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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전망대]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회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방송3법 재입법, 언론장악 국정조사 실시, 미디어개혁특위 설치 등을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email protected]


이희용 | 언론인

윤석열 대통령은 4월2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언론을 쥘 방법을 잘 알고 있는데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말에 고개를 끄덕거릴 사람보다는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라고 반문할 사람이 훨씬 많을 듯하다. 윤 대통령 발언의 속내는 대략 두 가지로 유추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지난해 8월 그가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언론도 전부 야당 지지세력이 잡고 있어서 24시간 정부 욕만 한다”고 불만을 쏟아냈듯이 “우리가 언론을 장악하지 않으니 비판 보도가 넘쳐나고 있지 않느냐”는 푸념이다.

다른 하나는 지난 총선 직전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발언처럼 “우리는 예전 정권처럼 언론인을 붙잡아 족치거나 칼로 찌르는 방식은 안 쓰고 있지 않느냐”는 항변이다.

언론인에 대한 고소·고발이나 압수수색,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한 강도 높은 제재, 공영방송 전격 인사와 프로그램에 대한 간섭과 압력 등은 정권과 무관하거나 언론 장악 기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모양이다.

그래도 이들 사례는 방송법을 손질해 공영방송 경영진을 독립적으로 뽑고, 검찰의 역할과 방송규제기구의 위상 등을 정립하면 얼마든지 개선하고 재발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보수 성향 신문에 종합편성채널 4개를 안겨준 것처럼 중장기적으로 여권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어놓으면 정권이 바뀌더라도 이를 되돌리기 어렵다.

공영언론을 사영화(민영화)하거나 공영언론의 돈줄을 말려 상업성을 추구하도록 만드는 방식 역시 불가역적인 성질을 지닌다. 이는 정권 처지에서 볼 때 공권력이나 규제기구를 동원하는 것보다 국민 비판이나 언론 반발이 적다는 매력도 있다.

공영언론의 재정 기반이 무너지면 친기업·친정권 시각의 뉴스와 프로그램이 늘고, 협찬이나 신사업 등 본업 이외의 재원 조달을 추구하게 된다. 우리나라 언론의 광고시장 의존도가 유달리 높고 기업들도 정부 눈치를 많이 보는 탓이다.

서울신문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9월 호반건설이 우리사주조합 지분을 인수한 이래 친정권 성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와이티엔(YTN)도 지난 2월 공기업 주식을 인수한 유진그룹이 최대주주가 된 뒤 균형추가 보수 쪽으로 기울고 있다.

티비에스(TBS)는 서울시의회가 2022년 11월 시예산 지원을 끊는 조례안을 통과시키자 ‘뉴스공장’을 진행하던 김어준을 하차시키는 등 변신을 시도했으나 고사 위기에 놓였다. 연합뉴스는 연간 300억원 안팎이던 정부구독료 예산이 올해 50억원으로 쪼그라들어 해외 특파원, 외국어 뉴스, 북한 뉴스 등 공적 역할을 줄이고 수익 확대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지난해 7월 방송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티브이(TV) 수신료의 전기요금 통합 징수가 중단됨에 따라 한국방송(KBS) 수신료 수입이 격감하고 있다. 지난 23일 입법예고가 끝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이 발효되면 한국방송의 재정 악화는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 여파로 공익성 높은 티브이 프로그램들과 함께 소외계층 대상의 제3라디오, 국제방송, 한민족방송 등은 폐지와 축소의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 시청률 위주의 프로그램 편성이나 부가수익 창출을 위한 시도도 줄을 이을 것이다.

공영언론이 너무 많다는 견해가 존재하고,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오티티(OTT) 시대에 언제까지 수신료에 기댈 것이냐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연합뉴스에 대한 정부구독료 예산 집행이 적절했는지 의문을 던질 만하다.

그러나 사회적 공론화를 거치지 않고 국민적 공감대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신료 분리 징수나 예산 삭감, 최대주주 교체 등을 졸속으로 추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공론장을 왜곡할 우려가 큰 데다가 다시 되돌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총선에서 국민한테 옐로카드를 받은 현 정권이 독단적으로 추진할 일은 결코 아니다. 재정 기반 압박이나 사영화를 통한 공영언론 죽이기를 당장 멈춰야 한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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