(최 회장)가 혼인관계를 존중했다면 도저히 이렇게 쓸 수 없었을 것”이라며 최 회장이 혼인관계를 등한시했다고 지적했다. 지속적 부정행위에 대해 진심어린 사과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혼인 파탄이 노 관장 책임이라고 주장하며 2022년 1심 판결 이후 경제적 지원도 중단한 데 대해 “원고가 부부간 의무 이행을 충실히 하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언론에 김희영을 공개한 다음 자신의 혼인관계가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마치 김희영이 배우자와 유사한 지위인 양 상당기간 부정행위를 계속 공식화했다”며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헌법이 보호하는 혼인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 십수 년간 배우자인 노 관장의 권리를 현저히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법률 대리인 김기정 변호사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 앞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관련 2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대리인단은 “당연한 결론”이라며 반색했다. 노 관장 측을 대리한 김기정 변호사는 “잘못한 사람이 피해자에게 주는 금액이니까 재판부가 최 회장이 크게 잘못했다고 보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로 노 관장 측 대리인단이 받게 될 성공보수도 역대급일 거라는 예상이 많다. 사건 규모나 계약마다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판결금의 2~3% 정도 성공보수가 최대치로 여겨지고 소송 금액이 클수록 비율은 더 줄이는 경우가 많다. 노 관장의 경우 2조원을 청구한 거액의 소송인 만큼, 많아야 1% 혹은 그 이하의 비율로 성공보수를 약정했을 가능성이 크다는게 법조인들의 중론이다. 1%일 경우 138억원, 이를 4개 법무법인이 나눠가지면 각 법인당 34억 5000만원이다. 다만 이런 성공보수 약정금은 판결 확정 시 받게 되는 것이 통상적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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