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사망 원인 횡문근융해증 관련 증언
"훈련 없이 대기" 사고 부대 분위기
청원인 "철저한 조사·엄중 처벌" 당부
27일 강원 인제군의 모 부대 위병소에 군사경찰 차량이 출입하고 있다. 이 부대에서는 최근 훈련병이 군기 훈련을 받다가 쓰러진 뒤 이틀 만에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인제=연합뉴스


강원 인제군의 한 육군 부대 신병교육대에서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던 훈련병이 쓰러져 사망한 사건이 알려지자 군에 자녀를 보낸 부모들 사이에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사망한 훈련병과 같은 부대 동기 가족들은 사고 당시 상황을 전하며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29일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숨진 훈련병과 같은 부대에 복무 중인 아들이 있다고 밝힌 한 누리꾼이 작성한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26일 군인 가족들이 모인 네이버 카페에 댓글로
"마음이 아프다. 점호 불량으로 6명에게 20㎏(가방)에 책 같은 걸 더 넣게 해서 40㎏ 만들어 메고 3시간 정도 뺑뺑이 벌, 얼차려를 줬다"
고 적었다. 이어 "
그 중 한 명이 다리 인대 근육 다 파열돼 쓰러져 의무실에 있는데도 기절한 척 하는 줄 알고 이송 안했다"
고 주장했다.

앞서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숨진 훈련병은 23일 오후 5시 20분쯤 동료 6명과 함께 완전군장 상태에서 군기훈련을 받았다. 선착순 구보와 팔굽혀펴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규정에서 벗어난 훈련 도중 쓰러져 신병교육대 의무실로 갔다가, 이후 공공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지만 25일 숨졌다.

A씨는 "골든타임을 놓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게거품 물고 상태 악화돼서 민간병원 이송하고 사망했다. 소변으로 까만 물 나왔다고도 한다"
며 "같이 있던 우리 아들들도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A씨가 묘사한 내용은 군 당국이 추정하는 숨진 훈련병의 '횡문근융해증' 의심 증상과 유사하다. 무리한 근력 운동이나 지나친 체온 상승 등으로 근육이 손상됐을 때 발생하는 증상으로 소변이 붉게 혹은 갈색으로 변하기도 한다.

사망 훈련병 애도 이어져

27일 훈련병이 군기 훈련을 받다가 쓰러져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강원 인제군의 모 부대. 인제=연합뉴스


대국민 국군 소통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 '더캠프'에는 사망 사고 이후 부대 분위기를 전하는 글이 올라왔다. 동생이 숨진 훈련병과 같은 날 입대했다고 밝힌 B씨는 28일 "사망한 훈련병이 쓰러지는 모습을 제 동생 포함 동기들이 봤다고 한다. 가슴이 아프다"며 "근육이 녹아 쓰러져 죽을 만큼 그 훈련병이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냐"고 적었다.

B씨 동생은 통화에서 "얼차려 받는 6명을 봤는데 무척이나 힘들어보였다. 그러다 한 명이 쓰러졌는데 처음에는
'탈진한 건가, 다리가 아파서 쓰러진 건가' 생각했다. 이후에는 생활관으로 복귀해서 상황을 모르겠다", "지금 (부대) 분위기 안 좋고 경찰도 왔다간 것 같다"
고 말했다고 한다. 다른 훈련병 가족도 "어제 오늘 하루 종일 추가 훈련 없이 대기만 하고 있다고 한다"며 "사건 있고 나서 계속 마음이 불안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숨진 훈련병의 장례식장을 알리는 글에는 고인의 명복을 비는 댓글 100여 개가 달렸다. 누리꾼들은 "책임자들이 법대로 처벌 받도록 지켜보겠다" "어른들이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입대 중인 아들을 생각하면 남 일 같지 않다"며 비통해했다.

사망 사고와 관련해 관련자 처벌과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청원도 등장했다. '또래 훈련병을 둔 엄마'라고 밝힌 청원인 조모씨는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국방의 의무를 다하겠다고 온 귀한 목숨들을 국가가 죽인 게 아니고 무엇이냐"
며 "관계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엄중 처벌을 촉구한다"고 적었다. 이어 "부디 이 땅에 아들을 둔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시고 군 전체 시스템 점검 및 관리감독 강화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연관기사
• 숨진 훈련병에 얼차려 준 중대장… 과실치사 등 혐의 수사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52815060004720)• "24㎏ 군장, 무게 늘리려 책도 넣어"...순직 훈련병 '횡문근융해증 의심' 증상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52812540004773)• 얼차려 받다 사망 훈련병, 열 40도에 '패혈성 쇼크' 추정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52811210000194)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7916 醫-政, 끝없는 '강대강' 대치… 의협 "18일 총파업" 정부 "불법행동 멈추라" 랭크뉴스 2024.06.10
27915 ‘간헐적 단식’ 창시자 그리스서 숨진 채 발견 랭크뉴스 2024.06.10
27914 투자자 속썩였던 물적분할 기업들, 이번엔 연쇄 블록딜 가능성 랭크뉴스 2024.06.10
27913 마크롱, 유럽 선거 참패에 전격 의회 해산…30일 조기총선(종합) 랭크뉴스 2024.06.10
27912 화이트도 블랙도 없다… “아무것도 믿지 말라” 보안이 곧 생존 [창간기획 : 초인류테크, 삶을 바꾼다] 랭크뉴스 2024.06.10
27911 더위 전국 강타·낮 최고기온 33도…내륙 곳곳에 소나기 랭크뉴스 2024.06.10
27910 野, '상임위원장 선출' 단독 본회의 가능성…與 강력 반발 랭크뉴스 2024.06.10
27909 北오물풍선→南대북 확성기→北, 또 오물풍선…갈등 확산일로(종합2보) 랭크뉴스 2024.06.10
27908 '신친명'이 둘러싼 이재명… '레드팀 구친명'도 배제시키나 랭크뉴스 2024.06.10
27907 영일만 시추 자금 '1년 예산' 다 써도 1100억 원뿐… 예상 비용 '5분의 1' 수준 랭크뉴스 2024.06.10
27906 ①확성기 조준사격 ②서해도발 ③사이버전... 北 반격은 랭크뉴스 2024.06.10
27905 "설마 우리 애가 가지는 않았겠지"…중고생 상대로 새벽까지 영업한 김포 클럽 랭크뉴스 2024.06.10
27904 마크롱, 유럽의회 선거 참패에 의회 해산…이달 30 조기총선 랭크뉴스 2024.06.10
27903 '황당 공약' 내세우던 허경영, 2034년까지 선거 못 나온다 왜 랭크뉴스 2024.06.10
27902 ‘세계 최고’라던 액트지오, 나흘 뒤 메이저급? 랭크뉴스 2024.06.10
27901 [1보] 유럽의회 선거서 중도우파 1위 유지…극우 약진 예측 랭크뉴스 2024.06.10
27900 '살 빼면 보너스, 찌면 벌금"…2억원 보상금 쏜 中기업 랭크뉴스 2024.06.10
27899 '네타냐후 정적' 간츠, 전시내각 탈퇴…"총리가 승전 걸림돌" 랭크뉴스 2024.06.10
27898 "캐리어에 리본 달지 마세요"…공항서 짐 늦게 나오는 까닭은 랭크뉴스 2024.06.10
27897 '푸대접 논란' 푸바오, 中 간지 2개월만 12일 모습 공개(종합) 랭크뉴스 2024.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