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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신입생 4천610명 확정…동맹휴학생 복귀하면 내년 1학년 7천여명
"해부용 시신·시설·장비 턱없이 부족…'밀집 강의실' 6년간 계속"


텅빈 강의실에 의사가운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내년도 의대 신입생이 올해의 1.5배인 4천610명으로 30일 확정되면서 의료계에선 시설과 강사 부족으로 수업 질 악화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대 증원에 반발해 동맹휴학 중인 의대생들까지 내년에 한꺼번에 캠퍼스로 돌아온다면 7천여 명의 학생이 1학년 수업을 듣게 돼 수업 여건이 '최악'에 달할 수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텅 빈 의대 열람실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정원 1.5배' 늘어난 의대…교육시설·강사 부족 우려
이날 교육부가 발표한 2025학년도 대입전형시행계획 세부 사항에 따르면 내년 전국 40개 의대 중 비수도권 32개 의대에서 전년(3천113명·정원 내외 총합) 대비 총 1천497명이 늘어난 4천610명의 신입생을 받게 된다. 올해의 1.5배다.

증원된 의대 내부에서는 수업의 질이 악화할 것이라며 강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

현재 의대 내 강의실과 실습생은 현 정원에 맞춰 운영 중인데 학교 상황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신입생을 늘린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에게 온다는 것이다.

특히 의대에서는 해부학 실습에 사용되는 카데바(해부용 시신) 부족을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의대 수업에서 해부학 수업은 필수인데 현재도 카데바가 부족해 1구에 여러 명이 붙어서 실습하고 있다고 한다.

아울러 생화학, 생리학, 조직학 등 실습을 동반한 기초 의학 교실이 많은데 이 또한 교육 공간, 시설, 장비,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의대·의전원 학생 대표들로 구성된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는 "증원이 이뤄진다면 학생들은 부족한 카데바로 해부 실습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형식적인 실습을 돌면서 강제 진급으로 의사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는 "한 조사에 따르면 카데바가 지금보다 200구 이상 필요하다고 한다"며 "그만큼 해부학 실습실 자체 면적을 늘려야 하고 기초 의학 교실 건물도 늘려야 하는데 결국 지금 있는 건물의 2∼3배 면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엄 교수는 "특정 대학은 신입생이 늘어난 만큼 시설을 수용하지 못해 교육 여건이 나빠져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의대교육인증을 못 받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조용한 의과대학 강의실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집단 유급되면 내년도 1학년 7천여명 이상…"이 상태로 6년 가야"
의대 증원에 반발해 '동맹 휴학' 중인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 가능성도 여전히 높다.

지난달 말 기준 전국 40개 의대의 유효 휴학 신청 건수는 1만626건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4월 기준 전국 의대 재학생(1만8천793명)의 56.5%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러나 실제 수업에 나가지 않는 학생들은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의대협은 지난 19일 기준 자체 조사 결과 97.26%가 휴학계를 제출하거나 수업을 거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교육부는 동맹 휴학은 휴학 사유가 아니라는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고 있다.

학교에 복귀하지 않는 학생들이 만약 유급이 되거나 휴학 승인을 받은 후 내년 초에 복학할 경우 수업 여건은 더욱 열악해진다.

내년에 신입생이 늘어나는 비수도권 의대의 경우 이미 1.2∼3.3배의 신입생을 받는데 여기에 올해 휴학계를 낸 학생까지 복학하면 곱절로 늘어날 수도 있다.

내년도 신입생이 4천610명인데 여기에 휴학한 학생 3천여명이 대부분 복학한다고 감안한다면 7천여명의 학생들이 같은 교실을 쓰게 되는 것이다.

의대 커리큘럼이 1학년부터 6년간 졸업 때까지 쉼 없이 진행되는 것을 감안해본다면 내년도 1학년은 6년 동안 학생들이 밀집된 상황에서 강의를 계속 들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대학들은 내년도 1학년을 어떻게 수용할지에 대해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한 비수도권 의대 교수는 "지금 내년에 들어오는 맨 아래 학년은 계속 그 상태로 6년을 가야 한다는 거다. 가르칠 사람도 부족하고 건물도 없어 교육이 정말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거점국립대 의대생 A씨도 "가르치는 사람도 불가하다고 하는데 이를 강행해서 저희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 좋은 의사가 될 수 있을지 본질적인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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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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