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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동제약, 대원제약과 손잡고 차세대 신약 개발
일본 약 주춤한 사이 한국이 먼저 미국 진출 가능

1990년 배우 최종원이 나온 일동제약 큐란 TV 광고 장면./유튜브 캡처


국내 제약사들이 차세대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인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P-CAB)’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역류성 식도염은 명치로 신물이 넘어오는 병이다. 한국인 10명 중 1명이 앓다 보니 환자가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이렇다 할 치료제도 없어 치료제 시장은 크지 않았다. 최근 기존 약보다 복용이 편리하고 약효가 빠른 치료제가 시장을 넓히자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일동제약 자회사인 유노비아는 P-CAB 계열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 후보물질인 ‘ID120040002′에 대한 임상 2상 시험에 돌입한다. 유노비아는 지난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2상을 승인받고, 최근 대원제약과 공동 개발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대원제약은 협약에 따라 임상시험 비용을 책임진다. 자금난을 겪었던 일동제약은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낼 동력을 얻었다.

HK이노엔, 대웅제약 등 P-CAB 치료제 시장을 선점한 제약사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큐란이라는 인지도 높은 소화기계 의약품 브랜드를 갖고 있어 신약 개발에 성공하면 소비자 인지도가 바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큐란은 2000년대 초반까지 국내 위궤양 치료제 시장을 휩쓸었던 신약이다. 또 일동제약의 자회사인 일동바이오사이언스는 장 건강과 연관이 깊은 프로바이오틱스 원료와 건강기능식품을 생산해 소비자에 친숙하다.

역류성 식도염은 식도 괄약근이 느슨해져서 위장으로 내려간 음식물이 역류하면서 생기는 병이다. 국내에선 490만명이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역류성 식도염은 위산 억제제로 치료했다. 산이 묻은 음식물이 역류하면 위 벽이나 식도 벽에 상처가 생기니 위산을 억제해 증상을 완화하는 방식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역류성 식도염 치료는 주로 프로톤펌프 억제제(PPI)를 썼다. 이 치료제는 위벽에서 산(酸)을 분비하는 펌프를 막는다. 펌프를 막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다 보니 투약 후 30분은 지나야 효과가 있다. 반대로 약효 지속 시간은 짧아서 잠자는 중에 위산이 분비돼 야간 속쓰림 증상을 유발했다.

P-CAB 제제는 위산 분비를 촉진하는 효소를 차단한다. 이러면 위산 펌프가 아예 만들어지지 않아 식사 시간과 관계없이 복용할 수 있고 약효도 상대적으로 빠르다. 야간 속쓰림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장점 덕분에 국내 소화성궤양용제 시장에서 P-CAB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10%에서 지난해 15%까지 늘었다.

국내 P-CAB 시장은 HK이노엔과 대웅제약이 양분하고 있다. 국내 시장 1위는 HK이노엔의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이다. 케이캡은 지난 2019년 국내에서 가장 먼저 출시된 P-CAB 의약품이다. 회사는 식사와 관계없이 아무 때나 먹어도 되고, 약효가 빠르다는 장점을 내세워 빠르게 시장을 넓혔다. 케이캡은 출시 2년 만인 2021년 매출 1000억원을 기록했다. 벌써 복제약 개발에 나선 국내 중소 제약사들이 있을 정도다.

대웅제약은 지난 2022년 10월부터 P-CAB 계열 신약인 ‘펙수클루(성분명 펙수프라잔)’를 판매하고 있다. 제일약품의 자회사인 온코닉테라퓨틱스도 지난달 P-CAB 계열 신약 ‘자큐보(성분명 자스타프라잔)’ 시판 허가를 받고 국내 출시에 나섰다. .

HK이노엔 위장관질환 신약 '케이캡'/HK이노엔 제공

이미 3개 제품이 장악한 P-CAB 시장에 대원제약이 일동제약과 손을 잡고 참전한 것은 시장 성장성이 있다고 평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원제약이 손해를 볼 가능성도 낮다.

이번 계약에 따라 유노비아가 신약 허가를 받으면, 대원제약도 같은 약을 만들어 다른 이름으로 판매할 수 있다. 유노비아가 기술 수출에 성공하면 대원제약과 수익을 나눈다. 글로벌 제약사들도 이렇게 신약 후보물질을 공동 개발하고 나중에 각자 상표를 내고 출시한다.

일동제약과 대원제약은 해외 P-CAB 의약품 시장도 노린다고 알려졌다. 세계 첫 P-CAB 의약품은 일본 다케다제약이 지난 2014년 출시한 다케캡이다. 다케다제약은 지난 202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다케캡 품목허가를 신청했으나, 반려당했다. 약에서 이물질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업계는 다케다제약이 주춤한 사이 한국 제약사가 개발한 P-CAB이 세계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백인환 대원제약 대표는 보도자료를 통해 “소화기계 치료제 영역에서 강점을 가진 두 회사가 손을 맞잡은 만큼 우수한 신약을 조속히 시장에 선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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