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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2차 경제이슈점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규모’를 강조하며 내놓은 17조원짜리 반도체 대출 프로그램이 실질적으론 국내에서 수요처를 찾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 반도체 산업의 대출 수요에 견줘 공급 목표액이 지나치게 크다는 평가다. 특히 정부가 이번에 겨냥한 중견·중소기업의 자산을 다 모아도 규모가 수십조원에 그쳐 대출 수요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한국거래소(KRX) 반도체 지수를 구성하는 48개 기업의 연결기준 자산 총계는 지난 3월 말 29조1218억원이었다. 이는 반도체 지수 구성 종목 총 50개 중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를 제외하고 집계한 숫자다. 이들 기업이 자산의 절반씩 대출을 받아도 15조원에 불과한 셈이다. 반도체 지수의 구성 종목은 유동성 등을 기준으로 선정된다.

반도체 기업의 범위를 더 넓혀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회원사 중에서 가장 숫자가 많은 장비 업체의 자산 총계는 각 회사의 최근 공시를 기준으로 26조5855억원이었다. 소자·파운드리 회원사는 삼성·에스케이를 제외하고 5조934억원, 테스트·패키징은 2조7933억원이다. 개별 기업의 사업영역이 반도체로 국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반도체 산업의 규모는 이보다 작을 것으로 추정된다.

17조원짜리 대규모 지원책이 정부의 의지만 홍보하는 ‘숫자’가 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앞서 정부는 산업은행을 통해 17조원의 대출 프로그램을 신설해 반도체 투자 자금을 우대금리로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원 규모의 70% 이상을 중소·중견기업에 할당하겠다고도 했다. 이는 반도체 지수에 포함된 중소·중견기업이 자산의 절반에 이르는 규모의 대출을 산은에서 새로 받아야 달성 가능한 목표다.

삼성과 에스케이를 포함해도 대출 수요가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삼성전자는 외부에서 사실상 돈을 빌리지 않는 이른바 ‘무차입 경영’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은행 대신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에서 20조원을 빌리는 방안을 택한 바 있다. 이미 그룹 차원의 채무 부담이 큰 에스케이그룹은 자금 조달의 다변화를 꾀하고 있는 만큼 대출로 눈을 돌리지 않을 공산이 높다. 산은의 대출금리가 에스케이그룹의 다른 자금 조달 경로에 견줘 낮을 경우 저금리로 갈아타려는 대환대출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정도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 대출 프로그램의 자격 요건이나 금리 조건 등이 전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수요도 예측하기 어렵다”며 “1~2년 안에 17조원을 모두 공급하라는 것은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안팎에서는 대출 공급 여력이 얼마나 될지도 아직 불확실하다는 시선이 많다. 정부는 대출 프로그램 신설을 위해 산은에 1조7천억원을 출자할 계획이라면서도 출자 형태는 밝히지 않았다. 현금이 아닌 주식 등 현물출자의 형태로 진행되면 자본비율 개선 효과가 떨어지는 만큼 대출 여력도 제한된다. 산은은 이 경우 대출 여력이 1조7천억원의 7배인 12조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본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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