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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한전 자구책 이행 과정서 ‘내홍’ 심화


한국전력에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승인 불가 통보를 받은 직원들이 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배임·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하는 등 법적 대응을 추진 중이다. 소위 탈락자를 선정하는 기준이 정해진 요건에 부합하지 않았고, 위로금도 공정하게 배분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한전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 노사간 내홍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30일 조선비즈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한전 희망퇴직 반려 직원들은 조만간 경영진과 상임인사위원회를 대상으로 고발장을 접수할 계획이다. 또 국민권익위원회에 비실명 대리인을 통한 공익 신고도 함께 추진할 방침이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국전력 서울본부 현판과 오피스텔 건물 내 전기 계량기의 모습. /뉴스1

한전은 지난 24일 희망퇴직 신청자 369명 가운데 149명을 대상자로 선정·통보했다. 전기요금 인상 지연으로 누적 적자가 커진 한전은 현재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그 일환으로 지난달 30일부터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한전은 희망퇴직자로 선정된 이들에게 명예퇴직·조기퇴직금 이외에 별도 희망퇴직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위로금은 직원들의 성과급 반납분으로 조성됐다. 당초 한전은 지난해 11월 기획재정부에 총 인건비와 별도로 희망퇴직 지원금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기재부는 “공공기관 중 한전만 예외를 인정해 별도 희망퇴직 재원을 지원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거부했다.

이에 한전은 직원들의 2022년 경영평가성과급을 반납받아 122억 원의 재원을 마련했다. 애초 올해 2월에 지급될 예정이었던 직원들의 성과연봉에서 20%씩을 뗀 것이다. 희망퇴직 탈락자들에 따르면, 직급마다 차이가 있지만 1인당 40만~100만원 성과 기여금 반납이 이뤄졌다고 한다.

한국전력 '2024년 희망퇴직 시행 기준' 공문의 일부. /익명 제공

이에 이번 희망퇴직 신청 자격에는 ‘임금 반납에 동의한 사람’이란 단서가 달렸다. 한전의 ‘희망퇴직 시행 기준’에 따르면, 가용 재원을 초과해 신청자가 몰릴 경우 ▲희망퇴직 위로금이 적은 순 ▲정년 잔여기간이 짧은 순 ▲근무 기간이 긴 순 등의 기준을 순차 적용해 결정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희망퇴직자 선정 결과, 신청자의 60%가 탈락했다. 그러자 직원들 사이에서 ‘수용 인원이 너무 적은 것 아니냐’ ‘한전 측이 명시한 조건에 부합하는 것인지 납득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위로금이 적은 순으로 선정하겠다’는 조건이 우선순위로 올라와 있음에도, 저연차들은 배제하고 고연차 간부들을 대거 수용하면서 위로금을 몰아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희망퇴직 거절 통보를 받은 한전 직원 A씨는 “사번이 한자릿수(입사가 빠른)인 간부들을 중심으로 최대한도인 1억1000만원씩을 꽉 채워 희망퇴직 위로금을 지급하느라 많은 인원을 수용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희망퇴직 선정 기준이 불투명하다는 직원들의 불만이 쏟아지자, 한전 측은 “전 직급·연차의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반납한 임금을 재원으로 시행했다”며 “위로금을 지급 받는 희망퇴직 대상자가 특정 연차·직급에 편중되지 않는 방향으로 대상자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탈락 사유를 공개해 달라는 직원들의 요청에 사측이 거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직원들의 수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전력의 '2024년 희망퇴직 시행 기준' 공문 일부. /익명 제공

익명을 요청한 법률 자문 변호사는 “위로금이 적은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위로금이 많은 사람이 선발됐는데 이는 당초 공고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업무방해로 볼 여지가 있다”며 “또 심사위원들은 회사 지침에 따라 타인의 사무를 위임 받아 처리할 의무가 있다. 특정 몇몇 사람에게 위로금을 몰아주기 위해 자격이 되는 다른 이를 떨어뜨렸다면 배임도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희망 퇴직 반려 직원들은 당사자들의 고소가 아닌 ‘고발’, 그리고 국민권익위 ‘비실명 대리 신고’ 방식으로 법적 대응을 추진키로 했다. 추후 사측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을지 모른다는 점에서다.

앞서 정부는 한전의 경영난이 계속되자 출범 직후 전기요금 인상의 전제 조건으로 불필요한 자회사 매각, 성과급 반납 등 자구책 마련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지난해 9월 선임된 김동철 사장이 취임 직후 “뼈를 깎는 경영 혁신을 하겠다”며 추가 자구책을 마련했고, 여기엔 임직원 반납과 희망퇴직 등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자 한전의 위기가 근본적으로 회사의 방만한 경영에서 초래된 것인데도, 직원들의 희생을 강요한다는 불만이 나왔다. 이 변호사는 “직원들의 이번 법적 대응 움직임을 계기로 한전에 대한 ‘도덕적 해이’ 비판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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