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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전후 게임사와 비슷한 멀티 레이블 체제, 엔터업계 첫 구축
레이블 간 경쟁으로 리스크 낮추고 매출 극대화 포석
‘민희진 사태’로 부작용도 수면 위로… “보상 시스템 보완해야”

오는 31일 국내 1위 엔터테인먼트 회사 하이브의 레이블(label·소속사) 어도어의 임시주주총회가 열린다. 어도어를 이끌며 스타 아티스트(IP) ‘뉴진스’를 탄생시킨 민희진 대표가 경영권을 두고 모회사 하이브와 공방을 벌인 탓이다.

하이브는 임시주총을 통해 민 대표를 해임하고 어도어 경영을 정상화하려고 한다. 민 대표 측은 하이브의 이런 시도를 막기 위해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소송을 걸고 나섰다.

30일 가처분 결과가 나올 예정인 가운데 설령 인용이 되더라도 민 대표를 제외한 2명의 측근 해임과 하이브 측 이사 3인의 선임은 문제없이 진행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하이브는 3대 1의 의결권으로 민 대표를 견제하고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게 된다. 현재 하이브는 수사기관에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민 대표를 고발한 상태이기도 하다. 가처분 결과와 무관하게 민 대표 해임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이브가 국내 엔터업계 최초로 구축한 멀티 레이블 체제가 이른바 ‘민희진 사태’를 계기로 시험대에 올랐다. 멀티 레이블을 통해 IP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산업을 키우려던 방시혁 의장과 현 레이블 체제가 ‘뉴진스 짝퉁’만 양산한다는 민 대표가 맞서는 양상이다.

다만 하이브가 주요 음악 레이블 종속회사 지분을 최소 75~100% 보유하고 있고, 방 의장이 지분 31.57%로 하이브를 지배하고 있어 그의 리더십은 사실상 견제할 사람도, 방법도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자산 5조 돌파 일등공신 ‘멀티 레이블’
그래픽=정서희

30일 하이브 사업보고서를 보면, 회사는 전신인 방탄소년단(BTS) 소속 빅히트뮤직(100%)을 포함해 총 65개 종속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는 어도어(80%)를 포함해 세븐틴이 속해 있는 레이블 플레디스(85%), 쏘스뮤직(르세라핌, 80%), 빌리프랩(엔하이픈·아일릿, 100%) 등이 있다.

위버스(55.5%) 같은 팬덤(팬 집단) 플랫폼, 모바일 게임 개발사 하이브아이엠(85%), 인공지능(AI) 음성 합성 회사 수퍼톤(56.1%) 같은 비(非) 음악 종속회사도 있다.

엔터회사가 이런 식의 지배구조를 확립하게 된 것은 2020년 주식시장 상장과 맞물려 있다. 하이브는 상장 전후 국내·외 레이블을 인수하며 단숨에 덩치를 불렸다. 또 음악뿐만 아니라 게임, AI 등으로 발을 넓히며 엔터테인먼트 기업에서 나아가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각 레이블 간 경쟁을 통해 ‘슈퍼 IP’가 되는 아티스트를 육성하고, 이를 공연, 콘텐츠, 게임 등으로 확산, 적용해 돈을 벌겠다는 구상이었다. 위버스 역시 이런 IP 활용 사업의 일환이었다. 멀티 레이블은 하이브 입장에선 특정 레이블의 실패를 분산하는 효과도 있다. 잘 된 IP를 재생산해 매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는 구조여서다.

이는 국내 최대 게임사 넥슨에서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박지원 대표의 작품이다. 2021년 7월 1일 당시 국내조직책임자(HQ CEO)였던 박 대표는 방시혁 의장이 CEO 자리에서 물러나면서부터 하이브를 이끌었다. 게임업계도 동일한 구조로 게임 개발사를 멀티 스튜디오 체제로 두고 있다.

그는 멀티 레이블 체제를 기반으로 각 레이블에 독립성, 자율성을 주고 아티스트 육성을 맡겼다. 지배회사인 하이브는 운영과 지원을 맡았다. 유니버설 뮤직 그룹(UMG), 소니뮤직 등 글로벌 주요 음악 기업들이 채택한 가장 선진화된 구조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실제 회사는 이런 지배구조 확립한 덕에 2023년 기준 총자산 5조3456억원, 매출 2조1780억원, 영업이익 2956억원의 대기업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민희진, 뉴진스 대박에도 퇴출 시간문제… “시행착오 계속될 듯”
그러나 이번 민희진 사태를 보면 레이블 간 독립 경영과 이에 따른 보상은 하이브, 특히 최대주주인 방 의장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 확인됐다.

그래픽=정서희

민 대표의 지난달 기자회견에 따르면, 2021년 12월 방 의장은 뉴진스 데뷔를 앞둔 민 대표에게 “에스파(경쟁사인 에스엠 아티스트) 밟으실 수 있죠?”라고 했다. 2022년 7월 데뷔한 뉴진스가 2023년 1월 빌보드 핫100에 진입한 직후엔 “즐거우세요?”라고 했다. 하이브는 2019년 사업 다각화를 위해 쏘스뮤직을 인수했고, 어도어는 2021년 11월 쏘스뮤직 레이블사업부문이 물적분할되면서 설립됐다.

3월 말 기준 하이브 최대 주주 현황을 보면, 방 의장은 지분 31.57%를 보유하고 있다. 넷마블(9.44%)과 두나무(5.53%)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스코트 브라운 하이브 미국 법인 대표가 0.8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민희진, 이다혜 플레디스 대표 등이 지분 0.01%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종속회사 임원이 방 의장 경영 지침 등에 반기를 들기 어려운 구조다.

이동연 문화연대 공동대표는 최근 ‘하이브-어도어 경영권 분쟁,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이번 분쟁 사태를 초래한 문제점은 레이블이 하이브라는 경영지배구조 안에서 수직계열화 되어 있다는 점, 콘텐츠의 배타적 독립성 유지 때문에 각 레이블의 협업이 부재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레이블 간 경쟁을 통해 모회사의 최대 이익을 끌어내는 구조인 만큼 ‘제2의 민희진 사태’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는 “현재 지배구조는 레이블 간 시너지보단 경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니 ‘뉴진스’ 성과에 대한 보상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불만이 나올 수 있었다”며 “멀티 레이블 체제에서 언제든 유사한 사건이 재현될 수 있는 만큼 하이브는 인센티브 시스템, 성과 배분 계약 등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어도어는 뉴진스 인기에 힘입어 설립 2년 만에 2023년 매출 1100억원, 영업이익 335억원을 달성했다. 이 중 260억원을 뉴진스에 정산했다. 멤버당 50억원꼴인데, 이렇게 하고도 영업이익률이 30%가 넘는 성과를 올렸다. 매출로 보면 하이브 전체 레이블 가운데 빅히트뮤직(5523억원), 플레디스(3272억원)에 이어 세번째로 많았다.

민 대표는 이에 어도어 지분을 하이브에 되팔 권리(풋백옵션)에 대한 배수를 13배에서 30배로 과하게 올리려 했다가 커리어(경력)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멀티 레이블을 통해 엔터테인먼트의 시스템화는 필요하지만, 그간 사람의 역량으로 성과를 내왔던 산업인 만큼 이에 대한 운영, 관리, 보상에 대해선 얼마간 시행착오가 계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뉴진스는 이를 키운 민 대표뿐만 아니라 하이브와 하이브에 투자한 주주에게도 중요한 자산이어서 비슷한 갈등이 지속되는 것은 하이브의 발목을 잡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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