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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국가, 젊은국가보다 실질금리 낮아”
“안전자산 증가, 장기 중립금리 상승 요인”
“중립금리 과대·과소 추정시 물가 위협”

세계 경제학 석학들이 중립금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인구 고령화와 안전자산 규모 증가를 꼽았다. 인구 고령화는 생산가능 인구를 줄여 중립금리를 낮췄고, 안전자산 증가는 장기 중립금리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세계 석학들은 중립금리 추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중립금리는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잠재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이론적인 금리 수준이다. 직접 관측할 수 없고 자료와 모형을 통해 추정해야 하므로 불확실성이 크다.

“실질금리, 인구 고령화·기대수명 증가에 영향”
한국은행은 30일 한은 본관에서 ‘BOK국제콘퍼런스’를 열고 중립금리와 관련된 다양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토마스 존 사전트(Thomas J. Sargent) 미국 뉴욕대 교수와 토마스 요르단(Thomas Jordan) 스위스중앙은행(SNB) 총재, 티아고 페레이라(Thiago R. T. Ferreira)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회 그룹 매니저 등이 참여했다.

토마스 요르단 스위스 중앙은행(SNB) 총재가 3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4년 BOK 국제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먼저 브라질 중앙은행 부총재를 역임했던 카를로스 비아나 데 카바요르(Carlos Viana de Carvalho)는 첫 번째 세션 ‘중립금리의 결정요인으로서의 인구통계’에서 중립금리와 연관성이 높은 실질금리(명목금리에서 물가 변동분을 제거한 금리)의 결정요인을 분석했다. 중립금리는 실질금리의 중립(실제·잠재 국내총생산이 일치하고 물가가 안정적인 상태)수준으로도 해석된다.

카바요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9개국의 1990~2019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실질금리가 ▲노동인구 증가율 하락 ▲기대수명 증가 등 인구구조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노동인구 증가율이 낮고 부양비가 높은 ‘고령(Old) 국가’일수록 ‘젊은(Young) 국가’보다 실질금리가 낮은 수준에서 형성된다는 것이다.

카바요르는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 고령 국가와 젊은 국가의 실질금리는 수렴해갔으나, 이후 자본이동이 위축되면서 금리 격차가 유지되는 상태에서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면서 “자국의 기대수명 증가가 실질금리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중립금리, 2008년 이후 상승… 안전자산 증가가 원인”

중립금리가 안전자산의 규모에 영향을 받는다는 주장도 있었다. 페레이라 연준 이사회 그룹 매니저(박사)는 이날 세 번째 세션 ‘안전자산, 자본 이동, 중립금리’에서 ‘글로벌 중립금리의 결정요인’을 주제로 논문 발표에 나섰다. 페레이라 박사는 1960~2019년 자료를 활용한 분석을 토대로 11개 선진국의 중립금리 결정요인을 제시했다.

분석 결과 주요국 중립금리는 1990년대 말부터 금융위기 전까지 하락세를 보이다가 2008년 이후 소폭 반등했다. 이런 흐름에 영향을 준 요인을 나눠보면 2000년대 생산성 둔화와 국가 간 음(-)의 파급효과는 장기 중립금리를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기 이후 중립금리가 오른 데는 글로벌 안전자산 공급 증가가 주로 기여했다.

페레이라는 “장기 중립금리는 자국 생산성 추세, 인구구조뿐 아니라 글로벌 안전자산의 수급 및 교역 상대국의 기초여건 변화 파급효과에도 영향을 받는다”면서 “글로벌 안전자산의 공급이 최근 장기 중립금리 상승의 중요한 결정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국가부채 상승의 비용이 작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티아고 페레이라(Thiago R. T. Ferreira)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회 그룹 매니저가 글로벌 중립금리의 결정요인(Determinants of Global Neutral Interest Rates)'을 주제로 논문 발표를 하고 있다. /최온정 기자

“중립금리, 통화정책 판단 근거… 결정요인 잘 이해해야”
중립금리 추정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기조연설을 맡은 토마스 요르단 SNB 총재는 실질금리를 낮추는 요인(낮은 잠재성장률, 기대수명 증가 등)과 실질금리를 높이는 요인(신기술 개발에 따른 생산성 향상, 낮은 잠재성장률 등)이 혼재돼있어 중립금리 수준을 추정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요르단 총재는 “중립금리는 통화정책 기조를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준거 중 하나로 기능하므로 변화 방향을 제대로 예측하고 구조적 결정요인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그러나 중립금리는 관측할 수 없고 다양한 자료와 모형을 통해 추정해야 하므로 상당한 불확실성이 내재해있다”고 했다.

그는 중립금리를 정책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신뢰할만한 추정치(Policy-relevant R*)를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신뢰할만한 추정치는 다양한 모형 추정치의 기계적인 평균값으로 도출해서는 안 되며, 모형 내에서 포착할 수 없는 구조적 요인들의 영향을 전문가가 직접 판단해 도출해야 한다.

그는 이어 “중립금리가 과소·과대 추정되는 경우 인플레이션 상승·하락 위험이 현실화할 수 있으므로 모든 가능한 인플레이션 경로에 대한 다양한 정책 대응의 비용·편익 분석을 실시하고 비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그는 “환율과 경상수지, 자본이동성과 같은 대외 요인을 도입할 때마다 중립금리 추정치가 상당히 많이 변동한다”면서 “내일 대외 부문을 더 많이 통합한 모델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이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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