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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에서 2024학년도 1학기 축제가 열리고 있다. 정효진 기자


“11시가 되기 전부터 와서 기다렸어요. 해가 뜨거워서 힘들지만 에이티즈를 볼 생각을 하면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

29일 낮 12시 성균관대학교의 봄 대동제가 열리는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대운동장 앞에서 만난 이탈리아인 니콜(26)은 밤 9시로 예정된 아이돌 그룹의 공연을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워킹홀리데이로 한국에 와서 일하고 있다는 그는 초여름 뙤약볕에 연신 땀을 흘리면서도 9시간 넘는 대기시간이 아무렇지 않다고 했다. 니콜의 앞뒤로는 우산이나 부채를 들고 햇빛을 가린 국내·외 아이돌 팬들 약 70명이 함께 줄을 서 있었다.

성균관대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운동장 입구 왼쪽에 줄을 선 학생들과 달리 니콜과 같은 이들은 입구 오른쪽에 따로 줄을 섰다. 이 학교에 다니진 않지만 축제에 출연하는 인기 아이돌을 보기 위해 아침부터 기다린 이들이다. 이들은 줄을 선 재학생들이 모두 입장한 낮 12시30분쯤에서야 무대 쪽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오랜 시간 기다린 니콜과 달리 재학생처럼 먼저 입장하기 위해 암표를 거래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성균관대 축제에 재학생 구역으로 입장할 수 있도록 재학생의 신분증이나 학생증을 양도한다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왔다. “재학생 존 양도합니다. 신분증 빌려드려요” “성대 학생증을 양도받고 싶어요. 가격은 부르는 대로 드립니다” 등 암표 거래를 시사하는 글들이 잇따랐다. 재학생인듯한 한 누리꾼은 “줄을 서서 학생증과 신분증으로 인증한 뒤에 (입장) 팔찌를 받고 나와서 전달해드리겠다. 오픈채팅으로 (구입할 금액을) 제시해달라”고 적기도 했다.

성균관대 축제에 입장할 수 있도록 학생증 및 신분증을 양도한다는 내용의 거래글. 한 사회관계망서비스 글 갈무리


인기 아이돌 가수를 섭외한 대학 축제에 해당 대학 대학생이 아닌 팬들의 출입이 늘어나면서 암표 거래는 성행하고 있다. 이날 외부인 입장 줄에 서 있던 다른 대학 학생 백서빈씨(19)는 “응원하러 온 가수가 지난주 연세대 축제에도 출연했는데 그때는 암표 가격이 올라 10만원을 훌쩍 넘겼다고 들었다”며 “내일 성균관대 축제에는 에스파가 온다고 하던데 공연을 더 앞에서 보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신분증 양도 가격이 더 높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학별 축제 기획단들은 재학생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재학생 우선 입장 방침’ 등을 세우고 있다. 앞서 연세대 응원단은 지난주 축제를 개최하면서 암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물 티켓 대신 모바일 티켓 배부 방식을 도입했다. 경희대도 학교 구성원임을 증명할 수 있는 학생증과 신분증 등 두 가지를 모두 지참해야만 무대 스탠딩석을 비롯한 ‘경희인 존’에 입장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외부인의 입장이 어려워질수록 암표 가격도 높아진다는 부작용이 뒤따르고 있다. 이날 줄을 서 있던 대학생 A씨는 “외부인도 입장을 시키긴 하는 성균관대와 달리 연세대 축제에는 아예 외부인이 들어갈 수 없다 보니 티켓 양도 가격이 훨씬 높게 형성된다”며 “들어가기 어려워질수록 ‘입장 도움비’ 같은 추가금이 붙기도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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