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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나와 온천지구 곳곳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전경.
벳푸(別府)는 일본을 대표하는 온천 도시다. 하루 온천수 용출량이 일본 1위(13만~14만 kL)로 일본인 한 명이 1L씩 쓸 수 있을 양이다. 산 중턱에 올라가 도시를 굽어보면 곳곳에서 하얀 연기가 솟구치는 광경이 펼쳐진다. 연기의 정체는 땅에서 솟아나는 고열의 수증기로 벳푸를 상징하는 장면이다. 이달 21~22일 간나와(鉄輪)를 비롯해 벳푸의 대표 온천을 찾았다.

온천 증기에 찐 음식 간나와는 하수도에서도 온천이 나올 정도로 동네 전체가 온천으로 이뤄졌다. 지열로 달궈진 땅바닥에 손만 대도 열기가 전해진다. 이 지역의 온천수는 너무 뜨거워 왕대나무로 만든 냉각장치인 유메타케(湯雨竹)를 이용해 식힌 뒤 방문객에게 제공한다. 유메타케에 사용하는 대나무는 2~3년 주기로 교체한다. 여름에는 대나무 양을 늘리고 겨울에는 대나무 양을 줄여 세심하게 냉각 온도를 조절한다. 벳푸가 속한 오이타(大分)현이 일본에서 왕대나무 생산량이 가장 많다.
온천증기를 이용해 식재료를 찌는 지옥찜 요리.
요리를 좋아하는 일본인이 고열의 수증기를 내버려 둘 리 없다. ’지고쿠 무시(지옥찜, 地獄蒸し)’라는 요리법이 에도 시대(1603~1868)부터 이어져 왔다. 700엔(약 6100원)을 내면 찜통과 테이블을 90분간 빌려주고 손님은 주변 가게에서 야채·생선·고기 같은 식재료를 사 와서 쪄 먹는다. 온천수의 염분이 식재료에 스며 간을 하지 않아도 된다.

간나와 온천 지구에는 개울에도 온천수가 흐른다.
간나와 온천지구에서 관광객들이 무료 족욕시설을 즐기고 있다.
1100~1200엔을 내면 전신 찜질도 체험할 수 있다. 석창포라는 약초를 쪄서 10분간 향 찜질을 한다. 과거 온천에 간다는 건 질병이나 부상의 치료를 목적으로 한 ‘탕치(湯治)’를 의미했다. 일본의 농부는 농번기가 끝나면 간나와 온천에 3주간 머물며 지친 몸을 치유했다고 한다. 간나와 온천 곳곳에 마련된 시설에서 고온의 수증기로 발 찜질을 하며 일본 농부의 삶을 간접 체험했다.

코발트 빛 온천의 정체 ‘지옥온천’ 순례도 벳푸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지옥’은 고열의 온천 분출구를 뜻한다.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괴이한 광경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종류도 다양하다. 1200년 전 화산 폭발로 생긴 우미(海) 지옥을 비롯해 일본식 정원이 있는 청백색 연못 시라이케(白池), 악어가 사는 오니야마(鬼山), 핏빛으로 물든 치노이케(血池) 등 다양하다.

벳푸 지옥 중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우미 지옥. 아름다운 코발트블루 색상을 띄고 있다.
황산철 성분 때문에 코발트색을 띠는 우미 지옥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벳푸의 지옥 온천 중에서 가장 큰 우미 지옥은 수심이 200m에 달한다. 하지만 몸을 담글 순 없다. 수온이 끓는점에서 고작 2도 낮은 98도다. 온천수에 삶은 달걀을 먹으며 신비한 물빛을 감상했다.
우미지옥에선 온천 열탕을 이용한 반숙 계란을 맛볼 수 있다.
그랜드 머큐어 벳푸만 리조트&스파의 조식 뷔페.
일본 온천 여행은 숙소 선택도 중요하다. 지난 4월 개장한 ‘그랜드 머큐어 벳푸만 리조트&스파’는 벳푸만(灣)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높은 언덕에 자리하고 있다. 아침·저녁 식사를 비롯해 온천욕까지 포함된 ‘올 인클루시브’ 숙소로, 일본 리조트치고는 객실도 넓은 편(슈페리어룸 36㎡)이다. 노천탕에 몸을 담그고 벳푸만의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그랜드 머큐어 벳푸만 리조트&스파에서는 벳푸만의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여행정보 벳푸는 오이타현에 속해 있다. 후쿠오카 공항보다는 오이타 공항으로 들어가야 시간을 아낀다. 공항에서 벳푸 시내까지 30~40분 거리다. 제주항공이 인천~오이타 노선에 주 5회 취항한다. 그랜드 머큐어 벳푸만 리조트 & 스파에 묵으면 간나와 온천 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인근의 신사 ‘조니치지(朝日寺)’에서 좌선, 향낭 만들기 체험도 제공할 예정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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