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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육아 복지’ 소매 걷은 기업들 경제+ “1억원을 주면 아이를 낳겠습니까?” 이 질문에 국민 63%가 ‘OK’ 했다. 한때 황당하게 여겨졌던 ‘현금 살포’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묘수로 떠오른 것. 그만큼 지난 2월 부영이 쏘아 올린 출산장려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부영 이외에도 아이를 낳는 직원에게 수천만 원에서 1억원까지 지급한다는 회사들이 속속 등장했다. ‘출산장려금이 출산율 높이는 데 진짜 효과 있을까?’ ‘장려금 받고 이직해 버리면 어쩌지?’ 기업 인사 담당자들의 고민도 커진다. 더컴퍼니가 기업들의 출산·육아 복지제도를 파헤쳐봤다. 억대의 현금을 받은 부영 직원들을 인터뷰해 출산장려금의 효과를 짚어보는 동시에 국내 대표 대기업 6곳의 혜택을 꼼꼼히 살펴봤다.
“우리도 1억 줄게” 부영 효과정부도 장려금 비과세 ‘호응’ 출산 장려금의 탄생

출산 장려금 받은 금호 직원 이준열씨.
지난 2월 부영그룹의 시무식은 센세이셔널했다. ‘올해도 열심히 잘하자’ 식의 회장님 말씀은 없었다. 대신 조용현 대리는 연년생 남매를, 오현석 주임은 쌍둥이 딸을 안고 무대에 섰다. ‘너그러운’ 이중근 회장은 용돈이라기엔 과한, 아이 1인당 1억원씩을 쐈다. 조 대리와 오 주임은 이날 한꺼번에 2억원씩을 손에 쥐었다.

올해 83세인 이 회장은 지난해부터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고안하며 사회 각계에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지난해엔 기획재정부에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해달라’고 제안했다. 기재부의 응답을 기다리던 부영은 일단 출산장려금 지급 계획을 발표하기로 했다. 2021년 이후 출생한 자녀가 있는 직원들에게 아이 1명당 1억원씩 조건 없이 주는 것이다.

파장은 강력했다. 정부도 호응했다. 1억원을 받는 부영 직원들이 내야 할 세금이 4000만원 이상이라는 보도들이 나오자, 기재부는 기업의 출산장려금엔 전액 비과세하겠다고 응답했다.

김경진 기자
사실 부영보다 먼저 출산장려금으로 화제가 된 기업은 따로 있었다. 지난 1월 금호석유화학그룹은 올해부터 첫째 500만원, 둘째 1000만원, 셋째 2000만원, 넷째 3000만원을 준다고 공지했다. 수혜자는 30명 이상이다.

다른 기업들도 속속 출산장려금을 높였다. 쌍방울은 올해부터 출산하는 직원에게 첫째·둘째는 각각 3000만원, 셋째는 4000만원으로 총 1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전북 익산의 농기계 전문기업 TYM과 강릉의 썬크루즈호텔&리조트도 1억원 행렬에 동참했다. 1억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출산장려금 신설 또는 상향 계획을 발표하는 기업들이(한국항공우주산업, 한국콜마 등) 늘었다.

지원받은 직원 “애사심 커지고육아용품·교육비 걱정도 덜어” 받아보니 어때?

다니는 회사에서 출산장려금을 받은 직원들의 얘기를 직접 들어봤다. 공통된 반응은 장려금 받은 이후 애사심이 높아진 것은 물론, 애 키우는 게 더 행복해졌다는 것이었다.

이준열(41) 금호미쓰이화학 해외영업2팀장은 지난 3월 통장에 1000만원이 찍힌 걸 봤다. 지난 2월 둘째를 낳은 그에게 올해부터 신설된 출산장려금 1000만원이 지급된 것이다. 이 팀장은 “지원금 덕분에 분유 자동 제조기 등 ‘있으면 좋은데, 사기엔 비용이 부담됐던’ 육아 아이템을 마음 편히 샀다”고 말했다.

한꺼번에 1억~2억원을 받은 부영 직원들도 그동안 구입을 미뤘던 고가의 자녀 물품을 이참에 구입했다며 만족해했다. 부영그룹 자금팀 민지연(36) 대리는 출산장려금을 받은 후 유모차와 카시트를 새 걸로 교체하고, 옷도 여러 벌 사줬다고 한다.

부영에선 출산장려금을 받고 내 집 마련 계획을 세웠다는 직원이 여럿이었다. 2021년에 첫 아이를 낳아 지난 2월 장려금 1억원을 받은 민 대리는 오는 7월에 둘째를 낳는다. 반년 새 총 2억원을 받는 셈. 그는 “장려금 2억에 신생아 특례대출까지 더해 내 집 마련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산장려금 덕분에 교육비 걱정도 덜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둘째 출산을 앞둔 부영그룹 부속실 남현진(35) 대리는 “자녀 계획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건 부부의 경제력, 그중에서도 교육비”라고 말했다. 남 대리는 1억원을 받게 되면 일단 은행에 넣어두고 교육비로 쓸 예정이다.

대기업, 현금·시간 지원 병행“육아휴직 보장, 난임치료 지원” 6대 대기업 출산·양육 제도 대해부

‘자녀 1명당 1억원’을 내건 부영은 계열사 포함해 전 직원이 2500여 명 정도다. 이번에 지급한 출산장려금은 최근 3년 내 출산자에게 지급돼 총 70억원이 들었다. 부영은 향후 연간 20억원 안팎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차준홍 기자
부영에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를 바라보는 대기업들은 “우린 직원들의 출산과 육아에 상당한 지원 제도를 진작에 마련해 놓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대기업들은 출산·육아기를 맞은 직원들에게 뭘 해주고 있을까? 2024년 5월 현재 국내 6대 그룹의 대표 사업회사들이 운영 중인 출산·육아 지원 제도를 조사해 봤다.

차준홍 기자
삼성전자는 휴직·단축근무·재택근무 등으로 육아기 직원들에게 일할 시간을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영업일, 워킹타임(일 8시간 근무) 기준 계산 시 출산 전에는 총 418시간(난임휴가,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등)을, 출산 이후에는 6808시간(육아휴직 2년, 육아기 근로단축시간, 리보딩 휴가)을 제공한다.

차준홍 기자
롯데백화점은 6대 그룹 중 직원들에게 육아휴직을 가장 길게 보장하고 있다. 출산 전에는 2800시간을 쉴 수 있다. 법정으로 제공되는 출산휴가는 3개월이지만, 추가로 최대 9개월의 무급 휴직도 가능해 합치면 ‘출산 전 1년’이 보장된다. 출산 후에도 8352시간을 쉴 수 있다. 2년 육아휴직 외에 만 8세 이하 자녀의 돌봄이 필요할 때 최대 1년까지 휴직이 가능하다. 모두 더하면 최대 4년이다.

차준홍 기자
남성 직원들의 육아휴직이나 단축 근무는 여전히 드문 사례들이다. 이 문턱을 낮추기 위해 포스코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외에도 전환형 시간선택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 유연한 근무제도를 도입했다. 육아휴직도 남녀 직원 모두에게 2년을 보장한다. 2022년 국내 최초로 네쌍둥이를 자연분만한 포스코 김환 대리는 2년 4개월의 육아휴직 기간 중 사원에서 대리로 승진했다. 남성이 육아에 참여해도 한직으로 물러나거나 승진에서 물먹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퍼지며 남성 육아휴직자는 점점 더 늘고 있다. 2019년 33명에서 지난해엔 115명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차준홍 기자
LG전자 역시 남녀 직원 모두에게 2년의 육아휴직을 보장한다. 사내 커플인 경우엔 ‘부부 동반’ 휴직도 가능하다. 매년 500~600여 명이 육아휴직을 하는데 지난 3년간 전체 인원의 절반인 900여 명이 남성이었다.

차준홍 기자
아이를 갖고 싶지만, 난임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도 많다. 현대자동차는 본인과 배우자가 난임 시술을 할 때 1회당 100만원 한도 내에서 실비 지원을 해준다. 5일간 유급 난임휴가도 쓸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기존에 유급 1일, 무급 2일로 제공했던 난임휴가를 5일 유급 휴가로 확대했다. 일반 의료비 지원에 더해 체외수정, 인공수정 시술 등 비급여성 의료비도 1회당 50만원까지 무제한으로 지원한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는 ‘기업’입니다. 기업은 시장과 정부의 한계에 도전하고 기술을 혁신하며 인류 역사와 함께 진화해 왔습니다. ‘기업’을 움직이는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 더중플이 더 깊게 캐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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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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