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치료·회복' 소년법상 7호 처분 연구용역
사실상 대전소년원 부속 의원 한 곳 뿐
게티이미지뱅크


비행을 저질러 소년보호재판 법정에 선 김서연(가명·15). 서연이에겐 정신과 입원 치료 전력이 있었다. 우울증 탓에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고 시도한 적도 있다.

재판부는 고민했다. 서연이에겐 수감이나 격리보단 '치료'와 '요양'이 더 시급하다는 걸 재판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소년범에게 내릴 수 있는 열 가지 종류의 보호처분(1~10호) 중 '의료보호시설에 위탁'하는 7호 처분을 검토했다. 그러나 결국 이 처분을 내리지 못하고 보호자 위탁(1호)과 보호관찰(4호) 처분을 선택해야 했다. 대신 준수 사항으로 정신과 통원 치료를 부과했다.

이유는 소년 전담 의료보호기관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전소년원 부속의원이 유일한데, 법원이 7호 처분을 내려도 언제 그곳에 갈 지를 장담할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재판부는 엄마에게 서연이를 맡겼지만, 딸을 키울 의지도 없는 엄마 곁에서 서연이는 아무 치료도 받지 못한 채 또 비행을 저질러 소년법정으로 다시 돌아오고 말았다.

최근 5년간 소년보호사건 접수 및 보호처분 시각물. 그래픽=이지원 기자


서연이에게 절실했던 7호 처분은 정신질환이나 약물 남용 탓에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소년을 병원, 요양소 또는 의료재활 소년원에 6개월간 위탁하는 처분이다. 19세 미만 소년범죄 사건에서는 형벌보다 교화에 방점을 두는데, 특히 7호 처분의 경우 정신건강 상태를 고려해 치료와 회복에 목적을 둔다. 하지만 치료위탁 처분을 전담하는 유일 기관인 대전소년원 부속의원의 정원은 80명에 불과하다.

소년의료보호시설이 부족하다 보니, 판사들도 7호 처분 결정을 망설이기 마련이다. 소년보호재판 경험이 있는 수도권의 한 판사는 "코로나 이후로 위탁돼 있던 병원들마저 관계가 끊어지거나 위탁돼 있어도 아이들을 받지 못한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대전소년원 역시 상주하는 의사 채용이 힘들어 소년전담 의료기관 등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소년의료보호시설 부족 문제는 '치료의 적기'를 놓치면서 비행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법조계에선 정신질환이 상당히 진행돼 교육만으로 교정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소년범들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현실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7호 처분을 받은 소년범들의 재입원률도 낮지 않은 상황(2020년 기준 1년 이내 재입원률 11.5%)이라 시설 확충과 사후 관리도 절실하다. 서울 지역 소년보호재판을 전담하는 서울가정법원은 전담 의료기관의 형태에 대해 "국립법무병원(치료감호처분을 받은 사람을 수용·감호·치료하는 기관)과 같은 형태로 법무부가 설립하고 보건복지부로부터 의료기관 인증을 받은 특수한 의료기관 설립이 가장 실효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소년보호 '7호 처분자'의 재입원률. 그래픽=이지원 기자


이런 상황을 파악한 법원행정처는 최근 '소년법상 7호 처분 수탁기관 확대 및 전담 의료기관 설치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소년범에 대한 편견,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최근까지 중요 의제로 다뤄지지조차 않았지만, 이번 연구를 계기로 7호 처분 전반의 문제점을 검토하고 전담 의료기관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넓혀갈 계획이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29일 "추가적인 소년 전담 의료기관 설치 방안, 민간병원 협조 방안 등을 포괄적으로 연구할 것"이라면서 "입법과 예산이 뒷받침돼야 하는 사안인 만큼 문제의식 공론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5204 북, 푸틴 방북 앞두고 백화원 영빈관 단장했나…VOA “입구에 붉은 물체” 랭크뉴스 2024.06.14
25203 정부, 두달째 '내수 회복조짐' 진단…"물가상승세는 둔화" 랭크뉴스 2024.06.14
25202 [단독] 서울외국환중개, 런던사무소 연다… “외환시장 개방 대비” 랭크뉴스 2024.06.14
25201 거절도, 지시도 너무 어려운 저는 ‘호구’일까요? 랭크뉴스 2024.06.14
25200 배 아파 응급실 갔더니 "변비네요"…몇시간 뒤 숨진 소녀, 무슨 일 랭크뉴스 2024.06.14
25199 '교제 폭력' 피해자, 성폭행 영상도 제출했는데… 검찰, 영장 반려 랭크뉴스 2024.06.14
25198 ‘한동훈 재등판’, 누구에게 좋은 일인가? [6월14일 뉴스뷰리핑] 랭크뉴스 2024.06.14
25197 일본 목욕탕서 미성년자 불법촬영한 싱가포르 외교관 벌금형 랭크뉴스 2024.06.14
25196 삼성전자의 시간 돌아왔나…한 달 만에 ‘8만전자’ 복귀 [특징주] 랭크뉴스 2024.06.14
25195 현주엽 "겸직·근무태만 의혹 정정보도…실추된 명예 회복할 것" 랭크뉴스 2024.06.14
25194 “부 대물림 않겠다”…515억 기부한 정문술 별세 [잇슈 키워드] 랭크뉴스 2024.06.14
25193 [삶] "생활비 모자라 강남 집 팔자 했더니 아내가 결사반대한다네요" 랭크뉴스 2024.06.14
25192 "오픈런해서 380만 원 주고 샀는데"…디올 핸드백 원가 알고 보니 "허무해" 랭크뉴스 2024.06.14
25191 "보신탕 해 먹으려고…" 키우던 개 도축한 60대 입건 랭크뉴스 2024.06.14
25190 박세리 부친 '사문서위조 사건'에 결국…새만금개발청 "우선협상자 취소" 랭크뉴스 2024.06.14
25189 G7, 우크라 69조원 지원 합의···미·일과는 안보협정 랭크뉴스 2024.06.14
25188 385만원 디올 가방, 원가 8만원이었다…명품 '노동착취' 민낯 랭크뉴스 2024.06.14
25187 조국 “대검·고검 폐지하고 공소청으로…검사 증원도 필요 없다” 랭크뉴스 2024.06.14
25186 장동혁 “원외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되고 대표는 안되나” 랭크뉴스 2024.06.14
25185 [단독] "이재명, 김성태 모를수 없었다" 검찰이 법정서 꺼낼 세 장면 랭크뉴스 2024.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