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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소 밖 큰길까지 100m 넘게 유권자 줄 길게 이어져
30년 단독집권 ANC 과반 득표 첫 무산 가능성


차례 기다리는 남아공 총선 유권자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총선이 열린 29일(현지시간) 오전 하우텡주 94선거구 투표소 중 하나인 요하네스버그 북부 위트코펜초등학교에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현지 유권자들의 줄이 길게 이어져 있다. 2024.5.29 [email protected] (끝)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우리는 변화를 원합니다."

29일(현지시간) 오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수도권이라고 할 수 있는 하우텡주의 94선거구 투표소가 설치된 위트코펜 초등학교에는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줄이 길게 늘어졌다.

신분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확인해야 해 줄이 잘 빠지지 않는 데다 유권자가 계속 도착하면서 학교 밖 큰길까지 100m 넘게 이어진 줄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기표소까지 2∼3시간을 기다려야 했지만 유권자들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

45.5%에 달하는 높은 청년 실업률로 청년층의 정치 무관심이 커져 투표율이 낮으리라는 현지 언론의 전망과 달리 젊은 유권자의 모습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남아공 청년 유권자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총선이 열린 29일(현지시간) 오전 하우텡주 94선거구 투표소 중 하나인 요하네스버그 북부 위트코펜초등학교에서 만난 타쿠 템베자(22)와 미샤 닐슨(24). 2024.5.29 [email protected] (끝)


태어나서 처음 투표권을 행사하러 아침 일찍 나와 3시간 넘게 기다렸다는 타쿠 템베자(22)는 "이번 총선에서 우리가 바라는 것은 변화"라며 "여당의 오랜 집권 기간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이 두 번째 투표라는 미샤 닐슨(24)도 "지난 5년보다 더 나은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어느 정당이 승리하든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백인 우위의 인종차별정책) 종식 이후 7번째인 이번 총선에서는 남아공의 집권 여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30년 만에 처음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높은 실업률과 만연한 범죄, 부패, 빈부 격차, 물과 전력 부족 등으로 민심을 잃었다.

건설업 종사자인 제프 무어(52)는 "지난 30년간 상황이 나빠지기만 해 이제 뭔가 변했으면 좋겠다"면서 만연한 부정부패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그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대로 ANC의 득표율이 50%에 못 미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다수당의 자리는 지킬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ANC를 중심으로 연정이 구성돼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이 무난하게 연임하지 않겠느냐"며 "그렇게 되면 ANC의 부정부패가 다른 정당으로도 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활짝 웃는 남아공 유권자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총선이 열린 29일(현지시간) 오전 하우텡주 94선거구 투표소 중 하나인 요하네스버그 북부 위트코펜초등학교에서 만난 제프 무어(52)와 데비 맥크리스탈(43), 사벨로 냥가자(21)(사진 왼쪽부터 차례로). 2024.5.29 [email protected] (끝)


"야당 연합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습니다. 변화를 원하기 때문에 ANC는 찍지 않을 거예요."

데비 맥크리스탈(43)은 제1야당인 민주동맹(DA)을 비롯한 11개 야당 연합체인 다당헌장(MPC) 소속 정당 중 하나에 투표하겠다고 했다.

DA를 지지한다는 흑인 유권자 사벨로 냥가자(21)도 "이제는 변화가 필요한 때"라며 "DA가 장기적으로 경제를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투표소가 대체로 야당 지지세가 강한 요하네스버그 북부의 부촌에 자리 잡은 탓인지 ANC를 지지하는 유권자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ANC의 주 지지 기반은 흑인, 노년층이다.

이날 인터뷰한 6명의 유권자 중에서는 70대 흑인인 다니엘 엘리아스 음붕게나(75)가 유일한 ANC 지지자였다.

음붕게나는 "나는 ANC만을 믿는다"면서 "아파르트헤이트 전후의 변화를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바꾸면 (나라가) 제대로 될 수 없다"며 "완벽한 사람도 없고 정당도 없기에 우리는 (ANC에)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아공 집권 여당 ANC 지지하는 70대 유권자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총선이 열린 29일(현지시간) 오전 하우텡주 94선거구 투표소 중 하나인 요하네스버그 북부 위트코펜초등학교에서 만난 다니엘 엘리아스 음붕게나(75). 2024.5.29 [email protected] (끝)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공존해 '무지개 나라'로 불리는 남아공의 이날 총선에 등록된 18세 이상 유권자는 6천200만 인구 가운데 2천767만여명에 달한다.

재외국민 투표는 지난 18∼19일 치러졌고 이날 투표할 여건이 안 되는 노약자와 필수 근로자, 경찰, 수감자 등도 27∼28일 사전 투표로 미리 한 표를 행사했다.

이번 총선은 유권자가 자신이 등록한 투표소에서만 투표할 수 있는 첫 번째 선거다. 아울러 지역명부에서 무소속 의원의 출마가 처음으로 허용됐다.

이날 배정된 선거구에서 투표하는 유권자는 신분 확인을 마친 뒤 52개 정당을 담은 파란색의 '전국명부'와 70개 정당과 11명의 무소속 후보를 나열한 주황색의 '지역명부', 분홍색의 '지방의회' 등 3장의 투표용지를 받는다.

남아공은 완전 정당 비례대표제로 유권자가 정당에 투표하면 그 득표율에 따라 200석은 전국명부, 나머지 200석은 지역명부에서 정당별 의석수가 정해진다.

이에 따라 유권자는 전국명부와 지역명부에서 1개씩 최대 2개의 정당에 지지를 표명할 수 있다.

이렇게 구성된 의회는 총선 결과 발표 14일 이내에 첫 회의를 열어 대통령을 뽑는다.

예상대로 ANC가 과반 의석에 실패하면 당 대표인 라마포사 대통령은 연정을 구성해 의회에서 과반(201표 이상)을 확보해야 연임할 수 있다.

길게 늘어선 남아공 총선 유권자 투표 행렬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총선이 열린 29일(현지시간) 오전 하우텡주 94선거구 투표소 중 하나인 요하네스버그 북부 위트코펜초등학교에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현지 유권자들의 줄이 길게 이어져 있다. 2024.5.29 [email protected]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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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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