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기흥(左), 정몽규(右)
대한체육회가 체육회장을 포함해 산하 단체장이 3선 이상 연임에 나설 경우 별도 검증을 거치도록 한 규정의 폐지를 추진한다.

28일 중앙일보가 단독 입수한 대한체육회(체육회) 문건(제31차 이사회 안건)에 따르면, 오는 3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리는 체육회 이사회는 지방체육회와 종목단체 등 산하 단체 임원의 연임을 제한 없이 허용하는 내용의 정관 개정안을 다룬다. 안건이 이사회와 대의원 총회(7월 초 예정)를 통과하면 체육회는 감독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에 규정 개정을 요청하게 된다. 현재는 3선 이상 연임을 원하는 단체장의 경우 체육회 산하 스포츠공정위원회(공정위) 심사를 거쳐야 한다. 공정위는 ▶재정 기여도 ▶해당 종목 경쟁력 강화 여부 ▶국제무대 영향력(국제단체 임원 활동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출마를 승인 또는 반려한다.

연임 제한 규정을 없애려는 표면적 이유는 인력난이다. 체육회 관계자는 “지방 체육회와 종목단체의 경우 임원을 맡길 만한 인물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곳이 많다”며 “그나마 체육 발전에 의지를 가진 인물이 3선 이상 제한이라는 족쇄에 발목 잡히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체육회는 이와 함께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이 체육회 산하 단체 임원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90일 전까지 공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규정 신설을 추진한다. 지난해 2월 체육회는 기간을 선거일 1년 전까지로 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피선거권 제한을 우려해 문체부가 이를 반려하자 공직선거법과 같은 선거일 90일 전으로 바꿔 재추진하는 것이다.

체육회의 이런 움직임에 의심의 시선이 쏠린다. 일련의 규정 변경 추진이 회장 재출마를 노리는 이기흥 체육회장이나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등의 장기 집권을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체육회가 선출직 공무원 출신의 임원 선임을 제한하려는 배경은 체육회장 출마를 저울질 중인 한 국회의원을 겨냥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은 국가대표 선수단 해병대 캠프 체험 등 구시대적 행정으로, 정 회장은 파리올림픽 본선행 좌절 등 한국축구 국제 경쟁력을 약화시킨 장본인으로 나란히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내년 초에 임기가 끝나는 이기흥 회장이나 정몽규 회장은 아직 차기 도전을 공개 선언하지 않았다. 하지만 도전 의지를 숨기지도 않는다. 재선인 이기흥 회장은 지난달 이사회에서 “체육회 규정에 따르면 내가 세 번이 아니라 다섯 번을 나와도 문제가 없다. 3선을 하든 5선을 하든 그건 내가 판단해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몽규 회장도 4선 도전을 묻는 취재진에 “(2018년에) 축구협회장 임기를 3연임까지로 제한하게 협회 정관을 고치려 했지만, 체육회와 문체부가 승인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요컨대 4연임이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도전 의사를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대통령선거를 포함해 통상적으로 선거 관련 규정을 고칠 땐 차기 집행부부터 해당 규정이 적용되도록 설정하는 게 관례”라며 “이번 개정안이 이기흥 회장의 선거에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치도록 설계해둔 상황에서 진정성을 인정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영노 스포츠 평론가는 “체육회가 추진하는 정관 개정은 시대상이나 체육계 내부 분위기에 역행하는 내용들”이라며 “지역 체육단체의 구인난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체육인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4220 5살 심정지 됐는데, 관장은 "장난쳤다"…태권도장서 무슨 일 랭크뉴스 2024.07.13
24219 78세 트럼프, 81세 바이든에 “함께 인지력 검사 받자” 랭크뉴스 2024.07.13
24218 노모 살해한 후 옆에서 TV 보고 잔 50대 아들…2심도 중형 랭크뉴스 2024.07.13
24217 왜 AI 기업은 로봇 시장에 진출할까[테크트렌드] 랭크뉴스 2024.07.13
24216 오피스텔마저 "한강 보려면 4억 더"…아파트는 '뷰'따라 최대 10억차 랭크뉴스 2024.07.13
24215 출석요구서 땅바닥에 둔 대통령실‥'수령 거부' 랭크뉴스 2024.07.13
24214 [급발진 불안감 사회]④ “원인 밝히는데 정부 나서고 제조사도 부담져야” 랭크뉴스 2024.07.13
24213 기안84 흡연장면이 문제?…"수십년 전 만화책 화형식 떠올라" [이용해 변호사의 엔터Law 이슈] 랭크뉴스 2024.07.13
24212 “겨우 징역 3년?”…‘아내에 성인방송 요구’ 전직 군인 선고, 유족은 ‘울분’ 랭크뉴스 2024.07.13
24211 손흥민 이어 침착맨 딸도 노렸다…살인예고, 이 곳은 처벌 세졌다 랭크뉴스 2024.07.13
24210 늦게 자는 '올빼미족'이 충분히 자면 '아침형'보다 인지 능력 우수 랭크뉴스 2024.07.13
24209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타인에게 의젓한 존재가 되어보라" 순례자 김기석 랭크뉴스 2024.07.13
24208 '차량 돌진'사고 잇따라‥화성 아파트 화재 80명 대피 랭크뉴스 2024.07.13
24207 현대차 노사, 파업 없이 임협 타결…임금 역대 최대 수준 인상 랭크뉴스 2024.07.13
24206 양주 태권도장서 5살 남아 심정지…관장 긴급체포 랭크뉴스 2024.07.13
24205 갤럭시Z 폴드·플립6, 싸게 사는 방법은… ‘자급제+알뜰폰’, 통신 3사 대비 저렴 랭크뉴스 2024.07.13
24204 “북중 관계 소설쓰지 말라”는 중국…그런데 관광객은? [뒷北뉴스] 랭크뉴스 2024.07.13
24203 주말 흐리고 곳곳에서 소나기…일요일 남부지방 중심 많은 비 랭크뉴스 2024.07.13
24202 바이든, 민주 하원 대표 심야 회동…오바마·펠로시도 우려 표명 랭크뉴스 2024.07.13
24201 내륙 33도 안팎 폭염…제주·남해안 장맛비 [주말 날씨] 랭크뉴스 2024.07.13