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군 사망사건 수사주체 이원화 논란]
이첩 전 범죄혐의 초동 조사는 군 검경 몫
외압·시간 지체 따른 증거 오염 우려 존재
2017년 논산육군훈련소에서 열린 신병교육발전 대토론회에 앞서 공개된 훈련 도중 체력 단련 목적의 얼차려가 실시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채모 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에 이어 육군 훈련병 얼차려 가혹행위 사망 의혹이 이어지면서,
군 내 사망 사건의 민간경찰 이첩 문제를 둘러싼 논란
이 커지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군 사망 사건은 군사법원의 관할권이 없어 군사경찰(헌병)이 아닌 일반경찰이 수사를 해야 하는데, 채 상병 사건에서 보듯
군이 사실상 '수사적 판단'을 내린 뒤 경찰에 사건을 넘긴다는 논란
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명하복을 중시하는 군의 특성상 군 수사기관 판단에 상부의 외압이 개입될 여지가 있어, 군 사망 사건의 경우 군 수사기관의 개입을 지금보다 더 축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군 사망사건, 민간경찰이 수사하지만...



이 논란을 이해하려면 일단 현행 군사법원법 규정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과거엔 군인이 범한 모든 범죄는 군 수사기관이 수사하고 군사법원이 판결했다. 그러나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에서 군 수사기관의 은폐 의혹이 국민적 공분을 불러왔고, 급기야 2021년 8월 군 내의
△성범죄 △사망 또는 사망의 원인이 되는 범죄 △입대 전 저지른 범죄는 민간법원이 담당
하도록 군사법원법이 개정됐다. 당연히 수사권은 군사경찰에서 경찰로 넘어갔다. 이번 순직 훈련병 사건에서도 군 당국은 훈련을 지시한 중대장 등 간부 2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가 있다고 판단, 28일 사건을 강원경찰청에 넘겼다.

문제는 수사·재판 주도권이 민간으로 넘어갔음에도, 여전히 군이 사건에 개입할 여지가 꽤 많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사건이 터지고, 외부에 알려진 다음, 여론이 나빠지기 전까지의 단계에서는 여전히 군이 초동 수사권을 쥐고 있어 군 당국의 개입이 가능하다. 지난해 실종자 수색 현장에서 사망한 해병대원 사건에서도 국방부 조사본부는 해병대수사단이 경찰에 넘긴 결론을 자체 재조사로 뒤집고, 혐의자 8명 중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간부 6명을 빼면서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2021년 당시 군사법원법을 고칠 때 '
군의 고질적인 수사무마 관행이나 사법권 침해의 폐해가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
가 있었지만, 채 상병 사건에서 그 바람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는 것이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법 개정 당시 수사권을 군 밖으로 넘겨주는 선에서 타협했지만, 군 당국이 이첩 절차 중에 개입할 여지를 완전히 배제하지는 못했던 셈”이라고 꼬집었다.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21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뒤늦게 수사 착수하는 경찰도 난감



수사 주체가 군에서 경찰로 넘어가는 경우,
‘후발 수사주체’인 경찰이 주도적으로 수사권을 행사하기가 근본적으로 어렵다는 우려
도 나온다. 법무법인 법승의 문필성 변호사는 “초동 수사를 하는 군사경찰(옛 헌병)이 외부 수사기관으로 사건을 이첩할 때 사건 경위 및 혐의를 적시한 ’인지 통보서’를 작성해 전달한다”며 “관할을 넘겨받은 군 외부기관(경찰 등)으로선 처음 설정된 방향이나 혐의를 뒤집는 건 어려울 수 있다”고 짚었다. 경찰 관계자도 “사망자의 사체와 현장을 조사하는 검시(檢屍)가 군 검사 관할이기 때문에 범죄 혐의점을 밝히는 초기 과정에 (군 외부기관의) 관여가 어려운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초동 수사에 접근하지 못하면서 생기는 문제는 또 있다. 군 범죄를 주로 다루는 한 형사 변호사도 “초동수사 기간이 길어지면 추후 이첩 받은
수사기관이 확인할 수 있는 증거가 오염
될 가능성도 있다”며 “이번 12사단 훈련병 사망 사건의 이첩이 신속히 이뤄진 것은 이러한 우려를 의식한 행동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전쟁 중 범죄나 국방 보안 사안은 군 검사와 군사경찰이 맡되,
일반적인 사망 사건에 대해선 외부 수사기관이 전담하거나 개입 시점을 앞당기도록 하는 방안
을 검토해 볼 만 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도규엽 상지대 경찰법학과 교수는 “범죄 혐의가 인지되는 즉시 군과 민간 경찰과 합동으로 초동수사를 하거나, 이첩을 독촉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된다면 증거 오염이나 은폐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4555 [단독] 치료제 없는데… 사과·배 ‘과수화상병’ 62% 폭증 랭크뉴스 2024.06.12
24554 “폭발음에 큰 진동”…올해 한반도서 가장 큰 지진 랭크뉴스 2024.06.12
24553 민주, 법사위부터 개문발차…채상병특검법에 가속페달(종합) 랭크뉴스 2024.06.12
24552 '규모 4.8' 지진‥"전쟁난 줄 알았어요" 랭크뉴스 2024.06.12
24551 [단독] 채상병 사건 재이첩 때 ‘임성근 입건 필요’ 암시한 국방부 조사본부 랭크뉴스 2024.06.12
24550 가스공사 임원들, ‘유전 브리핑’ 직후 급등한 주식 팔아치웠다 랭크뉴스 2024.06.12
24549 ‘상임위 독식’ 野… 尹 거부한 특검법·방송3법 재추진 랭크뉴스 2024.06.12
24548 굉음 뒤, 불상 머리장식 데구루루…'국보' 지닌 부안 사찰 철렁 랭크뉴스 2024.06.12
24547 한동훈, 여당 영입인사 잇따라 만나‥"전당대회 출마 의견 물어" 랭크뉴스 2024.06.12
24546 "밀양 성폭행 가해자, 여기 삽니다"… 김해 아파트 민원 폭주 랭크뉴스 2024.06.12
24545 [메아리] 노소영의 돌봄, '필리핀 이모님'의 돌봄 랭크뉴스 2024.06.12
24544 기와 떨어지고 불상 장식 '뚝'‥부안 지진에 국가유산 6건 피해 랭크뉴스 2024.06.12
24543 하루 새 두 번이나 강진에 흔들린 부안... "호남도 안전지대 아니다" 랭크뉴스 2024.06.12
24542 서울대 이어 세브란스 무기한 휴진 예고…환자단체 "엄벌해야"(종합) 랭크뉴스 2024.06.12
24541 추경호, 채상병 어머니에게 "7월 19일 전 조사 종결되도록 촉구할 것" 랭크뉴스 2024.06.12
24540 미스트랄, 삼성·엔비디아 등서 6억유로 투자 유치 랭크뉴스 2024.06.12
24539 “사전에 전달 못받았다” 리벨리온 투자사들, 사피온과 합병 소식에 ‘당혹’ 랭크뉴스 2024.06.12
24538 푸바오 공개 첫날 관람객 장사진…중국,한국은 물론 미국서도 와 랭크뉴스 2024.06.12
24537 서울아산병원 18일 휴진 동참…"전공의 안전 확보 위한 결정" 랭크뉴스 2024.06.12
24536 "오래쓰면 문 열리나"…中 유명 관광지 女화장실 '타이머' 논란 랭크뉴스 2024.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