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안부 묻는 게 일상" 불안 호소…"다신 이런 일 없길" 대책 촉구
군에서 자녀 잃은 부모들, 훈련병 빈소 찾아 유가족 위로


육군 훈련병 군기훈련 중 숨져…"규정 위반 정황 있어 조사" (CG)
[연합뉴스TV 제공]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강태현 기자 = "(최근 발생한 사망 사건) 모두 어리고 여린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아갈 젊은이들이었어요. 이런 나라에서 누가 아이들을 낳고 키우고 싶을까요?"

신병훈련 중 터진 수류탄에 사상자 2명이 발생하고 그로부터 나흘 만에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가 쓰러진 훈련병이 숨지는 등 군부대 내에서 사고가 잇따르자 군인 자녀를 둔 부모와 가족, 지인들이 불안감을 호소하며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훈련병 사망사건 발생한 육군 모 부대
(인제=연합뉴스) 지난 27일 강원 인제군의 모 부대 위병소 위로 먹구름이 드리워 있다. 이 부대에서는 최근 훈련병이 군기 훈련을 받다가 쓰러진 뒤 이틀 만에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독자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30일 군 위문 홈페이지 '더캠프'에는 군대를 보낸 자녀들을 걱정하는 게시글과 숨진 훈련병을 애도하는 내용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훈련소에 아들을 보낸 지 1주 차를 맞은 엄마라고 소개한 한 작성자는 "연이은 훈련소 사고 소식에 안타까움과 분노를 금할 수 없네요. 모두 소중한 아들들입니다. 가혹행위가 웬 말인가요. 나라를 믿고 보냈으니 반드시 건강한 모습으로 집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라고 적었다.

또 다른 작성자는 "어제 입소한 아들은 잘 지내고 있겠지요? 걱정이 너무 많이 됩니다. 하루밖에 안 지났는데 오늘 뉴스에 훈련병 사고 이야기가 마음을 졸이게 합니다"라고 썼다.

그 밖에도 "전화하거나 전화가 오면 첫마디가 부대에 무슨 일 없냐고 물어본 것이 이젠 일상이 됐네요. 엄마, 아빠 걱정할까 봐 아무 일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데 아파도 견디고 참고 있는지 걱정도 되고, 아들의 말을 믿어야 할까요?", "자꾸만 이런 일이 생기는 걸 보니 당장이라도 군대에 달려가서 아들을 데려오고 싶은 심정입니다"며 우려했다.

"제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발 빠른 조치를 해주길 바란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사망 훈련병 빈소 찾은 학우들
(나주=연합뉴스)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가 쓰러져 숨진 육군 훈련병의 빈소가 차려진 전남 나주시 한 장례식장에 지난 29일 고인의 대학 학우들이 조문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실제로 군대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은 이번 훈련병 사망사건 소식을 접하고는 전날 나주시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를 찾아 유가족을 위로하기도 했다.

2022년 11월 집단 괴롭힘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김상현 이병의 아버지 김기철씨는 "다시는 군대 내 사망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그렇게 노력했는데 허무하게 또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김씨의 아들 상현씨 역시 이번 훈련병과 같은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교육받았으며, 자대에 배치된 지 한 달 만에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최전방 GOP(일반전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씨는 "아들의 사고 이후 12사단에서는 사단장 재임 중 인명사고 3건과 극단적 선택 미수 사건이 있었음에도 사단장은 영전해서 잘살고 있다"며 "사건이 터져도 지휘관들은 1∼2년만 버티다 가면 끝이라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군대에서 아이들 사망 소식만 들려도 가슴이 답답하고 아프다"며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님들은 바쁘시겠지만, 자식들 제대하는 그날까지 신경 써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조문에는 2015년 군 복무 중 급성 백혈병에 걸리고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고(故) 홍정기 일병의 유족과 2013년 공군 가혹행위·사망 사건의 피해자 고 황인하 하사의 유족도 찾아 애도했다.

김기철씨 등 유가족들은 훈련병 가족에게 "괴롭겠지만 잘 대처하길 바란다"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군기훈련 사망 훈련병 빈소 조문
(나주=연합뉴스)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지난 28일 오후 전남 나주시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군기훈련 사망 훈련병'의 빈소를 조문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육군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5시 20분께 강원도 인제의 모 부대에서 군기훈련을 받던 훈련병 6명 중 1명이 쓰러졌다. 쓰러진 훈련병은 민간병원으로 응급 후송돼 치료받았으나 상태가 악화해 25일 오후 사망했다.

경찰은 군 당국으로부터 중대장과 부중대장의 업무상과실치사 및 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 사건을 넘겨받고서 수사전담팀을 꾸려 수사하고 있다.

한편 군 당국은 사망한 훈련병과 함께 얼차려 받았던 훈련병 5명 등을 대상으로 심리 안정을 지원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6597 '채권 돌려막기'로 고객 손실 보전…KB·하나증권, 일부 영업정지 랭크뉴스 2024.06.27
26596 피부에 자외선 쬐면, 기억력 떨어져 랭크뉴스 2024.06.27
26595 북, ‘다탄두 미사일 시험’ 첫 공개…“미사일 기술발전 중대한 의미” 랭크뉴스 2024.06.27
26594 두 번째 방통위원장 탄핵 시도…“습관성 탄핵병, 입법 권력 남용” 랭크뉴스 2024.06.27
26593 직업 7번 바꿔서 부자 됐다…수백억 모은 그의 전략 랭크뉴스 2024.06.27
26592 "노량진 텅 비었다더니 결국"…공무원 인기 하락에 자본잠식 된 '이 회사' 랭크뉴스 2024.06.27
26591 야 5당, 방통위원장 탄핵안 발의…여 “방송 장악 검은 의도” 랭크뉴스 2024.06.27
26590 ‘아빠’도 ‘쌤’도 금지… 北, 남한 사상문화 차단 안간힘 랭크뉴스 2024.06.27
26589 "치매 판정받고 퇴직·이혼했는데"…10년 뒤 치매 아니다 "충격"[지금 일본에선] 랭크뉴스 2024.06.27
26588 유치원·어린이집 합친다‥부모들은 기대보다 걱정·의구심 랭크뉴스 2024.06.27
26587 김진표 “尹 ‘이태원 참사 조작 가능성’ 언급”…대통령실 "멋대로 왜곡" 반박 랭크뉴스 2024.06.27
26586 금리 인하 기대에 환차익까지…외국인 6월 국채 선물 12조 폭풍매수 랭크뉴스 2024.06.27
26585 야5당, 김홍일 방통위원장 탄핵소추안 발의 랭크뉴스 2024.06.27
26584 헌재 “후보자 되려는 사람 비방 처벌하는 선거법 ‘위헌’” 랭크뉴스 2024.06.27
26583 김진표 “윤 대통령, 특정 세력이 이태원 참사 조작 언급” 랭크뉴스 2024.06.27
26582 이천골프장서 60대 여성 일행 친 골프공에 머리 맞아 숨져 랭크뉴스 2024.06.27
26581 경영계, '음식점·택시·편의점' 최저임금 차등 요구 랭크뉴스 2024.06.27
26580 [단독] "공식 방문지가 가정집" 해외 출장 의원들의 황당보고서 랭크뉴스 2024.06.27
26579 김동연 향한 친명·개딸의 공격…왜? 랭크뉴스 2024.06.27
26578 동거친족 간 재산범죄, 처벌 길 열렸다‥헌법불합치 결정 랭크뉴스 2024.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