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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8일부터 내려 보내는 ‘오물 풍선’과 관련, 군 당국은 대응 방법과 수위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강력한 경고 메시지 외에 사실상 당장 꺼내들 실효적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다. 군 안팎에선 대북 확성기 재개, 드론 침투 등으로 북한의 대남 심리전에 맞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북한이 살포한 대남전단 추정 미상물체 잔해들이 전국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는 29일 오전 대남전단 풍선으로 추정되는 잔해가 발견된 경기 평택시 진위면의 한 야산에서 군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뉴스1

합동참모본부는 29일 “북한의 행위는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며 우리 국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북한 풍선으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다"며 "반인륜적이고 저급한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메시지 자체는 엄정하지만, 이외에 뚜렷한 행동이 보이지 않는 건 오물 풍선에 바로 대응할 수단이 없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인 한국이 북한과 비슷한 방식으로 도 넘는 행동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군 당국자는 “‘반인륜적이고 저급한 행위’라고 표현한 데서 알 수 있듯 우리가 북측을 향해 똑같이 오물 풍선을 보내는 행위를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민가 피해를 고려하면 생화학 무기도 아닌 오물 풍선을 격추하는 결단도 쉽지 않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북한의 도발에 비례적 대응 기조를 유지해왔다. 지난해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에 9·19 남북 군사합의 일부 조항을 효력정지하는 식이다. 하지만 오물 풍선 도발에는 이런 식의 대응 자체가 불가능하다. 북한이 이런 허점을 노려 도발 수단을 택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다만 북한의 오물 풍선이 국민의 생명, 안전, 재산에 직접적 피해를 끼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북한 도발에 즉·강·끝(즉각·강력히·끝까지) 기조를 내세운 정부 입장에선 이를 그냥 넘겨 선례를 만드는 건 곤란하기 때문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심리전 차원의 공격을 자행한 만큼 우리도 심리전으로 대응해야 할 수밖에 없다”며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1순위로 놓고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한국이 내세울 수 있는 대표적인 비대칭 전력으로 북한 체제를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심리전 수단으로 꼽힌다. 2015년 8월 북한의 목함지뢰 사건 후 군이 2004년 이후 11년 만에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을 때 북한은 협상에 나서 방송 중단을 요청할 정도였다. 특히 최근 김정은이 체제 단속과 사상 통제 강화에 더 열을 올리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 입장에선 큰 타격일 수 있다.

2018년 판문점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북 확성기는 모두 철거됐지만, 현재 군 당국은 결단만 내리면 방송 재개를 당장 실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남북 간 상호적대행위 중지를 명시한 9·19 군사합의의 효력이 북한의 일방 파기 선언으로 사실상 사문화되기도 했다.
육군 9사단 교하중대 교하소초 장병들이 2018년 5월 1일 경기도 파주시 민간인 통제구역내 설치돼 있는 고정형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밖에 심리전 차원 대응으로 무인기를 북한에 침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미 군 당국은 2022년 12월 북한의 무인기 영공 침범 이후 재도발이 벌어질 경우를 대비해 10배 이상의 무인기를 평양으로 날려 보낸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김정은 집무실 등 핵심 시설을 집중 촬영해 공개하는 방식으로 북한 수뇌부를 압박하고 주민 동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계산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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