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뉴스데스크]
◀ 앵커 ▶

바로간다, 기후환경팀 차현진 기자입니다.

제가 있는 이곳은 인도 남부 비샤카파트남이란 곳인데요.

4년 전 제 뒤로 보이는 LG화학 공장에서 다량의 유독 가스가 누출돼 당일에만 12명이 숨졌고,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지에선 LG화학이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하는데요.

먼저 희생자의 유가족들이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 들어보기 위해, 바로 가보겠습니다.

◀ 리포트 ▶

4년 전, 인도 남부 비샤카파트남의 한 마을.

어두컴컴한 새벽, 한 여성이 몸을 뒤로 젖힌 채 휘청거리더니 그대로 쓰러져 버립니다.

한 아이도 몸을 가누지 못하고 땅에 고꾸라지는데, 일어나려 안간힘을 쓰지만 결국 다시 쓰러집니다.

대문 앞에도, 차 보닛 위에도 사람들이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고, 이들을 소방대원들이 쉴 새 없이 나릅니다.

원인은 마을을 가득 메운 희뿌연 연기.

200m 떨어진 LG화학 공장에서 800여 톤에 달하는 다량의 유독가스 스티렌이 누출돼 마을을 덮친 겁니다.

이날 하루에만 12명이 숨졌고, 585명이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또 반경 2km 안에 있는 2만여 명이 긴급 대피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사고 당시 바람이 마을 쪽으로 불었던 탓에 특히 주민 피해가 컸는데요.

당일에 숨진 사람 12명 모두 인근 마을 주민이었습니다.

10살 그리스마 양도 그날 세상을 떠났습니다.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고 한 달 뒤 생일에 어떤 선물을 받을까 들떠 있던 소녀였습니다.

[故 그리스마 양 어머니]
"저도 의식을 잃어 혼수상태로 병원에 갔고, 3일 뒤에야 깨어났는데 이때 딸이 숨졌다는 소식을 듣게 됐습니다."

딸과 함께 당한 사고 순간이 생생한 어머니는 그래서 더욱 비통합니다.

[故 그리스마 양 어머니]
"순간 '왜 난 넘어지고 있지', '딸은 어쩌지'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더라고요. (당시) 딸이 제 눈앞에 있어서 그리스마라고 이름을 불렀어요."

평생 남을 돕는 사람이 되겠다며 의사를 꿈꿔 온 17살 챈들러 군도 그날 숨졌습니다.

의대 합격 후 받은 흰색 가운은 유품이 됐습니다.

아버지는 아들 이름을 집 외벽에 새겨 넣었습니다.

[故 챈들러 군 아버지]
"아들도 좋은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아들이 살아있었더라면 좋은 의사가 됐었을 텐데, 신이 참 원망스럽습니다."

최악의 화학 참사로 기록될 사고.

[수쉬라 (당일 남편 사망)]
"모든 시간을 꼭 붙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죽게 되면서 정말 외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고, 또 그만 생각하면 하루 종일 너무 우울합니다."

참사 직후 꾸려진 인도 주정부 산하 특별조사위원회는 사고 책임이 공장 측, 즉 LG 화학에 있다고 못박았습니다.

"부실한 안전관리와 위험신호 무시 등 사고 주요 원인 21개 중 20개가 회사 책임"이라고 조목조목 밝힌 겁니다.

그러면서 "공장을 주거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전하라"고 권고했습니다.

LG 화학은 사고 직후 유가족과 피해자들을 위해 지원 전담 조직을 꾸려 장례와 의료, 생활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현재 공장은 가동을 멈춰 머무는 직원 없이 이렇게 폐쇄된 상태인데요.

주정부 권고에 따라 LG는 7백km 떨어진 곳으로 공장을 옮겼습니다.

하지만 피해자 지원 약속은 4년이 지난 지금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민들은 말합니다.

[LG화학 인도 공장 관계자 (음성변조)]
"우리는 이 일에 대해 말을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닙니다."

LG화학으로부터 장례비와 보상금 등 그 어떤 연락도, 지원도 받은 적 없다는 유족들.

[故그리스마 양 어머니]
"(연락이) 전혀 없었습니다. 회사에선 아무 연락 없었고, 장례 치르는 비용도 지원해 주지도 않았습니다."

[故 챈들러 군 아버지]
"LG로부터 아무 연락을 받은 게 없습니다."

LG화학 측은 아직 사고 책임과 배·보상 범위를 놓고 재판이 진행 중이라 적절한 지원이 어려웠다고 답했습니다.

내일은 사고 당시엔 살아남았지만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인도 주민들에 대해 전해드리겠습니다.

바로간다 차현진입니다.

영상취재·편집: 김승우 / 영상구성: 류다예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email protected]
▷ 카카오톡 @mbc제보

MBC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3487 황의조 '불법촬영' 혐의로 재판행... '2차 가해'는 무혐의 랭크뉴스 2024.07.11
23486 전지현에 김희선, 이효리까지…빅모델 경쟁 치열한 '이 업계' 랭크뉴스 2024.07.11
23485 [단독] K패션·뷰티, 콧대 높은 日 백화점 뚫었다 랭크뉴스 2024.07.11
23484 바이든이 ‘바이든-날리면’에서 얻을 교훈 [기자메모] 랭크뉴스 2024.07.11
23483 폭우 속 실종 노동자는 ‘쿠팡 카플렉서’…산재보험도 미가입 랭크뉴스 2024.07.11
23482 행안위, '마스크 고집' 진화위 국장에 퇴장명령 "공무인데 얼굴 가리나" 랭크뉴스 2024.07.11
23481 [단독] “책상 빼고 근무하라”…우체국 간부의 ‘엽기 갑질·폭언’ 랭크뉴스 2024.07.11
23480 “이대로 가면 한국 없어진다”...OECD의 섬뜩한 경고 랭크뉴스 2024.07.11
23479 유승민 "홍준표 보수의 수치"…'돼지 발정제' 다시 꺼내 때렸다 랭크뉴스 2024.07.11
23478 축구선수 황의조, 불법촬영 혐의로 재판행 랭크뉴스 2024.07.11
23477 신장병 방치해 8세 아들 사망…쓰레기 집서 7남매 키운 부모 랭크뉴스 2024.07.11
23476 반포 ‘래미안 원펜타스’ 청약 눈앞…10대 건설사, 8월까지 3만 가구 분양 랭크뉴스 2024.07.11
23475 '초고령사회' 진입 눈앞…팍 늙어가는 한국사회 돌파구는 랭크뉴스 2024.07.11
23474 대법관 후보자 26세 딸, 부모 차용·증여금으로 7억 주택 갭투자 랭크뉴스 2024.07.11
23473 “엔비디아는 AI 왕· SK하이닉스는 여왕”…글로벌 헤지펀드, 한국에 주목 랭크뉴스 2024.07.11
23472 엄만 목만 내민 채 “너 죽어, 오지 마”...아들은 헤엄쳐 ‘파도’ 넘었다 랭크뉴스 2024.07.11
23471 경찰청장 "채상병 수사팀 전적 신뢰…책임질 일 있으면 질 것"(종합) 랭크뉴스 2024.07.11
23470 박성재 법무부 장관 “수사기관 졸속 개편 우려…의도도 의심” 랭크뉴스 2024.07.11
23469 검찰 ‘불법 촬영 혐의’ 축구선수 황의조 불구속 기소 랭크뉴스 2024.07.11
23468 尹, 워싱턴서 젤렌스키와 1년 만에 재회... 기시다는 하루 두 차례 만나 랭크뉴스 2024.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