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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펼치는 소프트뱅크의 투자 전략을 두고 비판이 일고 있다. 성장성이 있으면 분야 상관없이 해오던 공격적 투자 방식이 한국 시장에서 카니발리제이션(자기잠식) 우려를 야기하고 있어서다.

중국 알리바바와 국내 쿠팡 투자가 이러한 문제를 초래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게다가 최근 성과가 나지 않는 쿠팡에는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어 ‘투자 먹튀’ 시도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불거졌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 소프트뱅크

소뱅이 투자한 쿠팡·알리바바, 자기잠식 일으켜

28일 업계에 따르면 소프트뱅크그룹이 투자해 카니발리제이션(자기잠식) 우려가 생기는 투자처는 쿠팡과 알리바바다.

소프트뱅크에 있어 알리바바는 회사의 인지도를 높인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손정의(일본명 손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은 2000년 중국 내 신생 IT기업이었던 알리바바에 투자해 수천배의 투자수익을 거머쥐었다.

초기 2000만달러(약 273억원)를 투자했는데 2014년 나스닥 세계 역사상 최대 규모(250억달러, 약 34조원) 상장에 성공하며 60조에 가까운 투자 수익을 얻었다. 현재도 알리바바는 중국 최고 유통기업으로 자리매김하며 글로벌로 뻗어나가는 중이다.

쿠팡은 손 회장이 ‘제2알리바바’로 지목했던 투자처 중 한 곳이다. 손 회장은 2015년,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총 30억달러(4조1000억원) 규모를 투자했다. 2021년 쿠팡은 나스닥 상장에 성공했고 소프트뱅크는 10배가 넘는 투자 수익률을 기록했다.

사업 초기 소셜커머스에 불과했던 쿠팡은 소프트뱅크의 투자에 힘입어 배송 인프라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해 현재는 9조원대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문제는 쿠팡과 알리바바가 국내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서로가 적군이 돼 제살 깎기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 시장까지 공세를 펼치는 알리바바에 쿠팡이 큰 위협을 받는 모양새다.

쿠팡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절반 넘게 줄어든 531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318억원으로 7분기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직접적인 원인은 영국 명품 플랫폼 ‘파페치’ 인수 영향이지만, 중국 이커머스업체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이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국내 시장을 위협하고 있어서다. 장기적 측면에서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소뱅, 쿠팡 주식 최근까지 매도…'먹튀’ 우려도

여기에 소프트뱅크가 쿠팡 주식을 잇따라 매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쿠팡의 기업가치 하락 우려도 제기된다.

올해 3월 쿠팡의 최대주주인 소프트뱅크는 자회사이자 IT기업 투자펀드 ‘비전펀드’를 통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쿠팡Inc 주식을 일부 매도했다. 매도물량은 3161만4154주(약 6억1237만달러)다.

벌써 세번째다. 소프트뱅크는 2021년 5700만주를 주당 29.685달러에 매각해 16억9000만달러(약 2조2000억원)을 확보했고, 이어 2022년 3월에는 주당 20.87달러에 5000만주를 팔아 10억달러 규모의 현금을 회수했다.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가 3차례 쿠팡 주식 매도를 통해 얻은 주식가치는 약 33억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2015년과 2018년 쿠팡에 모두 30억달러를 투자했던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매도 차익을 거둔 셈이다.

업계는 소프트뱅크가 쿠팡 주식 매도에 더욱속도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리바바 대비 쿠팡의 기업가치가 낮고, 글로벌 경쟁력 측면에서도 훨씬 열세에 있기 때문이다. 실제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11월 위워크 파산에 따른 누적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약 72억달러(약 9조5000억원) 규모의 알리바바 주식을 매각했으나 지난해 3월을 기점으로 멈췄다. 반면 쿠팡 주식은 올해 3월까지 이어졌다.

쿠팡의 시가총액은 나스닥 상장을 기점으로 한때 100조원대로 치솟았다가 현재는 54조원대로 절반 가량 급락했다. 알리바바의 기업가치는 2014년 1676억 달러(175조원)에서 출발했고, 현재에는 2340억달러(304조원)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특히 소프트뱅크의 쿠팡 지분 매각 행보에 대해 기업가치가 떨어지자 쉽게 지분을 내던지는 소위 ‘먹튀’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위정현 중앙대 다빈치가상대학장 겸 IT시민연대 준비위원장은 “손정의 회장은 직관에 따라 투자하는 스타일로, 쿠팡과 알리바바간 카니발리제이션이 일어날 것으로 처음부터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라며 “알리바바의 공세로 현재는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강자였던 쿠팡이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는 좋지 못한 결과를 불러일으켰다”라고 분석했다.

위 위원장은 “알리바바는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아시아 시장 전반을 노리고 있고, 향후 일본까지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반면 쿠팡은 가격경쟁력이 없어 일본 등 아시아권으로 사업 확장이 어려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손 회장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쿠팡 주식 부터 매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알리바바가 향후 한국에 1조5000억 투자를 집행하고 10조원 매출 달성하는 등 전제를 두고 장기적으로 바라보면 알리바바 행보는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손 회장이 쿠팡에 대해선 미국 상장 이후 많이 주식을 매도했는데, 결과만 보면 현재 성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진 않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IT조선 이선율 기자 [email protected]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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