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최소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없던 일
“몰래 흡연, 점호불량 등은 팔굽혀펴기에서 끝”
“신교대 아닌 야전서도 그런 얼차려는 안 줘”

육군 제5포병여단 강속대대 장병들이 지난 23일 경기도 연천군에 위치한 유격장에서 유격훈련을 받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1

육군 12사단에서 훈련병이 규정에 어긋나는 군기 교육(얼차려) 끝에 사망한 사건에 대해 지난 2019년 이후 12사단을 거쳐간 병사·간부들은 “이와 같은 얼차려를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

29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5년간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을 받거나 복무한 일부 병사·간부들 중 ‘완전 군장 뜀걸음(구보)’과 같은 규정 외 얼차려를 직접 경험한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조선비즈는 군 관련 커뮤니티를 통해 12사단 출신 병·간부들과 접촉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지난 2019년 2월 12사단 신교대에 입대했다는 A씨는 “완전 군장 상태로 얼차려를 받은 병사 자체가 한 명도 없었다”며 “당시 훈련소 내에서 몰래 흡연을 하다 걸린 병사들도 맨몸으로 앉았다 일어서기, 팔굽혀펴기 정도 얼차려만 받았다”고 했다.

또 지난 2020년 7월부터 약 2년간 12사단 신교대에서 간부로 근무했다는 B씨는 “저녁 점호 때 떠들거나 번호를 틀렸던 병사들에게는 맨몸으로 팔굽혀펴기 정도 얼차려만 내렸다”며 “점호 불량 하나로 완전 군장에 뜀걸음까지 하는 건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고 했다.

아울러 군 생활 내내 12사단 신교대에 병사로 복무했다는 이들도 같은 말을 했다. 지난해 12월 12사단 신교대에서 전역했다는 C씨는 “당시 훈련병들끼리 싸우다 걸린 적이 있는데, 이때 완전 군장 얼차려가 있었다”며 “다만 (완전 군장 상태에서) 천천히 걷는 얼차려였고, 그마저도 한여름 해 떠있던 때라 강당에서 짧게 진행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교대에서 18개월간 있었는데 완전 군장 얼차려가 있던 건 그때 뿐이었다”고 했다.

지난 25일 규정에 어긋나는 가혹한 군기훈련(얼차려) 끝에 사망한 12사단 박 모 훈련병 빈소. /독자 제공

앞서 지난 23일 육군 12사단 을지부대에서 입대한 지 9일 된 박모 훈련병이 연병장에서 얼차려를 받다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박 훈련병을 더해 총 6명의 훈련병은 이곳 신교대 중대장인 강모 대위 등의 지시에 따라 40㎏에 달하는 완전 군장 상태에서 뜀걸음, 팔굽혀펴기, 선착순 달리기 등 얼차려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박 훈련병에게 열사병, 패혈성 쇼크, 횡문근 융해증과 같은 증상이 나타났고,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25일 사망했다.

중대장급 간부들은 이 정도 얼차려는 야전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ROTC 출신인 한 예비역 중위는 “야전에서 진행하는 4박 5일짜리 훈련처럼 강도가 훨씬 높은 훈련 때도 병사를 그렇게 잡지는 않는다”며 “간부 입장에서 봤을 때 (박 훈련병에 대한 얼차려는) 군기 훈련 규정을 모두 어긴 비상식적인 조치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군기 훈련의 규정과 절차는 엄격하다. 하루 2시간 이상 훈련이 이뤄지면 안 되고, 맨몸으로 앉았다 일어나기, 맨몸으로 팔굽혀 펴기 20회까지 가능 등의 규정이 있다. 완전 군장을 했다면 1㎞ 걷기만 가능하다. 또 1시간을 훈련한 후에는 반드시 휴식 시간도 가져야 한다. 사망한 박 훈련병에게 주어진 얼차려는 이 규정들을 어겼다.

당시 중대장은 박 훈련병에게 얼차려를 지시하면서 완전 군장 관련 규정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규정상 완전군장 무게는 20~25㎏이어야 하지만, 박 훈련병 등은 중대장 지시로 완전 군장에 책을 더 넣은 탓에 무게가 40㎏까지 늘어났다고 한다.

한편 이번 사건을 육군으로부터 넘겨받은 강원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얼차려를 지시한 중대장과 훈련 현장에 있던 간부(중위) 등 2명을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혐의는 업무상 과실치사, 직권남용 가혹행위 등이다. 군형법 제62조에 따르면 직권을 남용해 가혹행위를 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조선비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9897 정부 “전공의 사직서 수리 검토 중”···국시는 ‘일단’ 예정대로 랭크뉴스 2024.06.04
29896 "전화한 적 없다"던 신원식·이종섭, 이첩 전후 13차례 통화 랭크뉴스 2024.06.04
29895 대통령실 통화 직후 바뀐 임성근 거취‥임성근 구하기? 랭크뉴스 2024.06.04
29894 최목사 청탁 이후 전화한 대통령실 직원 "서초동 연락받았다" 랭크뉴스 2024.06.04
29893 "부잣집서 숙식 해결" 月 천만원 버는 여대생들…무슨 일 하기에? 랭크뉴스 2024.06.04
29892 뉴욕증시, 제조업·고용지표 발표 앞두고 혼조세 랭크뉴스 2024.06.04
29891 이원석 검찰총장, 민주당 ‘이화영 회유 특검’ 발의에 “검찰 겁박이자 사법 방해” 랭크뉴스 2024.06.04
29890 육·해·공 훈련 빗장 풀려…우발 충돌 예방 ‘완충지대’ 사라졌다 랭크뉴스 2024.06.04
29889 천연가스 29년·석유 4년치 매장 추정…"삼성전자 시총 5배 가치" 랭크뉴스 2024.06.04
29888 강형욱 옹호한 前 직원 "훈련사계 하버드... 욕한 적 없다" 랭크뉴스 2024.06.04
29887 尹, 아프리카 10개국 릴레이 정상회담... “함께 미래로" 랭크뉴스 2024.06.03
29886 “삼성전자 시총 5배 가치…2035년 상업개발” 랭크뉴스 2024.06.03
29885 최재영, 명품 사진 보내자…김건희 “한번 오시면 좋죠” 랭크뉴스 2024.06.03
29884 '휴양지' 몰디브, 이스라엘 입국 금지 조치… 팔레스타인 연대 차원 랭크뉴스 2024.06.03
29883 인도 선관위 “6억4200만명 총선 투표···세계 최다 기록” 랭크뉴스 2024.06.03
29882 서로 끌어안고 버텼지만…급류에 갇힌 세 친구 '마지막 포옹' 랭크뉴스 2024.06.03
29881 정부는 왜 9·19 군사합의 ‘폐기’ 아닌 ‘효력 정지’ 카드를 빼들었을까 랭크뉴스 2024.06.03
29880 권도형 미국행 주장한 몬테네그로 법무장관 “내가 인도국 결정권자” 랭크뉴스 2024.06.03
29879 멕시코, 첫 여성 대통령 탄생 랭크뉴스 2024.06.03
29878 달리는 트럭서 병맥주 ‘와르르’…1시간 넘게 도로 통제 랭크뉴스 2024.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