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경북 안동시 풍천면 병산서원 인근 농수로에서 지난 27일 발견된 대마로 추정되는 식물. 경찰과 노종균 대마산업협회 회장은 이 식물을 대마로 추정하고 있다. 김현수 기자


지난 27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경북 안동시 풍천면 병산서원 주차장에서 10m 정도 떨어진 농수로에 초록빛 단풍 모양을 한 식물 10여 주가 군데군데 보였다. 범죄 영화에 종종 나오는 어린 대마(마리화나)의 모습과 같았다.

농수로 인근 들판에는 대마로 추정되는 식물 20여 주가 길이 10~70㎝로 자라 있었다. 70㎝가 넘게 자란 식물에는 대마 특유의 좁고 뾰족한 잎 모양이 더욱 두드러졌다. 일부 식물에는 칼로 잎을 베어간 흔적도 있었다. 마약류인 마리화나는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THC)이 함유된 대마의 잎과 꽃을 건조한 것을 말한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안동 병산서원 인근에서 마약류인 대마가 자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재배면적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안동 지역의 대마 관리·감독이 부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노종균 대마산업협회 회장은 해당 식물을 사진으로 본 후 “대마가 맞다”고 말했다. 대마와 생김새가 비슷한 ‘케나프(학명:Hibiscus cannabinus)’라는 식물이 있지만, 줄기와 잎 모양 등 전체적인 생김새가 대마라는 것이다.

그는 “케나프를 대마로 오인한 신고가 종종 있지만 자세히 보면 잎 모양이 다르다”며 “케나프는 잎 모양이 대마보다 매끈매끈해 구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 역시 “육안상으로 봤을 때 대마가 맞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경찰은 인근 대마밭에서 자란 대마의 씨앗이 바람을 타고 날아왔을 것으로 추정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관광지 근처에서 대마를 몰래 키울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상민 경북경찰청 마약수사계장은 “서원 인근에도 대마 경작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라며 “대마를 수확할 때 잎 등을 터는데 그때 씨앗이 바람을 타고 인근 야산 등으로 유실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북 안동시 풍천면 병산서원 인근 길가에서 대마로 추정되는 식물에 날카로운 물건으로 베인 흔적이 남아있다. 김현수 기자


안동시에 따르면 이 지역 대마 재배면적은 2020년 5.68㏊에서 2021년 52㏊, 2022년 68㏊로 집계됐다. 2020년 헴프(대마 종자)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이후 2년 만에 1097% 폭증한 것이다. 지난해 안동지역 대마 재배면적은 81㏊로 전국 대마 재배면적의 60%를 차지한다. 농가는 환각성분이 없는 헴프 재배를 목적으로 지자체 허가를 받아 대마를 키우고 있다.

반면 대마 관리·감독은 부실하다. 농가가 대마 수확 후 폐기했다고 신고한 수량은 2022년 185만6105주로 2020년(178만1097주)과 비슷했다. 재배면적은 1100% 가까이 증가했지만 폐기량은 고작 4.2% 늘어난 것이다.

폐기량도 대마 줄기 수로 집계해 환각 성분이 함유된 잎과 꽃에 대해서는 통계조차 없다. 안동시는 지난해 6월 이후부터야 폐기되는 대마의 잎과 꽃의 무게를 확인하고 있다.

안동시 관계자는 “폐기량과 관련된 문제가 행정사무감사 등에서 지적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 권고를 받아 폐기되는 대마 잎 무게를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농가가 대마초를 빼돌린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2022년 6월 경북 봉화에서 대마를 심은 뒤 대마 잎 30㎏ 가량을 빼돌린 일당 4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지난해 ‘대마잎 7㎏을 폐기한다’고 지자체에 보고하고 조직적으로 대마 잎을 은닉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북경찰청이 지난해 4월부터 한 달간 양귀비·대마 불법 재배 집중단속을 벌인 결과 59명이 적발됐다. 이들은 마약류 취급 승인을 받지 않고 주거지 인근 텃밭 비닐하우스나 뒷마당에서 마약용 양귀비와 대마를 키운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를 받고 있다. 경찰이 회수한 대마·양귀비는 7383주에 달한다. 보통 대마 1주당 마리화나는 15g을 얻을 수 있다. 마리화나 1회 투약량은 보통 0.3g 정도로 본다.

경찰은 대마로 추정되는 이 식물을 모두 회수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인근 야산에 대마를 몰래 키우고 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탐문 수사를 벌일 예정”이라며 “수거한 대마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성분 분석을 의뢰하겠다”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4593 '호텔 빙수 13만 원' 시대…KTX비 뽑는다는 성심당 빙수, 얼마? 랭크뉴스 2024.06.12
24592 “불닭볶음면 급성 중독 위험. 폐기하시오”…덴마크, K매운맛 리콜 랭크뉴스 2024.06.12
24591 40도 넘는 때이른 폭염에 그리스 아크로폴리스 낮시간 폐쇄 랭크뉴스 2024.06.12
24590 싱크대에 발 올린 직원에 ‘발칵’… 中유명 밀크티 매장 폐쇄 랭크뉴스 2024.06.12
24589 [단독] 대통령 '김건희 특검법' 거부도 이해충돌‥민주당 내일 개정안 발의 랭크뉴스 2024.06.12
24588 스벅 넘보는 세계 2위였는데…중국 '밀크티 전문점' 주방에서 무슨 일 랭크뉴스 2024.06.12
24587 부산 광안대교서 다중 추돌사고…작업자 덮쳐 7명 중경상(종합2보) 랭크뉴스 2024.06.12
24586 ‘김건희 명품백 신고 의무 없다’ 궤변에 참여연대 “대통령실 설명과도 배치” 랭크뉴스 2024.06.12
24585 "배달 음식에 이물질" 상습 환불 요구 20대 연인 수사 랭크뉴스 2024.06.12
24584 인명 피해 없었지만…기왓장 우수수 살림 와르르 랭크뉴스 2024.06.12
24583 10대 제자 포크레인 작업해 모은 돈 '꿀꺽'한 교사…신고 피해액 1억 육박 랭크뉴스 2024.06.12
24582 채상병 특검법, 야당 단독 법사위 상정…민주 “7월 초까지 처리” 랭크뉴스 2024.06.12
24581 부안 4.8 규모 이례적 강진…전국이 놀랐다 랭크뉴스 2024.06.12
24580 '하늘의전함' 美AC-130J 한반도 전개…한미 특수전훈련 참여 랭크뉴스 2024.06.12
24579 육아휴직 장려금 준다더니…“지원 0건” [팩트체크K] 랭크뉴스 2024.06.12
24578 대선 앞 바이든 차남 유죄 평결, 트럼프에 호재 아닌 악재? 랭크뉴스 2024.06.12
24577 수련병원 “사직 전공의 1년 내 재수련 불가 완화” 요청 랭크뉴스 2024.06.12
24576 가스공사 임원들 차익 실현? "이사 임명돼 매각 의무" 랭크뉴스 2024.06.12
24575 휠체어 탄 루게릭 환자 "죽더라도 조폭 같은 의사에 의지 안 해" 랭크뉴스 2024.06.12
24574 홍콩ELS 조정안 수용…배상 속도낸다 랭크뉴스 2024.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