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노태우 전 대통령(왼쪽),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이 30일 항소심에서 뒤집힌 데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결정적 증거 중 하나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항소심 재판부가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선친인 최종현 전 SK그룹 선대 회장과 노 전 대통령 사이의 300억원 이상 거액의 돈 거래 사실을 공개하며 SK그룹이 형성한 재산을 최 회장과 노 관장의 공동재산으로 판단하는 근거로 삼으면서다.

이날 서울고법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의 이혼 소송 판결은 1990년대 노 전 대통령과 최 전 회장의 돈 거래 등 얘기로 상당 시간이 할애됐다. 재판부는 “1991년경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최 전 회장에게 상당한 자금이 유입됐다” “최 전 회장이 태평양증권을 인수하는 과정이나 이동통신 사업 진출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이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수천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등 두 집안 사이의 ‘정경 유착’ 일화를 소개했다.

특히 SK그룹의 전신인 선경그룹이 1992년 태평양증권을 인수할 때 얘기가 구체적으로 언급됐다. 노 관장은 “아버지(노 전 대통령)가 1991년경 비자금 300억원을 사돈인 최 전 회장에게 전달하고 선경그룹 명의의 약속어음을 받았다”고 주장했는데 재판부도 이를 사실상 인정했다. 재판과정에서 노 관장은 그 당시 노 전 대통령이 받았던 50억원 약속어음 6장의 사진 일부와 메모를 재판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어머니인 김옥숙 여사가 4장을 가졌고 나머지 2장은 노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추징금 완납 과정에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어음은 항소심에서 처음 제출한 자료다. 재판부는 이 같은 이야기를 판결내용에 그대로 언급했다. 재판부는 “이 약속어음은 차용증과 비슷한 측면이라는 것이 설득력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전달된 비자금이 최 회장의 SK 주식 매입에 일부 쓰인 만큼 노 관장과 그 일가의 기여도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태평양증권을 인수할 당시 자금 출처가 불분명했지만, 세무조사나 검찰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이후 SK는 이동통신사업에도 진출했다”며 “지극히 모험적인 행위였으나, SK가 대통령과 사돈 관계를 보호막·방패막이로 인식하고 위험한 경영을 감행해 결과적으로 성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 회장의 “SK그룹 주식은 선대로부터 증여·상속받은 ‘특유 재산’이라 재산분할의 대상이 아니다” “(태평양증권 인수에는) 계열사 자금을 횡령해 만든 비자금을 사용했다” 등의 주장은 인정되지 않았다.

최 회장 측 변호인단은 이날 선고 이후 “(노 전 대통령이 재임한) 6공(화국) 비자금 유입 및 각종 유·무형의 혜택은 전혀 입증된 바 없으며, 오로지 모호한 추측만을 근거로 이루어진 판단이라 전혀 납득할 수가 없다”며 “오히려 SK는 당시 사돈이었던 6공의 압력으로 각종 재원을 제공했고, 노 관장 측에도 오랫동안 많은 지원을 해왔다”고 반박했다.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9459 중국인이 산 제주 땅, 서울 중구만 하다... 대만 언론의 경고 랭크뉴스 2024.06.20
19458 “제2의 맥도날드 될 거라 믿었는데”… 대산F&B 거래 재개 위해 집단행동 나선 주주연대 랭크뉴스 2024.06.20
19457 대통령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문제 재검토” 랭크뉴스 2024.06.20
19456 전국 의대교수 비대위 "의협 '올특위' 동참…무기한 휴진 논의" 랭크뉴스 2024.06.20
19455 카카오엔 개미 99% 물렸다…혹시 '국민실망주' 주주신가요? 랭크뉴스 2024.06.20
19454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에 엄중 우려·규탄” 랭크뉴스 2024.06.20
19453 정부, 북·러 조약에 반발… 우크라 ‘살상 무기 지원’ 재검토 랭크뉴스 2024.06.20
19452 尹대통령, 한동훈과 통화…韓 "이기는 정당 만들겠다"(종합) 랭크뉴스 2024.06.20
19451 북러, 사실상 ‘동맹’ 복원…전쟁 후 상황 등은 변수 랭크뉴스 2024.06.20
19450 檢, ‘불법촬영’ 혐의 황의조 피의자로 소환… 유포 사태 1년만 랭크뉴스 2024.06.20
19449 '부친 손절' 박세리 눈물회견에…홍준표 뼈 때리는 한마디 했다 랭크뉴스 2024.06.20
19448 한동훈, 전대 출마 앞두고 윤 대통령과 통화 “이기는 정당 만들겠다” 랭크뉴스 2024.06.20
19447 "침략 전력 쌍방의 궤변"… '신중' 유지하던 정부, 조약문 공개에 규탄성명으로 대응 랭크뉴스 2024.06.20
19446 최태원, 예고대로 상고…'세기의 이혼' 최종판단 대법원이 한다(종합) 랭크뉴스 2024.06.20
19445 제주 서귀포 220㎜ 물폭탄…"80년만에 한번 발생할 강우량"(종합) 랭크뉴스 2024.06.20
19444 카드론 잔액 40조 돌파… 대출 돌려막기도 증가 랭크뉴스 2024.06.20
19443 한반도 진영대립 고조…한러관계 경색 속 소통은 유지 랭크뉴스 2024.06.20
19442 정부, ‘우크라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 언급하며 러시아 압박 랭크뉴스 2024.06.20
19441 검찰 “최은순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 대상” 랭크뉴스 2024.06.20
19440 "백 점 맞아 받은 용돈"…소방관 더위 싹 날려준 '기특한 남매' 랭크뉴스 2024.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