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무함마드, 이례적인 전직 정상 자택 방문
2009년 원전 수주 계기 '형제국' 관계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이 29일 서울 논현동 이명박 전 대통령 자택을 방문해 이 전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아랍 사람들은 '형제'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비즈니스로 맺은 관계보다는 신뢰와 우정을 중시하는 문화의 산물로, 우리와 정서적으로 비슷했다. 모하메드(무함마드 UAE 대통령)에게 형제 국가의 관계를 맺자고 제안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중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이 국빈 방한 이틀째인 29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 논현동 자택을 찾았다. 현직 국가 정상이 해외 순방 도중 퇴임한 지 10년이 넘은 전직 정상의 자택을 방문하는 것은 국제 외교 관례상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접견은 UAE 측 요구로 성사됐다. 2009년 원전 수주를 계기로 맺은 두 사람의 오랜 인연 덕분이다.

2009년 11월 초 원전 건설이 사실상 프랑스로 낙점된 상태에서 이 전 대통령은 당시 왕세제였던 무함마드 대통령에게 외교 참모들의 만류에도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여러 번 통화를 미뤘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 "나라고 자존심이 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대통령 체면이 말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기술했다.

통화가 성사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이 전 대통령은 원전 발주를 대가로 안보 협력을 원했던 무함마드를 붙잡기 위해 '형제국과 같은 협력 관계'를 약속했다. 한승수 전 국무총리를 단장으로 대표단도 파견했다. 2009년 12월 원전 건설을 수주하고, 한국은 2010년 아크부대(UAE 군사훈련협력단)를 파견한다. 무함마드는 당시 한국을 찾아 레펠 강하시범을 비롯한 우리 특전사의 대테러훈련을 관전한 뒤 "원더풀"을 외치며 크게 감명받았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모하메드(무함마드)는 우리 특전사 훈련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며 "이란이라는 강대국을 마주하는 입장에서 국가 안보에 대한 투철한 사명감을 갖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후에도 둘의 관계는 지속됐다. 이 전 대통령이 퇴임을 앞둔 2012년 11월 바라카 원전 착공식 참석자 UAE를 방문하자 무함마드 대통령은 "앞으로 어떤 직위에 계시든지 형제와 친구로서 지속적으로 UAE를 방문해 주시기 바란다"며 "아직 대통령님의 임무가 끝난 것이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이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인 2014년과 2016년 무함마드 대통령의 초청으로 UAE를 두 차례 방문했다.

"정말 반갑다" "오 마이 갓"… 각별한 관계 드러내



이날 접견에서도 두 사람의 각별한 관계가 여지없이 드러났다. 이 전 대통령 자택에 들어선 무함마드 대통령을 향해 이 전 대통령은 "정말 반갑다, 이 사람"이라며 반겼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이에 "오 마이 갓"이라며 이 전 대통령과 포옹했다. 이 전 대통령의 친손주들에게 꽃도 전달했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전날 이 전 대통령 자택에 연어, 양고기 등 왕실 요리사가 조리한 8가지 음식을 보냈다. 이에 이 전 대통령도 이날 조식으로 5가지 음식을 전달했다.

1시간가량 이어진 접견에서 이 전 대통령은 무함마드 대통령의 원전 건설 등을 언급하며 "기후변화에 대비한 선견지명이 있는 지도자"라고 높게 평가했다고 박용석 이명박재단 사무국장이 밝혔다. 이어 "윤석열 정부와 협조를 잘해서 투자 유치 등 실질적 성과를 내달라"고 당부했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이날 공식 환영식에서 아크부대원들이 도열해 거수경례한 것을 언급하며 "이 전 대통령이 생각났다. UAE 국민들도 아크부대를 보면서 양국의 형제 관계에 대해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9445 [단독] 대낮에 통신사 대리점에서 흉기로 직원 협박한 50대 남성 검거 랭크뉴스 2024.06.26
29444 불타는 공장, 누구도 그들에게 살길 알려주지 않았다 랭크뉴스 2024.06.26
29443 [단독] ‘부의장 도전’ 박덕흠, 임기 1년 단축법 냈다 랭크뉴스 2024.06.26
29442 "자식 잃은 부모에게 할 소리인가"… 얼차려 중대장 두둔한 예비역 중장에 유족 분노 랭크뉴스 2024.06.26
29441 화성 참사 신원 확인된 3명 모두 한국인…“공장 관계자 3명 입건” 랭크뉴스 2024.06.26
29440 대중교통 무제한 '기후동행카드' 내달 1일 본사업 개시 랭크뉴스 2024.06.26
29439 화성 화재 아리셀 '불법파견' 정황 짙어져…모회사도 의혹 랭크뉴스 2024.06.26
29438 연이틀 오물 풍선에 미사일까지‥안보점검회의 랭크뉴스 2024.06.26
29437 4월 출생아 수 19개월 만에 반등…“코로나 이후 혼인 늘어” 랭크뉴스 2024.06.26
29436 두산에 밀린 네이버, 대기업 집단 지정 3년 만에 10위 밖으로 랭크뉴스 2024.06.26
29435 ‘형편 어려운 이재명?’… 지지자들 “김혜경 책 사서 李 돕자” 랭크뉴스 2024.06.26
29434 "코치는 때리고 손웅정은 욕설"‥손흥민 아버지도 '피소' 발칵 랭크뉴스 2024.06.26
29433 "KF94 마스크 쓰라며 화재 현장으로 내몰아"… 경찰 내부 폭로 랭크뉴스 2024.06.26
29432 백종원, 재교육했다더니…"홍콩반점 탕수육, 젤리처럼 굳었다" 랭크뉴스 2024.06.26
29431 여야 내일 7개 상임위원장 선출…다음 달 5일 개원식 랭크뉴스 2024.06.26
29430 내일부터 저축보험도 플랫폼에서 비교·추천하고 가입 랭크뉴스 2024.06.26
29429 27일 본회의, 7월 2~4일 대정부질문... 여야 국회 일정 합의 랭크뉴스 2024.06.26
29428 'GOP 총기사망' 이등병 괴롭힌 간부·선임병들 "혐의 부인" 랭크뉴스 2024.06.26
29427 아리셀 공장에 전면 작업중지 명령…3명 입건 수사 착수 랭크뉴스 2024.06.26
29426 "당신만 보여" 교총 회장, 제자 편지 논란에… 회원들 “사퇴하라” 랭크뉴스 2024.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